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록(10)

3547. 당신께서는 능하셔서 저희가 청하거나 깨닫는 것보다 훨씬 더 이루어주시는 분이시고(“우리 안에서 활동하시는 힘으로, 우리가 청하거나 생각하는 모든 것보다 훨씬 더 풍성히 이루어 주실 수 있는 분”-에페 3,20 참조)(8-12.30)

3548. 저는 도대체 누구며 도대체 어떤 인간입니까? 제 행실치고 만일 행하지 않았다면, 저의 언사치고 만일 말하지 않았다면, 저의 의지치고 악한 것이 아닌 것이 무엇이었습니까?…제가 하고 싶던 것이 하기 싫어지고 당신께서 하시고 싶던 바가 하고 싶어지는, 바로 그것입니다.…하찮은 것들의 감미를 놓치는 일이 제게 곧장 얼마나 감미로운 일이 되었는지 모르고, 그것들을 놓치는 일이 두려움이었는데 어느덧 그것들을 내버리는 일이 기쁨이 되었습니다.(9-1.1)

3549. (자기가 가르쳐온 수사학을 두고 ‘하느님의 율법’과 ‘거짓말하는 치기’, ‘하느님의 평화’와 ‘법정의 설전’을 대조시키면서 그것이 ‘진리’보다는 ‘변설’의 도구가 되고 있다는 자괴감)

3550. 통곡의 골짜기에서 올라가면서 층계송을 부르던 저희에게(시편 119-133편은 성전으로 올라가며 부르는 노래이다) 당신께서는 간사한 혓바닥에 대항할 만한 날카로운 화살과 집어삼키는 숯불을 주셨던 까닭입니다.(“전사의 날카로운 화살들을 싸리나무 숯불과 함께 받으리라”-시편 120,4 아우구스티누스는 시편을 해설하면서 ‘화살’은 하느님의 말씀, ‘숯불’은 회심한 죄인들을 상징한다고 풀이한다.-※ “네 원수가 주리거든 먹을 것을 주고 목말라하거든 물을 주어라. 그것은 숯불을 그의 머리에 놓는 셈이다. 주님께서 너에게 그 일을 보상해 주시리라.”-잠언 25,21-22 ; “그대의 원수가 주리거든 먹을 것을 주고, 목말라하거든 마실 것을 주십시오. 그렇게 하는 것은 그대가 숯불을 그의 머리에 놓는 셈입니다.”-로마 12,20)(9-2.2)

3551. 그이로 말하자면 옷으로야 여자이지만 믿음으로는 대장부요 든든함으로는 할머니요 사랑으로는 모친이요 경건심으로는 그리스도인이었습니다!(9-4.8)

3552. 지난 일을 두고 제가 저에게 분노하는 법을 이미 배웠으니 더 이상 죄짓지 않게 될 것입니다.…자신에게 분노할 줄 모르는 자들,…당신의 의로운 심판이 드러나는 계시와 분노의 날을 두고 자신에게 분노를 쌓는 자들…바깥에서 즐거움을 얻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쉽사리 허전해지고, 눈에 보이지만 잠시로 그치는 사물들 속으로 흩어져 들어가며, 결코 배부르지 않는 상상으로 저런 것들의 허깨비나 핥고 있을 따름입니다.…저희가 모든 사람을 비추는 빛이 아닙니다. 오히려 저희는 당신께 비추임을 받고 있을 따름이며, 그렇게 해서, 한때 어둠이었던 저희가 당신 안에 있는 빛이 되려는 것입니다.(에페 5,8 참조)…겉으로는 탄성을 질렀고, 안으로는 깨달음을 얻었으며, 시간을 삼키고 시간에 삼켜지면서(9-4.10)

3553. 마음이 불타지만 저 이미 죽은 귀머거리들에게 뭣을 해주어야 할지 몰랐습니다. 저도 한때 저 사람들 가운데 하나였고, 염병같은 놈이었고, 천상의 꿀로 단맛을 내고 당신 빛으로 환하던 문자들을 향해서 눈 딱 감고 짖어대던 놈이었습니다.(9-4.11)

