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애론(2-7)

제7장 거룩한 섭리는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은총을 분배하여 주고 있으니. 그 거룩한 섭리는 얼마나 경탄할만한 것인가? 앞서 말한 것처럼, 영원한 섭리에는 한가지 비교할 수 없는 특전이 있으니, 이것은 여왕들 중의 여왕이시며, 아리따운 사랑의 어머니시며 지극히 뛰어나게 완전하신 성모님, “언제까지나 영원한 여왕”(이사 47,7)이신 성모님을 위한 것이다. 물론 특별한 은혜를 입은 이들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웃음

‘배(腹)를 그러안고(抱) 고꾸라져 넘어질(倒) 정도로 몹시, 끊어지게(絶) 웃는다’는 뜻으로 ‘포복절도抱腹絶倒’라는 말이 있다. 이를 두고 누군가가 유식함을 뽐내느라 ‘포복졸도抱腹卒倒’라고 적어놓은 것을 보고 한 번 더 웃었다. 세상을 살다 보면 포복절도할 만큼 웃을 일이 그리 많지는 않다. 그래도 조용한 미소라도 자주 띠며 살아야 한다. 삶이 때로는 무겁고 팍팍할지라도, 웃음은 마음을 가볍게 하고 영혼을 숨 쉬게 한다. 봉헌생활을

사순 제4주일 ‘가’해(요한 9,1-41)

부활로 가는 여정에서 교회는 지난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을 믿는 이들에게 주시는 생수에 관해 묵상하도록 초대한 뒤, 오늘 복음을 통해서는 빛에 관해서, 아니 더욱 엄밀하게는 어둠을 뚫고 우리를 헤쳐나오게 하신 예수님의 행적에 대해서 묵상하도록 초대한다. 태어나면서부터 눈먼 사람의 치유에 관한 긴 이야기는 실제로 예수님께 맞서 예수님을 대적하는 여러 단계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예수님은 세상에 온

호모 나란스(homo narrans)

어렸을 때 국어 시간의 평가는 흔히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네 가지 항목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인간의 말이 이 네 가지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간의 언어는 문법과 어휘를 넘어 문학을 이해하고 감상하는 능력, 비판과 해석의 힘, 담화와 소통의 감각까지 두루 갖추어야 비로소 품위를 얻는다. 그러지 못하는 말은 말이 아니라 소음이 되고, 뜻을

지혜

 초기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 화가인 피에로 델 폴라이올로(Piero del Pollaiolo, 1441~1496, Antonio del Pollaiolo의 동생)는 7가지 덕목(Seven Virtues: 지혜, 정의, 절제, 용기라는 네 가지 사추덕四樞德과 믿음, 소망, 사랑이라는 세 가지 향주덕向主德)을 연작으로 그리면서 지혜(The Prudence, 신중함, 슬기로움)라는 작품에서 지혜를 의자에 앉아 오른손에 거울을, 그리고 왼손에 뱀을 쥐고 있는 젊은 여성의 모습으로 그린다.(*이탈리아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Uffizi

잎 엽/땅 이름 섭/책 접葉

비가 종일 내린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이미 가지에 맺혀있던 이른 꽃눈이 조심스레 열릴 것이다. 성질 급한 풀들이 먼저 고개를 들고, 수많은 잎이 거대한 약동을 시작할 것이다. ‘(나뭇)잎 엽葉’은 ‘풀 초艹’ 더하기 ‘인간 세世’ 더하기 ‘나무 목木’으로 구성되었다. 한가운데 ‘세상/인간 세世’를 품고 있는 글자이다. 나뭇잎을 가리키는 葉보다 枼이라는 글자가 먼저 쓰였는데, (여러 가지 설이 있기는

하느님의 협력자 맘마 마르게리타

*글쓴이: 윤종걸(첼레스티노) – 한국 살레시오회 협력자로서 협력자회 창설(1876년) 150주년을 맞아 <살레시오가족>에 협력자에 관한 글을 연재하고 있다. 예수님의 탄생과 공생활, 그리고 십자가 수난과 죽음의 모든 여정에 성모님께서 함께하신 것처럼, 돈 보스코 성인의 거룩하고 위대한 삶 또한 맘마 마르게리타의 동반 없이는 가능하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돈 보스코는 종종 “내가 지금의 내가 된 것은 어머니 덕분이다.”라고 했습니다. 2006년, 교회는

사순 제3주일 ‘가’해(요한 4,5-42)

초대교회에서는 사순시기를 현재의 사순 제3주일부터 3주간만을 지냈고(성주간을 포함하면 4주간), 이 기간을 새로운 영세자들을 위한 집중적인 세례 준비 기간으로 지냈다. 통상적으로 사순 제3주일은 세례 준비자들을 위해 첫째 수련식을 거행하는 주일이다. 이러한 내용은 오늘부터 지내는 이후 복음의 주제들과 잘 어울린다. ‘다’ 해를 제외한 ‘가’, ‘나’ 해에는 이 3주간 동안 요한복음으로 주일 복음을 듣는다. 올해인 ‘가’해의 사순 제3,

죠반니 칼리에로

2026년 2월 28일은 돈 보스코의 아들 중 하나였던 죠반니 칼리에로(Giovanni Cagliero, 1838~1926년) 선종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는 돈 보스코의 아들들 가운데에서 배출된 첫 선교사요, 첫 주교이며, 첫 추기경이었다. 로마에서 발행하는 살레시오 소식지에 게재된 내용을 번역하여 소개한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사랑받던 존재 “칼리에로 신부는 아이들의 우상이었습니다. 넘치는 활력과 에너지를 지닌 그는 돈 보스코와 함께 살며 일하고, 뛰고,

“성을 내는 자”(마태 5,22)

‘성을 내다’라는 말에서 ‘성’은 한자어로 ‘성낼 노怒/분忿/분憤/개愾/에恚’와 같은 글자들을 사용한다. 이 글자들에는 모두 ‘마음 심心’이 들어 있다. 분노는 곧잘 나의 밖에서 시작하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성 아우구스티누스께서 마음에 품다가, 말로 표현하다가, 가혹한 비난과 비판의 행동으로까지 3단계로 표출된다(‘산상 설교에 관한 강론’ 참조)고 하였듯이 성이 나는 것은 마음에 응어리가 맺히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므로 ‘마음 심心’이라는 글자를 기본으로 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