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는 인간적이지만…용서는 하느님스러운 것(18세기 영국의 시인 알렉산더 포프Alexander Pope, 1688~1744년)』
하느님만이 용서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우리도 용서할 수 있지만, 우리는 우리의 용서에 적어도 상당한 은총과 의지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용서가 우리 자신의 건강을 위해 대단히 유익하다는 연구는 많다. 그렇지만 용서는 대부분 사람에게 여전히 도전으로 남는다. 용서하고 싶어도 그 과정은 참 힘들다.
용서에 관한 기술은 우리 사회에서나, 많은 가정에서 실행이 잘 되지 못한다. 그래서 많은 커플이 이를 중요한 문제로 삼고 상담 전문가를 찾기도 한다. 서로 다투면서 상처를 입는다거나 그 문제를 회피하고 싶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럴 때 우리는 자기를 방어하고 보존하려는 뇌의 부분, 곧 감정을 조절하고 공포 및 불안에 대한 학습 및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뇌의 편도체扁桃體 부분이 활발하게 화학작용을 하면서 신경계가 충동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그렇지만 우리 뇌에는 전방에 위치하여 추리, 계획, 운동, 감정, 문제해결에 관여하는 전두엽前頭葉이라는 부분도 있어서 은총의 도우심과 함께 달리 행동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용서의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게 된다.
전두엽은 목표와 과제를 설정하고, 적절한 행동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며, 내가 할 수 있는 반응과 할 수 없는 반응을 판단하게 하고, 대상과 개념 간의 관계를 식별하게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두 전두엽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해야만 하지만, 많은 이가 그렇게 하는 데 처음에는 어려움을 느낀다. 그래서 ‘용서’가 하느님께서나 하실 수 있는 행동이라 생각하게 된다. 그렇지만 우리는 진정으로 ‘참사랑’이신 하느님께 다가가면서 우리 용서의 기술을 성장시켜 갈 수 있다.
용서는 ‘피해자’라는 의식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자신을 개선하기 위해 내린 의식적인 결정이다. 용서는 또한 덕을 연마하여 나만 사랑하지 않고 타인도 사랑하겠다는 진심 어린 결정에서 비롯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와 충분히 가까워졌다고 생각할 때 그 상대방에게 내가, 혹은 상대방이 나에게 때때로 실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렇게 실수했다 싶으면 일단 숨을 들이쉬고 그 사실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실수는 인간이 하는 것이다. 우리 각자는 각기 다른 강점과 약점을 지니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아주 쉬운 일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몹시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아마도 이것이 우리가 상호의존적인 존재라는 것을 서로 알도록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섭리일 것이다. 우리는 우리들의 결혼이나 가족생활, 그리고 공동체 생활 안에서 서로를 필요로 할 뿐만 아니라, 용서하는 존재이면서 동시에 용서를 받아야만 하는 존재이다.
그렇지만 ‘화해’는 전체적이면서도 개별적인 또 다른 내용이다. 용서가 꼭 화해일 필요는 없고, 어쩌면 화해는 나중에 올 수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만성적으로 학대를 가해오는 배우자나 도움을 거부하는 부모가 용서를 받을 수는 있지만, 다시 원래대로 관계가 회복되는 화해에 이르기는 실현 불가능한 것일 수도 있다.
여기서 거론하는 용서의 단계, 혹은 기술은 상처를 가해오는 사람의 선택과 상관없이 시작할 수 있다. 용서는 어떤 잘못을 정당화하거나 합리화하는 것, 혹은 아예 어떤 일이 발생하지 않은 척하는 것과는 다르다. 용서는 오히려 자기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요 우리 영혼을 훔치려는 어떤 것이 우리를 잠식해 들어오는 것에서 우리 자신을 해방하는 것이다.
나로서는 스스로 배우면서 나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었던 이 용서의 기술이라는 과정을 제안하고자 한다. 상당히 흥분되어 있거나 동요된 마음을 차분히 진정시키면서 우리 자신의 중심에 계시는 그리스도께로 돌아가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제1단계 – 깊게 숨을 들이쉬고 연결하기
말 그대로 숨을 들이쉬고 나의 반응을 옆으로 치워놓으면서 마음을 진정시키고 『오소서, 오 나의 성령이여. 임하소서, 거룩한 성령의 불길로 헛된 마음 모두 다 태우시고, 나를 새롭게 하소서. 진리로 날 가르쳐 주셔서, 내 영을 자유롭게 하소서.』 하는 기도문 중에서 한두 마디나 한 구절, 혹은 전체를 반복하면서 기도한다. 깊은 숨을 들이쉬면서 호흡 자체를 의식하다 보면 그 숨의 근원인 성령, 내 존재의 핵심, 곧 용서하시는 하느님과 연결될 수 있다. 차분히 앉아 잠시라도 매일 이를 반복하다 보면 마음에 상처를 내는 생각이나 상황, 용서할 수 없는 내용이라는 자물쇠를 열어 갈 수 있다.
