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록(17)

3645. 주님, 보십시오! 저의 걱정을 당신께 던져드립니다. 제가 살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당신 법을 두고 놀라운 일들을 헤아리겠습니다.(시편 118,18VL) 저의 미숙함과 저의 나약함을 당신께서는 아십니다. 저를 가르치십시오! 저를 낫게 해 주십시오! 당신의 저 외아드님, 그 안에 지혜와 지식의 모든 보물이 숨겨져 있는 분이 당신 피로 저를 구속하셨습니다.(그분이 이미 값을 치르셨다. 피를 흘리셨다. 내가 말하거니와 하느님의 외아드님이 우리를 위해서 피를 흘리셨다. 그러니 오 영혼이여, 몸을 곧추세우라! 그대는 그토록 값지다.O aniama, erige te, tanti vales.-Enarrationes in Psalmos 102,6) 거만한 자들이 저를 무고하지 못하게 하십시오. 저는 그분이 치르신 제 몸값을 생각하고 있고, 그분을 먹고 마시며 나눠주고 있습니다. 저는 가난해 배고프므로, 그분을 먹고 배부른 저 사람들 틈에서 그분으로 배부르기가 소원입니다.(하느님의 한없는 사랑에 감복하여 인류의 구원에 희망을 얻었고, 그리스도의 사랑에 감복하여 자기의 모든 상처를 낫게 해주시리라는 확신을 얻었고, ‘그분을 먹고 마시며 나눠주는’ 성직을 수행할 수 있으리라는 용기를 얻었노라는 소박한 고백을 독자들에게 내놓으면서 ‘지금의 저’에 관한 고백을 끝마친다.) 그리고 그분을 찾는 이들은 주님을 찬미하고 있습니다.(제10권의 마지막 43.70)

3646. (하느님, 당신께서는 시간으로 보시거나 시간으로 움직이시거나 시간으로 쉬시지 않으십니다. 그럼에도 당신께서는 우리가 시간상으로 보게도 만드시고facis visiones temporales 시간 자체를 만드시고 시간에서 우러나는 안식을 만들어 주십니다.-고백록 13,37.52)

3647. (시편 48,2 “이런 이야기를 왜 하고 있는 것일까요? 저의 하느님, 당신께 드리는 말씀이 아닙니다. 당신 앞에서 저의 족속에게 이야기하는 중입니다. 그럼 무엇 때문에 하는 것입니까? 저를 포함해서 이 글을 읽은 사람 누구나 얼마나 깊은 곳에서부터 당신께 부르짖어야 하는가를 생각하자는 것입니다.-고백록 2,3,5)

3648. 당신 사랑에 대한 사랑에서…당신께서 시작하셨습니다. 저희더러 저희 안에 있다 비참해지기를 그만두고 당신 안에서 행복해지라고.(11-1.1)

3649. (영으로 가난한 사람pauperes spiritu이 행복한 까닭은 ‘하느님의 영으로spiritu dei 부유하기 때문’-Enarrationes in Psalmos 141,5)

3650. 시간의 물방울들이 제게는 너무도 값비쌉니다. 진작부터 저는 당신의 법을 묵상하고자 애가 타며, 그 법에 대한 저의 지식과 무지를 당신께 한데 모아 고백하고 싶어 애타며, 당신의 비추심이 뻗어 나오던 첫 빛살이며 아직 남은 제 어두움의 끝자락도 고백하려고 애가 탑니다. 저의 약함이 당신의 굳셈에 삼켜질 때까지 말입니다.(11-2.2)

3651. (인생은 가고 모든 것이 남의 것이며 오직 시간만 우리 것이다.omnia aliena sunt, tempus tantum nostrum. 자연은 쉴 새 없이 달아나고 흘러가는 그 시간이나마 차지하라고 떠미는데 그나마도 남들이 가로채게 하다니….-Seneca, Epistulae 1,1,3)

3652. 제 안쪽 입술과 바깥 입술에서 온갖 무모함과 온갖 거짓말을 도려내 주십시오.(탈출 6,12라는 구절도 ‘저는 입술에 할례를 받지 않았습니다incircumcisus sim labiis’로 직역된다.)

3653. 순간순간이 당신의 눈짓을 받아 나는 듯 넘어갑니다. 그러니 당신 법도를 닫아걸지 마십시오. 그 숱한 책장의 컴컴한 비밀들이 그냥 기록으로 남겨지기 바라신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저 컴컴한 숲들도 나름대로 사슴들을 거느려 그것들이 거기 깃들며 거닐고 풀 뜯어 먹고 누워서 되새김질하지 않습니까? 오, 주님! 저를 온전케 하시고 그 책장들을 저에게 열어 보여 주십시오. 보십시오, 당신 음성이 제 기쁨이고, 당신 음성은 푸짐한 쾌락 그 위에 있습니다.(하느님의 법도이자 음성인 성경을 묵상함은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하는 생각이다. 오로지 사랑하는 사람만이 하는 생각이다. 그를 에워싸고 있는 사악의 냉기가 결코 가라앉힐 수 없는 사랑이다.’-Enarrationes in Psalmos 118,19)(11-2.3)

3654. (청각의 감관과 지성의 인식은 상관관계에 있다. ‘소리나는 말은 사라진다. 그 대신 그 소리가 의미하는 바는 말하면서 생각하는 주체 속에 있고 들으면서 이해하는 주체 속에 있다.’-In Iohannis evangelium tractatus 1,8)

3655. (우리로서는 하느님이 일하지 않는 상태가 다르고 일하는 상태가 다르다고 믿어서는 안 된다.…그분은 새 일에 새 결심이 아니고 영원한 결심을 발휘할 줄 안다.…하나요 동일하고 영원하고 불변하는 의지를 갖고서 일하신다.-신국론 12,18,2)

※ 총 13권 278장으로 이루어진 <고백록>을 권위 있게 맨 먼저 우리말로 소개해주신 분은 최민순 신부님으로서 1965년에 바오로딸을 통해서였다. 여기서는 <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Confessiones, 성염 역, 경세원, 2016년>을 따랐다. 각 문단의 앞머리 번호는 원문에 없는 개인의 분류 번호이니 독자들은 괘념치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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