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서는 피천득 선생의 ‘오월’을 먼저 배웠는지, 성모성월의 오월을 먼저 배웠는지 가늠이 안 된다. 어린 시절 어머니나 누나를 따라 성모님께 바치던 꽃이 생각나는 것을 보면 아마도 후자일 것이다. 오월이면 반드시 어디선가 한번은 듣게 되는 피천득 선생의 존함과 그분의 작품 <오월>이다. 듣는 어감만으로도 상큼한 느낌을 주는 피천득(皮千得, 1910~2007년) 선생의 호 ‘금아琴兒’는 ‘거문고를 타고 노는 때 묻지 않은 아이’라는 뜻으로 서화書畵와 음악에 능했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듣고 춘원 이광수(1892~1950년) 선생이 붙여준 호라고 했다. 혹자는 5월에 나서 5월에 돌아가신 피천득 선생을 두고 <오월>이라는 그의 작품과 연관 지어 ‘오월의 작가’라고 칭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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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피천득):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스물한 살 나이였던 오월. 불현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에 간 일이 있다. 해변가에 엎어져 있는 보트, 덧문이 닫혀 있는 별장들…그러나 시월같이 쓸쓸하지는 않았다. 가까이 보이는 섬들이 생생한 색이었다.
得了愛情痛苦득료애정통고(얻었도다, 애정의 고통을), 失了愛情痛苦실료애정통고(버렸도다, 애정의 고통을) 젊어서 죽은 중국 시인의 이 글귀를 모래 위에 써 놓고 나는 죽지 않고 돌아왔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 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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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을 갓 맞은 시점에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는 구절로 끝나는 금아 선생의 수필을 다시 읽는다. 매년 오월이면 어김없이 금아 선생의 수필을 들먹이며 먼저 세상을 뜨신 부인을 그리워하던 한 분이 생각나서이다. 부인이 먼저 세상을 뜬 따뜻한 플로리다, 레몬이 주렁주렁 열리던 그 집에서 혼자 살며 연필꽂이 통에 연필을 몇십 자루씩이나 단정하게 깎아 꽂아놓았던 분, 남들 사는 것을 보면 충분히 통제 가능한 병을 얻었음에도 가히 자살이라고 말할 정도로 자신을 학대하다시피 대하다가 훌훌 떠나고 말았던 분이 생각나는 오월이다. 사랑은 남아있는 이들에게 그렇게 아픔이다. 금아 선생의 글에서 사랑의 아픔을 통찰했던 ‘젊어서 죽은 중국 시인’은 누구일까? 권위 있는 적당한 해석들은 좀체 찾기가 어렵다. 현재로서는 인터넷 검색으로 찾을 수 있는 두 가지가 있어서 이를 메모해 놓는다.
첫째는, 「“得了愛情痛苦 失了愛情痛苦(득료애정통고 실료애정통고): 얻었음이여, 사랑의 고통을. 잃었음이여, 사랑의 고통을.” 출전은 미상이나 글체로 보아서 중국 현대 백화시인 듯하다.(재미수필문학가 협회 사이트에 실린 <이완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편에서)」라는 해석이 있었다.
이곳 해석에서 ‘백화白話’는 위키백과가 「당나라 대에 발생하여, 송, 원, 명, 청 시대를 거치면서 확립된 중국어의 구어체를 말하며, 이를 글로 표기한 것을 ‘백화문白話文’이라고 한다고 했다. 지식인층을 중심으로 고전 등에 나오는 문구를 근거로 쓰인 문언문에 비해, 백화문은 각 시대를 거치며 북경어를 중심으로 민간에서 사용되는 일상 언어가 반영되어,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 형태가 갖추어졌다.」라고 알려준다.
둘째 해석은 「젊어서 죽은 시인은 당송 8대가의 한 사람인 ‘구양순’의 말에서 나온 말이라 합니다. ‘사랑은 얻어도 고통이요 잃어도 고통’이라는 뜻이라 합니다.(네이버블로그)」라는 내용이 있다. 그렇지만 여기 등장하는 구양순歐陽詢(557년~641년)은 중국 당나라 초기의 서예가로 84세에 죽었으니 ‘젊어서 죽은’ 중국 시인이 아닌데 싶어서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금아 선생이 인용한 구절은 현대 중국어에서도 ‘愛情得了痛苦, 愛情失了痛苦’ 하는 식으로 자주 보인다. ‘愛情痛苦(사랑의 아픔)’라는 단어는 오늘날까지도 사람들 입에 익은 관용구처럼 빈번하게 쓰인다. 출전을 알 수 없다고 해야 하는지, 구양순의 시에서 나온 것이 맞다고 해야 하는지, 금아 선생은 도대체 어디에서 이를 얻어 ‘중국의 젊은 시인’이라 하셨을까? 기후가 바뀌어 우리가 생각하는 오월은 이미 사월에 지나갔으려니 싶고, ‘원숙한 여인 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라던 유월인 듯한, ‘태양이 정열을 퍼부으리라’라던 여름 같은 오월이 이미 눈앞에 와있는 첫날에 심란한 호기심은 끝이 없다.(20210502 *이미지-구글)
5월.
신록이 있어
싱그러웠던 이 계절이
이제는 무더위가 동반되어
계절이 실종된 듯 합니다.
4월의 힘든 터널을 지나
5월은
제게는 계절의 여왕
이런 수식어보다 현실적인 생활
챙기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나이 먹어 좋은 점은
오롯이 계절을 음미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참 좋습니댜.
다시 푸르르게 기뻐할 준비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빙그레 웃는 아침입니다.
벌써 오월…이란 생각이 절로 들게 하면서,
내 자녀 기억에 함께 기도하는 모습을 더 자주 하지 못한 반성과 함께, 오월을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