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 28,16-20(주님 승천 대축일 ‘가’해)

4세기 말경 예루살렘 신자들은 주님 승천과 성령 강림을 그리스도 구원 사업의 완성으로 여기며 부활 후 50일째 되는 날 함께 경축했다. 반면 예루살렘 외 지역에서는 4세기부터 주님 승천 대축일을 부활 후 40일째 되는 날 따로 기념하기 시작했다. 그처럼 주님 승천 대축일은 원래 부활 대축일 이후 40일이 되는 여섯 번째 목요일이다. 하지만 한국을 비롯해 이날이 공휴일이 아닌

자비로운 부성애父性愛

자비로운 부성애父性愛는 슬픔, 용서, 그리고 관대함이다. 슬픔은 탄식이요 눈물이며, 연민이고 기도이다. 눈물 어린 눈으로 이제나저제나 멀리 응시하는 그리움이다. 무심한 듯 속으로 울고, 혼자서 세월을 두고 운다. 이 연민과 눈물로 아버지는 권위를 부여받는다. 용서는 어리석고 온당치 못하며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을 매일 극복한다. 한 계단씩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모든 것을 말없이 훌쩍 뛰어넘는다. 따끔한 가르침도 잔소리나

하느님께서 어머니를 만드셨을 때

하느님께서 어머니를 만드셨을 때 하느님이 어머니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벌써 6일 째 밤을 지새우며 작업 중이셨습니다. 천사가 하느님께 다가가 여쭈었습니다. “이번 창조물에는 무척 공을 들이시는군요.” “만들기가 몹시 까다로워서 말이야. 여기 주문서 좀 봐. 물 세탁이 가능하지만, 플라스틱은 아니어야 하고, 180개의 움직이는 부품으로 만들어야 하고, 블랙커피와 가족들이 먹다 남긴 음식으로 작동할 수 있어야 하고, 오래 서 있어도

주춧돌, 모퉁잇돌, 머릿돌

집을 지을 때 놓는 ‘주춧돌’은 건축에서 대단히 중요한 기준점이 되는 초석礎石이고 첫돌이다. 주추는 건물의 수평과 수직의 기준점이 되고 건물의 하중을 지반에 고루 전달하는 기점이며 전반적인 건물, 특별히 기둥의 위치를 결정한다. 주춧돌, 모퉁잇돌, 코너스톤(영어: cornerstone), 초석礎石, 머릿돌 등으로 쓰기도 하는데, 건축 착공 시 주춧돌 주변에 오늘날 타임캡슐을 묻기도 한다.(머릿돌이라는 말을 주춧돌과 구별하여 요즘에는 대개 건물의 연혁이나

고양이 묘猫

동물원에 있는 시베리아 호랑이가 죽었는데, 그 원인이 길고양이일 것이라는 기사를 보았다. 고양잇과만 걸리는 범백혈구감소증으로 죽었기 때문이란다. 그렇지만 무죄추정의 원칙에 의하여 고양이는 혐의만 있을 뿐 무죄이다. ‘고양이 묘猫’의 원래 글자는 ‘묘貓’이다. 이 ‘묘貓’라는 글자는 ‘豸’와 ‘苗’가 더하여 만들어졌다. 앞의 글자인 ‘豸’는 ‘벌레 치, 해태 채/태豸’인데 이는 ‘삵 리貍’의 줄임 글자이다. ‘豸’라는 글자는 생김새에서 금방 짐작이 가듯이

경쟁교육의 극복을 위하여

1년을 미루다가 2021년에야 무관중으로 치러진 동경 올림픽에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던 시몬 애리언 바일스Simone Arianne Biles(1997년~)라는 미국 국적의 Z세대 체조 선수가 있다. 키 142㎝의 바일스를 호칭할 때는 농구의 마이클 조던, 야구의 베이브 루스, 골프의 타이거 우즈 등에게만 허락되는 ‘역사상 최고(G.O.A.T·Greatest Of All Time)’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적수가 없는 최고 선수로 여겨지는 바일스는 2016년 하계 올림픽 체조

행복 4단계

ChatGPT에게 행복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그럴듯한 답을 즉시 장황하게 써낸다 : 『행복은 매우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으로 정의될 수 있습니다. 각 개인에 따라 행복을 느끼는 것은 다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행복은 내적으로 만족하고 기쁨과 만족감을 느끼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행복은 주관적인 경험이기 때문에 각각의 사람들에게 다양한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가족과 친구와 함께 보내는

인내

인내는 완성이 아닌 미완성, 전체가 아닌 부분을 사는 예술. 인내는 하느님의 나라를 기다리는 시간의 역사를 사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것. 인내는 하느님, 교회, 자기 자신과 더불어 하는 숙고, 그리고 숙고. 하느님께는 아직도 당신 약속대로 눈먼 이와 다리를 저는 이, 말 못 하고 듣지 못하는 이, 악과 죄, 그리고 죽음으로부터 ‘모두, 그리고 영원히’ 구하셔야만 할 사람들이

비/빗자루 추帚

『帚가 빗자루의 상형이라는 것은 허구고, 본래 새를 그린 글자가 조鳥-추隹-추帚로 점차 추상화가 진행돼 만들어진 형태다.(이재황의 한자 이야기, 고전문화 연구가, 2008.03.21, 프레시안 연재물에서)』라는 의견이 있지만, 대체로 ‘비/빗자루 추帚’는 집 안을 청소하는 도구인 빗자루가 거꾸로 서 있는 형상이라 한다. 위쪽 ⺕ 부분이 물건을 쓸어 내는 부분이고, 아래 巾 부분이 손잡이이며, 중간의 冖 부분은 끈으로 묶은 모양 또는

머무르다(μένω, méno)

사람마다 자주 사용하거나 입에 붙어 있고 좋아하는 말마디가 있게 마련이다. 요한복음에서만 무려 22곳에서 보이는(횟수로는 더 많다) ‘머무르다’라는 단어이다. 복음사가 요한을 특징짓는 말 중 하나이다. 이 말은 신약성경의 언어인 희랍어에서 ‘메노’(μένω, méno, 머무르다, 붙어 있다, 남다, 지내다, 영어 : to remain, to abide, to stay)’라는 동사이다. 그러나 그리스도교에서 이 말은 괄호 안에 서술한 일반적인 동사의 개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