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회상

아마도 36년 만에, 맨해튼의 ‘더 메트The Met’에 갔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핑계로 게을러진 나를 부추기신 분은 고맙게도 박영선 전 장관님이시다. 뉴욕에 체류하시던 중 어느 날 나에게 The Met에 있는 그림들의 사진까지 보내시며 방에만 처박혀 있지 말라는 듯 말없이 채근하셨다. 빈센트 반 고흐의 컬렉션에 들렀을 때 오래전 빈센트에 미쳐 모든 작품 사진을 모았고, 당시 네덜란드에 체류하던 조카를 통해 온갖 자료를 구했던

고통과 악에 관하여

이태석이라는 후배 신부가 있다. 같은 수도회 같은 관구라고 하지만, 다소 나이 차가 있고, 살아가는 여정에서 서로 비켜 가면서 살아야 했던 관계로 그저 한 후배로만 알고 있을 뿐 잘 알거나 개인적인 교분은 맺지 못한 후배이다. 10년도 넘는 세월 전에 그가 세상을 뜨기 일주일 전 추운 겨울날, 그가 곧 죽을 것이라는 예감 속에서 개인적으로 마지막 인사를 전했던 것이 그와의 마지막

어린 손님들과 함께한 교황

교황 프란치스코는 현지 시간으로 2023년 11월 6일 오후 바티칸에서 세계 곳곳으로부터 온 7천여 명의 어린이들과 함께 1시간 넘게 축제의 분위기 속에서 즐거운, 그러나 진지하기도 한 시간을 보냈다. 오전에 라삐들과의 만남을 진행할 때만도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말했던 교황은 아이들 가운데서 완전히 활력을 되찾았다. 이날 있었던 어린이들과의 만남 주제는 “애들로부터 배웁시다!(Let’s learn from boys and girls!)”였다. 교황님께서는

성모님의 보호

성모님이라는 이름 앞에 붙은 접두어나 호칭은 수백 가지가 넘는데, 그중 하나는 “우리의 보호자이신 성모님”일 것이다. 성모님은 당신께 찾아들어 보호를 청하는 이들을 언제나 지켜주신다. 다음은 성모님께서 강력한 힘으로 우리를 보호하시는 분이시라는 것을 알려주는 세 가지 역사적 사실들이다. 레판토 해전: 성모님께서는 1571년 유럽에서 당신의 교회인 그리스도교를 지키셨다. 많은 이들이 16세기 말에 가톨릭 신앙과 교회가 끝날지도 모르는 큰

할로윈 데이 유감

10월 마지막 날의 할로윈 데이, 11월의 네 번째 목요일에 오는 추수 감사절, 바로 그다음 날 블랙 프라이데이로부터 성탄절이나 연말·연시까지 이어지는 재고 떨이나 폭탄 세일 행진……할로윈 데이는 많은 자본주의 국가, 특별히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 적어도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볼 때, 1년을 마감하는 이 시즌의 기점에 있는 셈이다. 미국의 전국소매연맹(National Retail Federation)의 집계에 따르면 미국 사회는 코비드의 와중인 2021년 할로윈 데이를 즈음해서만

모든 성인 대축일(11월1일)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축일을 축하드립니다! 오늘 우리가 모든 성인 대축일을 거행하지만, 이 축일을 두고 마치 완벽한 생애, 항상 올바르고, 정확하며, ‘고지식하기까지’ 한 삶을 살았던 형제와 자매들을 기념하는 것으로 잘못된 인상을 지니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오늘의 복음은 이렇게 ‘완벽한 거룩함’으로 비치는, 마치 거룩하게 그려지는 성인들의 상본을 그들의 신분증으로 생각하는 것과 같은 고정관념에 정반대되는 내용을

성 요한 바오로 2세(10월 22일)

캘커타의 성녀 마더 테레사, 복자 카를로 아쿠티스, 성 요한 바오로 2세 등 희망이 보이지 않고 전쟁이 끊이지 않는 현시대를 살면서, 우리는 다른 한편에서 멋진 성인들을 가까이 접할 수 있는 시대를 사는 행운을 누린다. 10월 22일은 우리나라에 오셔서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이 땅에 입 맞추셨으며, 이 땅의 성인 성녀들의 시성식을 거행하시기도 하셨던 성 요한

성 루카 복음사가(10월 18일)

루카는 대단한 통찰력과 지적인 감수성을 지니고 하느님의 계시를 명확성과 아름다운 필치로 전한 복음사가이다. 전승과 초기 교부들인 에우세비우스와 히에로니무스 등에 따를 때 시리아의 안티오키아(현재 튀르키예의 안타키아) 출신이다. 이곳에서 전교하던 성 바오로와 성 바르나바의 영향을 받아 복음사가 중에서는 유일한 이방인 개종자가 되었을 것이다. 성 마르코의 좋은 친구이자 성 바오로의 전교 여행에 절친한 동반자였다. 51년경에 있었던 사도 바오로의

기도 중 ‘분심分心’에 관하여

많은 신자가 기도하는데 자꾸 다른 생각이 찾아들어 기도에 전념하지 못한다고 말하면서 이를 성사 안에서 고백하고,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물어온다. 분심이고 주의력 산만이며 잡념이고 어수선함이다. 분심은 고집스러운 한 가지일 수도 있고 이것저것 여러 가지일 때도 있다. 분심 자체가 죄는 아니지만, 많은 이가 분심으로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거나 자신의 약함을 자책하며 실망하기도 한다. 운동선수들이 신체적 훈련뿐 아니라 정신적

돈 보스코의 영명축일과 살레시오회

「지역 공동체든 관구 공동체든 원장과 관구장을 중심으로 모여 형제적 일치의 표지와 감사의 표현으로 매년 공동체의 날을 지낼 것이다.(회칙 42항)」라는 규정에 따라 살레시오회에서는 매년 ‘관구 공동체의 날’이라는 것을 지낸다. 살레시오 수녀회에서 ‘관구 감사 축일’이라고 불리는 날이다. 이는 창립자이신 돈 보스코를 기억하고, 그의 후계자인 총장 신부님께 감사를 드리며, 같은 아버지를 둔 형제들이 서로에게 감사를 드리는 날로서 살레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