3554. (아우구스티누스는 지식인으로서 기적을 구하는 일을 ‘하느님을 시험하는’ 경솔한 짓으로 보았다. “심지어 종교에서도 어떤 구원을 바라서가 아니고 오직 경험을 해 보겠다고 표징과 이적을 재촉해서 하느님을 시험합니다.”- 10-35.55)

3555. 당신은 저희의 일그러진 것들에 제 모습을 갖추어 주실 만큼 크게 능하십니다. 그 아이 안에 제 것이라고는 죄악 말고는 없습니다.(9-6.14)

3556. (진선미에 관한 인간의 근본 지식은 선천적으로 내면에서 비추어주는 교사-그리스도-의 가르침에서 유래하지 타인의 가르침에서 비롯하지 않는다)

3557. 당신 교회에 감미롭게 울려 퍼지는 당신의 시편과 찬미가에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모르며 그 노래 소리에 얼마나 깊이 감동했는지 모릅니다. 그 소리들은 제 귀에 스며들고 있었고, 진리는 저의 마음에 배어들고 있었으며, 신심의 열기가 타오르는데 눈물은 흐르고 흘러 제게 마냥 흐뭇하기만 했습니다.-서기 387년 4월 24일 부활 전야 암브로시오 주교에게서 받은 세례와 그 분위기 묘사(9-6.14)

3558. (모든 인간은 풀이요 그 영화는 들의 꽃과 같다-이사 40,6에 근거해서 ‘초가집domus faenea’은 인간 육체를 형용한다.-Enarrationes in Psalmos 51,12)

3559. 저 여종은 몸으로 저를 이 현세의 빛 속으로 빚어주고 마음으로는 제가 영원한 빛 속으로 태어나게 해 주었습니다. 제가 얘기하려는 것은 제게 베푼 그이의 은혜가 아니라 그이에게 베푸신 당신의 은혜입니다. 그이가 스스로 자기를 만들어낸 것도 아니었고 스스로 자기를 교육시킨 것도 아닙니다.(‘교육하다e-duco’-자기한테서 자기를 끄집어내다-라는 어휘의 어감 때문에 ‘스스로 자기를 만들어내다se ipsa fecerat’라는 문구를 앞에 덧붙였다.)(9-8.17)

3560. 이성으로 가르치고 권위 있게 명령하여(이성ratio과 권위auctoritas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인식론의 두 축에 해당)

3561. 그 ‘조금만’에다 나날의 ‘조금만’이 보태지면서, 작은 것을 무시하는 자는 조금씩 망하는 까닭에(집회 19,1 참조-“주정뱅이 일꾼은 부자가 되지 못하고 작은 것을 무시하는 자는 조금씩 망하리라”) 그이는 조그만 잔들에 순포도주를 거의 가득 채워 홀짝홀짝 들이킬 정도의 습관에 빠지고 말았습니다.…여울의 깊은 흐름도 파란만장한 세기들의 흐름도 질서 있게 당신의 소용대로 휘돌리시는 분이시므로, 다른 영혼의 광기를 이용해 또 다른 영혼을 낫게도 하십니다.(9-8.18)

※ 총 13권 278장으로 이루어진 <고백록>을 권위 있게 맨 먼저 우리말로 소개해주신 분은 최민순 신부님으로서 1965년에 바오로딸을 통해서였다. 여기서는 <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Confessiones, 성염 역, 경세원, 2016년>을 따랐다. 각 문단의 앞머리 번호는 원문에 없는 개인의 분류 번호이니 독자들은 괘념치 말기 바란다.

One thought on “고백록(10)

  1. 감사의 묵주기도와 함께
    -청하고 깨닫는 것보다 훨씬 더 이루어주시는분.
    -옷으로야 여자이지만 믿음으로는 대장부요 든든함으로는 할머니요 사랑으로는 모친이요 경건심으로는 그리스도인이었습니다 … 묵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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