고백록(11)

3563. (아우구스티누스의 교사론De Magistro에 의하면 인간은 타인들에게서 정보를 얻기는 하지만 진선미와 확실성의 지식은 인간 내면의 교사 곧 하느님이 가르치시는 것으로docente te magistro intimo 설명된다. 『우리는 지상에서 누구를 스승이라고 말해서는 안 되며 모든 이의 한 분 스승이 하늘에 계시다는 가르침이 신적 권위로 기록되어 있는 터에…누가 한 말이 참인지는 그부 홀ㄹ 가르치십니다. 그분은 외부로 말씀을 건네시면서도 당신이 내면에 거처하심을 깨우쳐 주십니다.-De Magistro 14,46』)

3564. (1코린 2,9 “어떠한 눈도 본 적이 없고 어떠한 귀도 들은 적이 없으며 사람의 마음에도 떠오른 적이 없는 것들을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하여 마련해 두셨다.”)

3565. 지혜에는 ‘존재했다’거나 ‘존재할 것이다’라는 말은 아예 없고 ‘존재한다’만 있으니 영원하기 때문입니다. ‘존재했다’거나 ‘존재할 것이다’는 영원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그 지혜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동경하던 중에 마음의 일격을 가하여(‘온 마음의 일격으로toto ictu cordis’) 지혜에 일순간 닿았습니다.(9-10.24)

3566. (암브로시우스의 설교 ‘죽음의 선익De bono mortis’)

3567. 하느님께 멀리 떨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단다. 세상 종말에 그분이 어디에서 나를 부활시켜야 할지 모르실까 봐 두려워할 필요는 없단다.(9-11.28)

3568. 저는 그이의 눈을 감겨드렸고 크나큰 서러움이 제 속마음에 밀려들어와 눈물을 쏟아냈습니다. 그렇지만 저의 정신이 강력한 명령을 내리는 바람에 내 눈은 그 눈물의 샘을 다시 빨아들여 아예 말려버렸으니 이런 싸움을 벌이느라 저는 참으로 힘겨웠습니다.…제 속에도 아이 같은 감정이 있어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져 나올 판이었지만 마음에서 우러나는 소리, 어른스러운 목소리로 인해서 억제되고 잠잠해졌습니다. 저희는 그 장례를 탄식과 눈물과 한숨으로 치르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여겼습니다.(“죽은 이들의 문제를 여러분도 알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희망을 가지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처럼 슬퍼하지 말라는 것입니다”-1테살 4,13 참조) 그런 것들은 대개 죽어가는 사람이 불쌍하다거나 그가 완전히 소멸된다고 애달파하는 사람들이 하는 짓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이는 불쌍하게 죽어간 것도 아니고 다 죽어버린 것도 아니었습니다. 이 점은 그이의 선한 행실과 거짓 없는 믿음과 확실한 이치에 근거를 두고서 저희가 견지하고 있었습니다.(9-12.29)

3569. (곡을 하고 심지어 곡하는 여자까지 불러오던 로마인들의 장례 풍습에 비추어볼 때, 상주가 곡을 하지도 않고, 비록 죽음과 부활을 주제로 하더라도 상주가 문상객들과 담론을 나누고 있었고, 출상과 매장에서도 울지를 않았으니까 주위에서 오해를 샀고 안 좋은 소문이 아프리카까지 뒤따라왔던 것 같다.) 그렇지만 저는 저 사람들이 듣지 못하는 가운데, 당신의 귀에다 대고 제 감정이 여림을 꾸짖고 있었고 터져 나오려는 슬픔의 봇물을 억누르고 있었습니다.(9-12.31)

3570. 고아들의 아버지시여, 당신의 자비에 기대고 이 말씀을 드립니다만, 제가 씻긴 씻었는데 씻기 전과 다름없었습니다. 쓰라린 슬픔을 아직도 제 마음에서 땀으로 흘려내지 못한 까닭입니다.…마침내 침상에 혼자 있게 되자 당신의 암브로시우스의 진솔한 시구를 상기해 냈습니다. 당신께서는 『만물의 창조주신 우리하느님 우주의 지배자도 당신이시니 … 피로한 뼈마디를 쉬게하시어 다시금 일하도록 힘을 주시고 피곤한 마음까지 쉬게하시어 쌓여진 근심걱정 풀어주시네 은총의 하루해가 이미저물고 또다시 어둔밤이 다가왔으니 지은죄 뉘우치며 용서받도록 찬미의 노래불러 감사드리네…성무일도 제1주간 주일 제1저녁기도 찬미가)』(9-12.32)

※ 총 13권 278장으로 이루어진 <고백록>을 권위 있게 맨 먼저 우리말로 소개해주신 분은 최민순 신부님으로서 1965년에 바오로딸을 통해서였다. 여기서는 <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Confessiones, 성염 역, 경세원, 2016년>을 따랐다. 각 문단의 앞머리 번호는 원문에 없는 개인의 분류 번호이니 독자들은 괘념치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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