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르다(μένω, méno)

사람마다 자주 사용하거나 입에 붙어 있고 좋아하는 말마디가 있게 마련이다. 요한복음에서만 무려 22곳에서 보이는(횟수로는 더 많다) ‘머무르다’라는 단어이다. 복음사가 요한을 특징짓는 말 중 하나이다. 이 말은 신약성경의 언어인 희랍어에서 ‘메노’(μένω, méno, 머무르다, 붙어 있다, 남다, 지내다, 영어 : to remain, to abide, to stay)’라는 동사이다. 그러나 그리스도교에서 이 말은 괄호 안에 서술한 일반적인 동사의 개념이 아니다. 신약성경에서 그리스도와 그분을 믿는 이들과의 관계를 묘사하는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이다. 특별히 요한복음에서는 “말씀”이신 그리스도와의 관계를 뜻하면서 의미가 남다른 말이다.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내 계명을 지키면 내 사랑 안에 머무를 것이다.”(요한 15,9.10) 하신다.

예수님의 “사랑 안에” 머물고, 그분의 “계명을 지킨다”라는 것은 무슨 뜻일까? 이는 예수님의 사랑 안에 머무르기 위해 예수님과 우리만의 울타리를 쳐서 폐쇄적인 집단으로서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개방된 집단으로서 “이웃 사랑”이라는 계명으로 예수님의 사랑을 나누면서 비로소 그 사랑 안에 머무르게 된다는 원리를 담는다. 주체할 길 없이 공짜로 거저 주어진 하느님의 사랑이 나를 통하여 널리 흐르게 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삶이다.

머무르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먼저 예수님의 “말씀” 안에 머물러야 한다. “말씀”을 자주 읽고 또 읽어 그 “말씀”이 나를 읽으실 때까지 “말씀” 안에 머물러야 한다. 둘째, 유구한 교회의 삶과 가르침, 그리고 예수님의 “말씀”을 살았던 교회 안에 머물러야 한다. 교회의 문헌이나 교회의 고전, 그리고 성인전 안에 머물러야 한다. 셋째, 공동체 안에 나를 포함하여 “이웃” 중 하나로 머물러야 한다. 소위 공동체 안에 살면서도 절대 오지 않을 ‘그때’를 막연히 기다리면서 자칫 뜨내기로만 평생 살 수 있음을 경계하고, 바로 옆의 형제와 자매를 참으로 나의 형제와 자매로 알아 모셔 그들 안에 머물러야 한다.(*이미지-영문 구글)

* 오한복음에서 ‘머무르다’를 찾아 볼 수 있는 곳들(요한 1,32.33;2,12;3,22.36;4,40;5,38;6,56;7,9;8,31.35;10,40;11,6.54;12,46;14,10.17;15,4.5.6.7.10)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