제2단계 – 느낌과 생각들을 안전하게 처리하기
누군가가 나에게 상처를 줄 때 마음 깊이 감정적으로 고통을 느끼는 것은 정상적인 일이다. 그 상처가 얼마나 아프고 기분 나쁜 일인지 알아차리고 이를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흥분된 감정이 다소 누그러졌다 싶으면 일어난 사건이나 상황을 글로 적어보거나 그림으로 표현할 수도 있고, 성직자나 상담 전문가를 찾아(연관된 가족이나 어떤 형태로든 연관될 수 있는 친구가 아닌 것이 낫다) 대화를 나눠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느낌과 생각들을 안전한 방식으로 표출하는 것이다. 상황을 식별하면서 용서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상대방과는 아직 대화해서는 안 된다. 반응이 없어질 정도로 충분히 진정되었다 싶고,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날 수 있으며 상대방이 다시 만날 수밖에 없는 사람일 때, 비로소 비난이 아니라 요청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받은 상처 때문에 깊은 고통을 느끼고 그러한 감정 때문에 건강에 이상이 생긴다거나 그 일과는 상관없는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데에 어려움이 생긴다면, 가톨릭 심리 상담사나 경험 많은 성직자를 찾아 건강하고 긍정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생각해봐야 한다.
제3단계 – 나의 역사 살펴보기
상처를 입힌 사람과 직접이든 간접이든 어떤 형태로도 보복하지 않기로 한다. 나의 과거 역사에서 비슷한 느낌이나 감정을 느낀 부분이 있었는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살펴본다. 지금의 분노나 화가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 식별한다. 현재의 감정이나 상처가 부분적으로라도 과거의 오래된 상처와 관련이 있을 수 있는지를 보면서, 만약에 관련이 있다면 그 부분에 집중하면서 그 부분도 보복하지 않으며 용서하고 치유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제4단계 – 정직과 진지함으로
일어난 일에 대해 거듭거듭 생각하지 않도록 하면서 정직하고 진지하게 의식적인 결정을 내린다. 나를 치유할 일에 대해서 생각하고 이에 머문다. 내가 나의 용서에 대해 다른 사람의 반응에 좌우되는 사람이 아님을 생각한다. 용서는 느낌이 아니라 선택이다.
누군가를 도와줄 만한 능력이 충분히 된다고 생각하면 상대방에게 감사하면서 실질적으로 어떤 것을 도와줄 수 있는지 구체적이고 분명한 내용을 솔직하게 말한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말이나 행동, 심지어 마음속에서조차도 계속 그를 벌罰하지 않기로 작정한다.
제5단계 – 기도하기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부분이다. 기도는 용서를 위한 열쇠이다. 용서하기로 선택한 누군가를 위해서 매일 기도해야 한다.(성경 읽기, 자비에 관한 묵상, 묵주기도, 하느님 자비의 호칭 기도, 주모경-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등등)
제6단계 – 용서하기 위해 하느님의 은총을 청하기
매일, 순간순간 때때로, 하느님의 은총을 청하고 그 은총에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를 간구한다. 특별히 고백성사와 성체성사에 참여하도록 한다. 매일 미사 책을 따라 그날의 독서와 복음을 읽고 가톨릭 기도서나 성무일도서에 나오는 아침·저녁 기도를 드리도록 한다. 가톨릭교회의 음악을 듣거나 영상물을 시청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은 용서를 위해 영적 양식을 섭취하면서 영혼을 살찌우는 것이며 사고를 확장하는 것이다.
제7단계 – 배우고 익힌 교훈을 다시 생각하기
일련의 용서 과정 체험을 통해 배우고 익힌 내용을 새겨서 앞으로 나아간다. 내가 배우고 익힌 내용은 무엇인지, 혹은 누군가와 함께 배우고 익힌 내용이 무엇인지, 또한 관계의 치유에 관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는지 숙고한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실패를 통해서도 좋은 일을 이루신다.
『당신은 당신의 원수를 두고 마음에서 무엇이라고 말해야 합니까? ‘주님, 그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그의 죄를 용서하시고, 그에게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심어주시며, 그가 변화하게 해 주소서.’ 해야 합니다. 당신은 현재의 있는 그대로의 그가 아니라 변화될 그의 모습을 사랑하는 것입니다.(성 아우구스티누스)』
*번역글 : 글과 이미지 출처-https://www.catholictherapists.com/articles?q=Forgiven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