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보스코의 교육을 흔히 ‘예방교육 시스템(preventive system)’이라 한다. 돈 보스코에게는 자신의 헌신과 삶으로 엮어간 교육적 삶의 체계 안에서 아이들이나 교육자들이 함께 기억하기 쉽도록 단순하면서도 잘 정리된 ‘세 가지’를 말하는 습관이 있었다.
세 가지
돈 보스코는 키에리의 공립학교 시절 친구들과 ‘명랑회(società dell’allegria)’를 조직했고, 모리알도에도 같은 모임을 조직했다.(참조. 돈 보스코의 회상, 돈보스코미디어, 1997년, 83-90) 돈 보스코는 명랑회를 통해 체험하고 익혔던 규칙이랄 수도 있는 “a+b-c”라는 단순하고도 명쾌한 내용을 훗날 아이들과 지내면서 그들에게 자주 반복하였는데, 이는 ‘기쁨(allegro)’ 더하기 ‘착함(buono)’ 빼기 ‘나쁨(cattivo)’을 뜻했다.
돈 보스코는 어린 프란치스코 베수코를 만났을 때, “세 가지만 실천하면 된다. 그럼 모든 게 다 잘 될 거다.” “그게 뭔데요?” “‘쾌활함(allegria, cheerfulness)’과 ‘공부(studio, study)’와 ‘신심(pietà, piety)’이지. 이건 아주 중요한 프로그램이란다. 이 프로그램을 잘 따르면 행복하게 살 수 있고 영혼에 유익한 일을 많이 할 수 있지.”라는 말을 주고 받는다.(성 요한 보스코, 프란치스코 베수코, 돈보스코미디어, 2009년, 80쪽; MB, VII, 494)라고 말한다.
돈 보스코는 “기쁨, 기도, 거룩한 영성체, 이 셋이 우리의 버팀목입니다.(Allegria, preghiera e santa comunione sono i nostri sostegni.)”라고 말한다.(MB, X, 1178)
돈 보스코는 청소년들이 자기 자신 안에 하느님께서 세우신 계획을 많은 시행착오 없이 발견하도록 돕는 ‘3S’라는 실행 원칙을 세우기도 하는데, “나는 청소년들이 매일 미사 때마다 3가지 ‘S’를 스스로 질문하면서 슬기롭게 자신의 성소를 잘 식별해 낼 수 있으리라고 확신합니다. 이는 ‘건강(sanità, health), 지혜(sapienza, wisdom), 거룩함(santità, holiness)’이라는 ‘3S’입니다.”(MB, XI 124)라고 말한다.
돈 보스코가 말하는 ‘건강’은 건강한 생활 습관 속에서 건강한 신체를 가꾸고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또래 집단과 명랑하게 함께 놀고, 특별히 운동 경기 등을 통하여 건강한 성취욕을 기르며, 타인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을 함양하고, 적당하고 고른 음식 섭취와 바른 휴식의 생활 습관을 몸에 익히는 것이다.
돈 보스코가 말하는 ‘지혜’, 곧 공부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가면서 지적인 능력을 향상시켜 나가고, 정직한 사회인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직업 세계에 필요한 것을 습득하는 과정이다. 일상에서 해야만 할 것들과 지켜야만 할 것들을 익히면서 능력을 배양하고 창의적인 상상력으로 진취적인 꿈을 꾸어가는 과정이다.
돈 보스코가 말하는 ‘거룩함’, 곧 성덕과 성화는 매일 선善을 추구하는 일상이다. 건강과 지혜를 하나로 묶어주는 것이 올바른 윤리 생활과 기도이다. 돈 보스코는 바른 도덕적 생활을 하는 청소년은 공부와 건강에 쉽게 발전하고, 영혼의 구원이라는 최고의 선에 빠르게 도달한다고 말하면서(MB, XI 15) 성덕이 누구에게나 가능한 목표임을 역설한다.(참조. 돈보스코, 도메니코 사비오, 돈보스코미디어, 2009년, 54-55)
돈 보스코에게는 이 세 가지 ‘S’라는 기준으로 앞날의 계획을 점검해가는 청소년들이야말로 잘 준비된 청소년들임이 틀림없다.
기쁨과 놀이
성경의 시편은 “기뻐하며 주님을 섬겨라.(Servite Domino in laetitia.)”(시편 100,2; MB, VI,4) 하고 말씀하신다. 오늘날까지도 온 세계 살레시오 집에 표어처럼 늘 새겨져 있는 문구다. 돈 보스코와 살레시오 영성의 대가로 알려진 카빌리아A. Caviglia는 ‘기쁨’이야말로 살레시오 집에 사는 이들의 11번째 계명이라고 말한다. 돈 보스코는 “달리고 뛰며 원하는 대로 마음껏 놀되 천국을 위해 죄를 짓지는 말아야 한다.(Run, jump, have all the fun you want at the right time, but for heaven’s sake, do not commit sin.)”라는 성 필립보 네리St. Filippo Neri(1515~1595년)의 말씀을 자주 되뇌었고, 이를 실제 교육 현장에 실현했던 분이다.
돈 보스코가 아이들과 함께 살면서 추구하고자 했던 재미와 놀이는 재능있는 이들만을 위한 등수 매기기나 메달 경쟁의 조직적 스포츠가 아니었다. 돈 보스코의 재미와 놀이는 모든 이에게 열린 활동이다. 그렇다고 놀이가 운동장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본질에서 비체계적이라고 할 수 있는 놀이는 삶의 비체계적(non-systematic)인 측면이 있는 모든 곳에서 발견된다. 돈 보스코의 교육을 ‘예방 교육 체계(preventive system)’라고 부른다고 해서 돈 보스코께서 아이들과의 교육적 삶을 정형화된 체계와 틀 안에서 교육적 가치를 실현하려 한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살레시오 교육자는 세상이 정형화되어 있고 정확한 시계 초침과 같은 것이 아니라고 믿는다. 살레시오 교육자들이 믿는 세상은 체계와 비체계가 혼합된 세상이다. 살레시오 교육은 비체계적인 것들에 관하여 건강한 존중을 지닌다. 돈 보스코의 집, 특별히 발도코의 오라토리오는 기쁨의 무질서, 행복한 혼돈이 있었던 곳이었고, 또 그러하여지고자 했던 곳이었다.
완벽하게 규율화 된 교실이나 학교는 교육적으로 효율적이지도 않고 건강하지도 않다. 돈 보스코는 미지의 것들 안에서도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알았다. 그는 폐쇄된 시스템이 아닌 열린 시스템 안에서 작동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우주의 기본 성격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성인이었다. 기쁨에는 낙관주의와 희망이 담겼다. 섭리하시고 사랑하시는 하느님을 믿는 이들에게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 그런 이들에게 인생은 나를 부르시고 존재하도록 사랑하시는 하느님과 함께 하는 모험이다. 여기에는 결국 선이 승리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크…열린 시스템 안에서 작동하기…시스템을 꽉 닫아 놔야 운영이 편한데요…물론 닫는 순간 도태되겠지만요. 늘 싸움입니다. 깨어있음과 편리함 사이의 긴장 안에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