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로봇은 의료 및 돌봄, 제조, 물류, 교통, 서비스업 등 이전보다 더 다양한 분야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우리의 일상 전반을 바꿔놓고 있다. 아직까지 로봇 산업의 전망은 밝지만, 한편으로는 지능형 로봇의 발전에 따른 폐해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로봇의 기본 가치와 윤리원칙, 분야별 로봇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로봇윤리헌장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로봇의 주요 활용 사례와 로봇윤리헌장에 대해 알아보자.
설 연휴에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방문하기 위해 고속도로를 이용했을 것이다. 그런데 영동고속도로 문막휴게소를 들른 사람들은 특이한 광경을 목격했을 것이다. 이 휴게소의 푸드코트에는 로봇 셰프가 음식을 만든다. 한국도로공사가 영동고속도로 문막휴게소에 로봇 셰프 시스템을 처음 구축해 올해 2월 7일에 오픈했다.
24시간 운영하는 이 로봇 셰프 시스템은 휴게소의 부족한 일손을 보완하고 일관성 있는 레시피로 표준화된 맛과 품질을 제공하기 위해 도입됐다. 한식과 라면, 우동 코너에 설치된 총 3대의 로봇은 최대 14인분까지 동시 조리가 가능하며, 부족한 일손을 보완하고 일관된 레시피로 표준화된 맛과 품질을 제공하기 위해 도입됐다. 한식, 라면, 우동코너에 설치된 총 3기의 로봇 셰프는 최대 14인분까지 동시조리가 가능하며 갈비탕, 해물라면, 김치우동 등 13가지 메뉴를 제공한다.
한식 로봇 셰프는 소분된 재료가 담긴 뚝배기를 스마트 인덕션 위에 올려 끓이고 레일 위로 옮긴다. 조리된 음식은 레일을 따라 픽업대로 이동돼 고객에게 제공된다. 라면 끓이기를 담당하는 로봇 셰프는 라면이 끓는 동안 떡, 계란 등의 고명이 붙지 않도록 저어주고 조리가 완료되면 그릇에 담는다. 우동 조리 담당 로봇은 뜨거운 물에 투입된 우동 면이 익으면 채반을 들어 올려 물기를 빼고 그릇에 담는다. 이후 레일을 따라 움직이며 국물과 고명이 자동 투입된다.
한국도로공사는 일정 기간 테스트를 거쳐 전국 거점 휴게소 등으로 로봇 셰프를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로봇과 더불어 사는 세상
로봇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일상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안내, 방범, 경비 등 서비스업을 비롯해 교통, 건설, 농수산, 국방, 화재, 방재, 공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더 나아가, 4차 산업혁명에 의해 의료, 복지, 노약자 보조와 같은 생활 지원과 정보, 검색 서비스, 교육과 오락, 레저 등에도 로봇이 활발히 도입되고 있다. 이제 식당에서 조리된 음식을 자리로 배달해주는 서빙 로봇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2019년 50여대에 불과했던 국내 서빙 로봇은 이제 1만대가 넘는다.
서빙 로봇 외에도 다양한 로봇이 곳곳에 도입되고 있다. 특히 청소 로봇은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로봇이다. 작년 청소 로봇 판매는 제작년보다 5배 이상 증가했다는 보도도 있다. 청소 로봇은 가정 외에도 청결한 환경 관리가 필요한 반도체 공장이나 병원, 대형 쇼핑몰, 호텔 등에도 도입됐다. 최근에는 강력한 청소 기능과 함께 자율주행이 가능한 모델이 등장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AI 로봇은 자율주행 자동차에서도 큰 진전을 보이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에는 AI 기술을 활용해 스스로 운전할 수 있는 로봇이 탑재돼 있다.
의료 분야에서는 AI 기술을 활용한 수술 로봇이 개발돼 환자의 안전과 정확성을 높이고 있다. 예를 들어, 의료 영상 인식을 위한 AI 기술은 의사들이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수술 로봇은 정밀한 수술을 수행해 환자의 회복 기간을 단축시키고 합병증의 위험을 낮춘다.
제조업 분야에서는 오래 전부터 로봇이 도입돼 생산성을 크게 높였다. 자동차 제조 공정에서 로봇들이 반복적이고 위험한 작업을 사람 대신 수행하고, 이에 따라 생산성과 품질이 개선됐다. 또한, AI 기술이 적용된 협동 로봇 시스템은 사람과 로봇이 함께 작업할 수 있는 새로운 생산 방식을 제안한다.
AI 로봇은 교육 분야에서도 많은 잠재성을 갖는다. 예를 들어, 언어 교육 로봇은 학습자에게 외국어를 가르치고, 개인화된 학습 경험을 제공한다. 이 외에, 인터랙티브 로봇은 학생들의 참여를 촉진하고 적응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유통 및 물류 분야에서 AI로봇은 더욱 효율적인 작업을 가능하게 한다. 자동화된 창고 로봇은 상품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또한, 배송 로봇은 지능적인 경로 계획을 통해 효율적이고 빠르게 배송한다.
