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나무 상’이라고도 하는 ‘나뭇잎 엽枼’은 ‘枽’과 같은 글자인데 이 글자에는 ‘나무 목木’ 위에 ‘세상 세世’가 올라앉아 있다. 왜 하필 ‘세상 세世’가 올라앉아 있을까. 재잘거리기를 좋아하고 쓸데없는 말로 떠들기를 좋아하는 세상이 마치 나무 위에 올라앉아 지저귀고 짹짹거리는 새들 같아서 그런가 보다 할 수도 있겠지만 ‘세상 세世’는 원래 나뭇가지에 붙어있는 잎사귀들을 본떠서 만든 상형글자이다. 그러니까 ‘세世’는 잎이라는 의미였다. 나뭇가지에서 나뭇잎이 떨어지면 새 나뭇잎이 나는 모습을 세대가 교체되는 것으로 연상하여 나중에 ‘세대’라는 의미까지 갖추게 되었다. 결국 ‘枼’은 나무 목 위에서 잎이 나불대는 모양으로 만들어진 글자이다. ‘나뭇잎 엽枼’은 나중에 좀 더 구체적으로 ‘풀 초艹’를 머리에 더 얹어 ‘잎 엽葉’이라는 글자로 잎의 의미를 온전히 대체한다.
이런 내력을 가진 ‘나뭇잎 엽枼’ 옆에 ‘입 구口’를 붙이면 ‘재잘거릴 첩喋’이 되고, ‘말씀 언言’을 붙이면 함부로 말하고 몰래 일러바치는 ‘고자질할 첩諜’이 되며, ‘조각 편, 절반 반片’을 붙이면 종잇조각에 써서 알리는 ‘편지 첩牒’이 되고, ‘눈 목目’을 붙이면 바로 보지 못하는 ‘눈 감을 첩䁋’이 된다.
아직 한참 더운 여름이다. (늘 한바탕 바다를 뒤집어 놓는 태풍 끝에 종식을 고하던 여름이었는데, 2023년 8월 끝은 뒤늦은 장마처럼 며칠째 비가 오락가락하며 습기를 더하고 우중충하다) 곧 지나가리라는 기대로 아직 견디는 여름이지만, 언뜻 하늘을 쳐다볼 수 없을 만큼 따끈하게 내리쬐는 햇빛에 나뭇잎들은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고 반짝거리면서 잎사귀마다 자기 얘기를 나불대는 것 같고, 가지 사이사이마다 새들이 찾아들어 짹짹거리며 바쁘다. 그래서 ‘재잘거릴 첩喋’이 떠올랐지만, 이내 “사람들은 자기가 지껄인 쓸데없는 말을 심판 날에 해명해야 할 것이다.”(마태 12,36) 하는 말이 떠올라 주춤해진다.(2017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