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성인은 1182년 이탈리아의 아씨시에서 부유한 상인 집안 자녀로 태어났다. 어린 10대에 기사騎士가 되는 꿈을 지녀 전쟁에도 참여하였던 그는 26세가 되던 1208년 초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여행 보따리도 여벌 옷도 신발도 지팡이도 지니지 마라. 일꾼이 자기 먹을 것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마태 10,10)라는 말씀을 특별하게 듣고 자기 생애의 모토로 삼아, 비참했던 나환자의 가난을 만났으며, 그들을 돕기 위해 쓰러져가는 성 다미아노 성당을 고쳐가며 부유했던 가족과의 인연도 멀리한 채 아씨시의 거리에 나가 예수님의 말씀을 설파했다. 그리고 그를 따르는 젊은이들의 무리가 생겨났으며 열한 명의 첫 그룹은 프란치스코 성인과 함께 1210년 수도회를 설립하는 초석들이 되었다. 젊은 클라라라는 여성도 그에게 와서 가난한 클라라 수녀회의 초대 원장 수녀가 되었다. 성인은 1223년 교회의 역사상 처음으로 베들레헴에서의 예수 탄생 사건을 재현한 성탄 구유를 만들었고, 1224년 생애 말에 이르러서는 예수님의 오상五傷을 자기 몸에도 입는 영광을 받았다. 그는 1226년 10월 3일 요한복음의 수난기와 시편 141편을 낭독해주는 형제의 환송 안에서 44세로 아씨시에서 귀천했다. 그의 사후 채 2년도 안 된 1228년 7월 16일 교황 그레고리오 9세는 그를 성인품에 올렸다.
성인은 동물과 자연환경, 상인뿐만 아니라 가톨릭, 성공회, 루터교, 독일 개신교회 등에서도 사랑받으며 시에나의 카타리나 성녀와 더불어 이탈리아의 공동 수호성인으로 공경받는다. 2013년에 선출된 교황 프란치스코도 프란치스코 성인의 이름을 땄다. 성인의 별칭은 하느님의 음유시인, 가난한 이들의 친구이며 상징물은 비둘기이고, 동물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기적을 일으켰다고 전해져 동물들의 수호성인이기도 하다. 그의 자연 친화주의적인 사상은 오늘날 그리스도교 안에서 활발한 생태주의의 영감이 된다.
성인의 저작으로는 누구나 알고 있을 <평화의 기도>를 비롯하여 어느 날 평원의 새 떼를 향하여 행했던 강론이라든가, 눈병을 얻었다가 치료 중에 구술한 것을 다른 형제가 받아 적어 전해주었다는 <태양의 노래>와 같은 내용이 유명하다. 특별히 <태양의 노래(원제, 피조물의 찬가-Laudes Creaturarum)>는 성가로도 작곡되어 널리 알려졌으며 공동의 집을 돌보는 것에 관한 교황 프란치스코의 2015년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 제1항에서부터 등장한다. 성인이 눈병을 얻어 치료하면서 지은 것으로 알려지는 <태양의 노래>는 앞이 보이지 않아 구술한 것을 다른 형제 수사가 받아썼다고 전한다. 원제는 <피조물의 찬가(Laudes Creaturarum)>였는데 후에 성가로 작곡되면서 <태양의 노래>라는 제목이 붙었다고 한다.
by Pauline Baynes
<태양의 노래>
지극히 높으시고 전능하시고 자비하신 주여! 찬미와 영광과 칭송과 온갖 좋은 것이 당신의 것이옵고, 호올로 당신께만 드려져야 마땅하오니 지존이시여! 사람은 누구도 당신 이름을 부르기조차 부당하여이다.
내 주여! 당신의 모든 피조물 그중에도, 언니 햇님에게서 찬미를 받으사이다. 그로 해 낮이 되고 그로써 당신이 우리를 비추시는, 그 아름다운 몸 장엄한 광채에 번쩍거리며, 당신의 보람을 지니나이다. 지존이시여!
누나 달이며 별들의 찬미를 내 주여 받으소서. 빛 맑고 절묘하고 어여쁜 저들을 하늘에 마련하셨음이니이다.
언니 바람과 공기와 구름과 개인 날씨, 그리고 사시사철의 찬미를 내 주여 받으소서. 당신이 만드신 모든 것을 저들로써 기르심이니이다.
쓰임 많고 겸손하고 값지고도 조촐한 누나 물에게서 내 주여 찬미를 받으시옵소서.
아리고 재롱되고 힘세고 용감한 언니 불의 찬미함을 내 주여 받으옵소서. 그로써 당신은 밤을 밝혀 주시나이다.
내 주여, 누나요 우리 어미인 땅의 찬미 받으소서. 그는 우리를 싣고 다스리며 울긋불긋 꽃들과 풀들과 모든 가지 과일을 낳아 줍니다.
당신 사랑 까닭에 남을 용서해 주며, 약함과 괴로움을 견디어 내는 그들에게서 내 주여 찬양받으사이다.
평화로이 참는 자들이 복되오리니, 지존이시여! 당신께 면류관을 받으리로소이다.
내 주여! 목숨 있는 어느 사람도 벗어나지 못하는 육체의 우리 죽음, 그 누나의 찬미 받으소서.
죽을 죄 짓고 죽는 저들에게 앙화인지고, 복되다, 당신의 짝없이 거룩한 뜻 좇아 죽는 자들이여! 두 번째 죽음이 저들을 해치지 못하리로소이다.
내 주를 기려 높이 찬양하고 그에게 감사드릴지어다. 한껏 겸손을 다하여 그를 섬길지어다.(최민순 사도 요한 신부 역)
<시편 141편>
주님, 당신께 부르짖으니 어서 저에게 오소서. 제가 당신께 부르짖을 때 제 소리에 귀를 기울이소서. 저의 기도 당신 면전의 분향으로 여기시고 저의 손 들어 올리니 저녁 제물로 여겨 주소서. 주님, 제 입에 파수꾼을 세우시고 제 입술의 문을 지켜 주소서. 제 마음이 악한 일에 기울어 나쁜 짓 하는 사내들과 함께 불의한 행동을 하지 않게 하소서. 저들의 진미를 즐기지 않으오리다. 의인이 자애로 저를 때려도 저를 벌해도 좋습니다. 그것은 머릿기름, 제 머리가 마다하지 않으오리다. 저들의 악행을 거슬러 저는 늘 기도드립니다. 저들이 심판자들의 손에 떨어지면 제 말이 얼마나 좋은지 들어 알리이다. 누가 밭을 갈아 땅을 파헤쳤을 때처럼 저들의 뼈가 저승 어귀에 흩어지리이다. 정녕 주 하느님, 제 눈이 당신을 향합니다. 제가 당신께 피신합니다. 제 영혼을 쏟아 버리지 마소서. 저들이 쳐 놓은 덫에서, 나쁜 짓 하는 자들의 올가미에서 저를 지키소서. 제가 탈 없이 지나가는 동안 악인들은 자기들이 파 놓은 함정에 빠지게 하소서.
성인 중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코 축일이군요.
제 삶도 그 분처럼 청빈해져서
많이 비워지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