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레시오회원이라면 누구나 프랑스 남동부에 자리한 알프스 자락, 스위스 제네바로부터 35km 떨어져 있으면서 아름다운 호수와 강의 도시, 프랑스 ‘알프스의 진주’이자 ‘알프스의 베니스’라고도 불리는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St. Francis de Sales(1564~1622년)의 도시, 안느시(안시 혹은 앙시, Annecy)라는 도시를 순례하고 싶어 한다. 돈 보스코께서 수도회를 설립하시고 수도회의 명칭을 딴 성인이자 주보로 모신 ‘애덕의 박사’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께서 <신애론神愛論(Traite de L’amour de DieuI)>을 저술한 도시이기 때문이다. 2018년 동계 올림픽 유치를 신청하였다가 우리나라 평창의 승리로 탈락한 도시이기도 하다.
살레시오회원이라면 당연히 그 도시의 다소 외곽에서 72m의 높은 종탑을 자랑하면서 안느시와 호수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을 선물하는 ‘방문회 대성당’을 들리게 마련이다.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와 성녀 쟌 프란시스 드 샹탈St. Jeanne-Françoise Frémyot de Chantal(1572~1641년)이 함께 공동 설립한 ‘방문회(The Visitation Order)’ 수녀원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방문회 대성당 지하로 내려가면서 살레시오회원들은 여러 제단 중 살레시오회와 각별한 인연이 있는 제단을 하나 만나게 된다. 바로 돈 보스코께서 봉헌하신 제단이다.
이 제단은 1877년 비오 9세 교황님께서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를 교회의 박사로 장엄하게 선포하셨을 때 안느시의 방문회 수녀님들이 돈 보스코에게 이 성당 장식의 일부를 부탁하면서 생겨난 제단이다. 수녀님들의 요청을 받은 돈 보스코께서는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셨다. 돈 보스코는 “사랑스러운 교회 박사님을 기려 이 성당에 그분을 향한 우리의 신심을 증거할 제단을 세워 우리 수도회를 그분의 보호 아래 두고자 하는 것이 제 마음의 서원입니다.(Voto del mio cuore sarebbe che la nostra congregazione, posta sotto la protezione dell’amabile Dottore, avesse in cotesto santuario un altare a testimonianza della nostra divozione.)”(E. Ceria, MB-Memorie biografiche 1879~1880년, 제14권, 1933년판, 346쪽)라는 기록을 남긴다.
이러한 돈 보스코의 지향에 따라 1880년 피에몬테 남작 펠리치아노 리치 데스 페레스Feliciano Ricci Des Ferres라는 분의 재정적 도움으로 이 제단이 설립되었다. 그분을 기리는 라틴어 기록문은 다음과 같다: 「살레시오회, 펠리치아노 리치 데스 페레스, 피에몬테 가문, 성당 장식, 1880년(Salesianorum Ordo, Feliciano Ricci Des Ferres, Dinaste pedemontano adiuvante, Sacellum decoravit, Anno MDCCCLXX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