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운雲’이라는 글자는 원래 ‘이를 운云’이라고 하는 글자에서 온다. 이 ‘이를 운云’이 ‘구름 운云’이라고 하던 글자를 빌려서 ‘말하다(왈曰)’라는 뜻으로 쓰이면서 ‘이를 운云’이 된 것이다. 이렇게 본래의 뜻을 잃어가는 글자 ‘云’ 위에 ‘비 우雨’를 올려서 원래의 뜻을 찾아주려고 한 것이 현재의 ‘구름 운雲’이다. 현대 일본의 마지막 석학이라 하고 <공자전>으로도 유명한 시라카와 시즈카(1910~2006년)는 허공을 떠도는 구름(雲)에 용(龍) 모습을 한 정령이 있어서, 구름 기운이 감도는 아래에 용이 꼬리를 말고 있는 형태를 나타낸다고 이 글자를 풀이한다. 조각구름, 양털구름, 새털구름…하는 구름이 아니라 뭉게구름을 볼 때 이런 해석이 쉽게 짐작 간다.
구름은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하늘, 바람, 땅이 어우러져 연출하는 드라마요 메시지다.
플로리다 여름에는 유달리 뭉게구름이 많다. 하늘 이곳저곳에 구름이 신기하게 각양각색 모양을 짓고 흐트러뜨리고를 반복하다가 어느 순간 새카만 먹구름, 비구름을 갑자기 만들어 순식간에 성난 폭우를 뿌려대며, 도대체 언제까지 하늘에 무심하려느냐 하고 호통치듯 천둥 번개를 요란하게 곁들인다. 그렇게 구름은 자기가 품은 양을 모조리 쏟아낸 다음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새로운, 하얗고 멀리 높은 구름으로 등장하여 금방 해를 쨍쨍 내리비춘다. 그리고 바람과 함께 하늘의 구름놀이인지 구름의 하늘놀이인지 모를 놀이를 다시 시작한다. 그렇게 구름이 놀이를 시작하면 두 계절만 사는 플로리다 사람들은 다시 느긋해진다. 구름이 모양을 바꾸면 땅의 모습도 바뀌는 것이라고 알고 살아왔던 4계절의 사람들에게는 적어도 1년의 절반이 뜨겁기만 한 세상 사람들이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게까지 느껴진다. 하늘에 무심한 땅 위의 사람들에게 하늘 좀 봐 달라는 듯이 천둥이 아무리 요란해도 4계절이 없는 곳의 사람들은 일상이 금세 무심하다.
성경에서 ‘구름’은 언제나 하느님의 현존을 알리는 표시이거나 하느님의 힘이 펼쳐지는 상징이다. 그러나 “폭풍과 회오리바람은 그분께서 다니시는 길이며 구름은 그분 발밑에 이는 먼지다.”(나훔 1,3) 할 때는 뭉게구름이 맞지 않는 듯하다. 오히려 뭉게구름 뒤에 펼쳐지는 짙은 먹구름이나, 비구름, 토네이도 같은 구름 기둥이 더 맞다. 땅 위의 사람은 “하늘을 우러러보십시오. 당신보다 높이 떠 있는 구름을 쳐다보십시오.”(욥 35,5) 하는 말씀처럼 하늘을 보고 살아야 한다. 하늘을 보고 사는 사람들은 언젠가 “구름을 타고 오는”(마태 24,30;26,64 마르 13,26;14,62 루카 21,27) ‘그날’과 ‘그분’을 꿈꾼다.(20170824 *이미지-구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