로봇 기술 개발을 위한 각국의 노력
미국은 2011년부터 2021년까지 약 10년 간 협동 로봇 중심의 NRI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바이든 정부는 미 과학재단의 FRR(Foundation Research in Robotics) 프로그램을 통해 로봇 시스템 R&D 전반을 지원했으며, 반도체 과학법의 10대 핵심기술분야에도 로봇을 추가했다.
일본은 2015년 로봇 신전략을 수립하고 로봇 비즈니스 규제 개혁, 로봇 R&D 및 보급 SI 기업 육성, 인력양성 등에 1000억엔을 투자했다. 또한, 문샷 R&D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로봇 분야에 4.4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2022년 제정된 경제안전보장 추진법의 11대 특정 중요 물자와 20대 첨단 중요 기술에 로봇을 포함시켰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 프로젝트에 로봇을 10대 핵심 영역에 포함하고, 로봇 산업 발전 계획을 발표했다. 2025년 로봇 보급 2배 달성을 목표로 10개 중점 분야 R&D 및 시범 실증 체험, 검증 센터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2023년에는 ‘로봇+활용방안’을 발표하며 농업, 물류, 에너지, 의료, 보건, 등 서비스 로봇 R&D 및 보급 방안을 제시했다.
유럽은 2014년부터 2020년까지 SPARC 프로그램을 통해 민관 합동으로 28억 유로를 투자했다. 2021년부터는 ADRA 프로그램을 통해 AI와 로보틱스에 민관 합동으로 26억 유로를 투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주관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가 로봇산업정책심의회를 통해 제4차 지능형 로봇 기본 계획(’24~’28)을 확정했다. 이 기본계획은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에 의거해 로봇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산업부가 5년 단위로 시행한다는 ‘첨단로봇 산업 비전과 전략’을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추진 계획이기도 하다. 로봇 핵심 부품의 국산화율을 80%까지 끌어올리고 로봇 핵심 인력을 1만5천명 이상 확보하기 위해 로봇 전문 인력을 양성함은 물론 2030년까지 첨단로봇 100만대를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로봇윤리헌장 발표
로봇윤리헌장 중 “로봇은 인간을 이롭게 하는 동시에 신뢰할 수 있어야 하고, 공공선을 추구해야 합니다”라는 말이 있다. 로봇윤리헌장이 제정된 것은 지능형 로봇 발전에 따른 각종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로봇 개발과 제조·사용 관계자에 권고하기 위함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로봇진흥원은 지난 2007년부터 로봇윤리헌장을 만들어왔다. 작년 ▲로봇윤리 연구, ▲가이드라인 개발, ▲로봇윤리 확산이라는 3가지 내용으로 로봇윤리헌장안과 가이드라인이 발표됐다. 원칙은 침해금지와 안전성, 투명성, 책임성, 공정성, 지속가능성 등의 가치를 포함한다.
로봇윤리연구회가 만든 로봇윤리헌장(안)의 3대 기본 가치를 요약하면 ▲인간을 이롭게 하는 로봇(침해금지) ▲신뢰할 수 있는 로봇(안전성, 투명성, 책임성) ▲공공선을 추구하는 로봇(공정성, 지속가능성)이다. 그 아래 위치하는 6대 윤리원칙은 ▲침해금지 ▲안전성 ▲투명성 ▲책임성 ▲공정성 ▲지속가능성이다.
침해금지는 로봇이 원칙적으로 인간의 신체, 정신에 위해를 가하는 목적으로 개발 또는 사용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로봇을 이용해 타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본래의 용도와 관련 없는 데이터를 수집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인간, 동물, 자연사회에 대해 직간접적인 해를 입히려는 목적으로 로봇을 개발, 제조, 사용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안전성은 로봇의 설계, 제작, 공급, 사용, 관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의 예방과 인간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장하도록 해야 한다. 로봇은 안전상의 이유로 스스로 작동을 중지하거나 외부에서 중지할 수 있는 제어 기능 등이 있어야 한다.
투명성은 로봇이 인식, 판단, 동작하는 과정에 발생한 결과는 설명될 수 있어야 함을 뜻한다. 로봇을 사용할 때 예상되거나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책임성은 로봇이 외형으로 개별 구분과 관리가 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사용자가 로봇의 설계, 제작, 공급, 사용, 관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법적 책임과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로봇은 파손과 분실 등에 대비한 보호 모드가 적용될 수 있다.
공정성은 로봇의 설계, 제작, 공급, 사용, 관리 과정에서 사용자 집단의 다양성과 공정성을 고려해야 하며, 성별, 연령, 장애, 종교 등에 대한 편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로봇에 대한 사회적 약자 및 취약 계층의 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
지속가능성은 생성형 AI로 인해 엄청난 탄소가 배출되는데, 특히 지능형 로봇은 훨씬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탓에 작년에 새롭게 추가된 원칙이다. 이를 위해 국가 및 공공기관은 로봇 산업 생태계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위해 대책을 마련하고 장려해야 한다. 또, 사회구성원들에게 로봇에 대한 안전 교육과 사용법 교육, 윤리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로봇의 설계, 제작, 공급, 사용, 관리, 폐기 또는 재활용 과정에서 사회 안정, 환경과 생태, 기후 체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과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글과 그림 출처-AhnLab콘텐츠기획팀, 안랩 온라인 소식지, 2024년 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