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교의 수도자들이 세상 앞에 뭐 그리 내세울 만한 특별한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자랑할 만한 것도 없다. 그들이 세상보다 좀 더 잘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있다면 그것은 ‘공동체’라는 것을 이루어 함께 살 줄 안다는 그것뿐이다. 수도자들은 봉헌 생활을 통해 세상 사람들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신호와 화살표가 되고자 한다.
그래서 수도자들은 주님께서 우리를 둘씩 짝지어 보내셨다는 사실(참조. 마르 6,7), 당신 이름 아래 둘 셋 모인 곳에 함께 하시겠다고 하셨던 사실(참조. 마태 18,19-20)을 믿으며 이를 공동체로서 세상에 증거한다. 사실 주님을 섬긴다는 것 자체가 혼자서 가능하기나 한 일인지, 또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수도자들은 함께일 때 비로소 자신의 이름으로써가 아닌 주님의 이름으로 파견된 자들임을 알게 된다. 수도자들은 각자가 혼자서 뭔가를 해낼 수 있다고 믿어 스스로 만들어낸(self made) 환상을 거부한다.
함께 살라고 하신 주님께서는 또 함께 일하라고도 하신다. 함께 일하는 것은 노동조합이나 협동농장처럼 단순히 공동으로 작업한다는 뜻이 아니다. 믿음과 불신, 희망과 절망, 기쁨과 슬픔 모두를 내 옆의 형제자매와 함께 나누는 것이고 봉헌하는 것이다.(참조. 요한 10,14-15)
개인적인 영웅심을 극복해가면서 함께 일할 수 있는 원리는 ‘고백’과 ‘용서’ 둘이다. 고백과 용서만이 죄 많은 인간이 함께 살아가고 함께 일하는 사랑의 방법이요, 사랑의 기술이며, 사랑의 기준이다.
고백이란 나 자신의 실수와 잘못, 죄악을 경솔하게 낱낱이 내뱉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이렇게 허물 많은 존재로서, 연약한 존재로서, 다른 이와 같은 공동체 구성원 중 하나임을 자각하고, 그 사실을 직면하면서, 공동체 안에서 자신을 포함하여 살아간다는 것을 말한다. 예수님께서는 독보적인 어떤 전문가(professionals, experts)가 되라 하지 않으셨다.
용서하고 용서 받을 줄 알며, 사랑하고 사랑 받을 줄 아는 형제자매로서 함께 살라고 하시고, 함께 일하라고 하셨다.(20160115 *이미지-영문 구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