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 아녜스(1월 21일)

여성들의 세례명에서 아녜스만큼 많이 사랑받는 이름이 또 있을까 싶다. 로마에서 공부하던 중 학교로 가던 버스를 타면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비아 노멘타나via Nomentana라는 넓은 길이 있었는데, 성녀가 안장된 성당은 바로 그 길 선상에 있다. 분명하지는 않지만 통상 291~304년에 살았다고 알려지며, 13세의 어린 소녀로 천주교를 박해하던 로마 제국 시절 천주교 신자로서 성녀 루치아, 체칠리아, 아가타와 함께 4대 순교 성녀 중 한 분인 동정 성녀이다. 성녀가 순교하기 전, 이교도들의 신神에게 분향하라고 했으나 이를 거부했으며, 박해자들이 성녀를 회유하고 겁박하기 위해 매음굴로 보낸다거나 혹은 정절을 훼손하려는 온갖 시도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의 정배淨配로서 순결하게 순교하셨다는 등 여러 전설이 전해진다. 처녀·약혼한 남녀·정원사의 수호 성녀이다. 암브로시오(339~397년) 성인은 “당신들은 칼로 나의 몸을 피로 물들게 할 수는 있지만, 그리스도께 바친 나를 결코 더럽게 할 수는 없다.”라고 했던 성녀의 말을 전해준다.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인 키츠John Keats(1795~1821년) 역시 성녀 아녜스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성녀 아녜스 축일 전야’(The Eve of St. Agnes)라는 시詩를 썼다고 알려진다. 성녀 축일 전야에 소녀들이 성녀 아녜스에게 기도를 드린 다음 잠자리에 들면 그날 밤 꿈에 미래의 배우자를 만날 수 있다는 유럽의 속설이 있다.

성녀의 사후 몇십 년이 채 지나지 않아 콘스탄티누스(272~337년) 1세에 의해 천주교가 공인되면서 콘스탄티누스의 딸인 공주(훗날의 성녀 코스탄자Costanza)에 의해 아녜스 성녀의 이름을 딴 성당이 건립되었으며, 공주는 사후 성녀 곁에 안장되었다. 세월이 흘러가면서 성녀 아녜스는 순결과 순수함을 추구하는 동정녀(소녀)의 수호성인이 되었고, 예술가들은 그녀의 순결과 순교를 표현하기 위해 이름인 아녜스(Agnes-이는 ‘어린 양’을 뜻하는 라틴어 아뉴스Agnus에서 온다. 양이라는 뜻 외에 순결이라는 뜻도 있다. 세례자 요한이 예수님을 가리켜 ‘하느님의 어린 양’이라고 칭했던 말이다. 참조. 요한 1,29.36)에서 오는 ‘어린 양’과 함께 승리의 상징인 종려 나뭇가지를 든 모습으로 묘사한다. 성녀를 기리는 성당에서 일하는 수녀들이 매년 두 마리의 어린 양을 키워 그 털을 팔리움Pallium(교황이나 총대주교, 혹은 대주교 등 고위 성직자가 제의 위에 두르는 하얀 양모로 만든 6센티 정도 폭으로 된 스카프 모양의 띠)의 재료로 쓰기 위해 성녀 아녜스 축일인 1월 21일에 교황에게 봉헌하는 풍습이 있다. 참고로, 팔리움은 구세주의 겸손과 착한 목자께서 당신 어깨에 메고 돌아오신 잃어버린 양을 상징한다. 교회는 성녀 아녜스를 공경하는 기념을 350년 경부터 거행해왔다. 고대부터 로마 미사 경본 감사기도 제1양식(로마 전문)에서 기억하는 7명의 성녀 중 한 명으로 공경을 받는다.

아녜스 성녀가 죽은 뒤 어느 날 밤 성녀의 친구들이 성녀의 무덤에 갔는데, 그곳에서 많은 동정녀가 금빛 은빛 옷을 입고서 휘황찬란한 빛 가운데 있는 모습을 만났다. 그 오른편에는 눈보다 더 흰 어린양이 있었으며 그 동정녀들 가운데에 성녀 아녜스도 있었는데, 성녀는 자기 부모에게 “더는 저를 죽은 사람처럼 생각하여 슬퍼하지 말고 저와 함께 기뻐해 주십시오. 이 모든 동정녀와 함께 예수 그리스도께서 저에게 가장 밝은 거처를 주셨으며 이제 저는 제가 땅에서 마음과 생각으로 사랑했던 그분과 함께 천상에 살고 있답니다.”라고 말하였다 전해진다.(20230121 *이미지 출처-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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