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가리비 조개껍데기가 가리키는 모든 길

* 나는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순례길이지만, 그곳에 벌써 몇 번이나 올라 있는 친구 신부님께 순례 동안 나를 위해 성모송 한 번을 바쳐달라고 부탁했다. 신부님은 매일 그곳의 사진을 보내온다. 부러운 마음과 함께, 나 역시 사진을 따라 어느덧 그 순례길 위에 있다. 마침 순례길에 관한 좋은 글을 발견하여 반가운 마음에 번역하고, 오늘 주마이아(Zumaia) 지질공원을 지나고 있다며 보내온 친구의 사진과 함께 기록을 남겨본다. Zumaia는 지리적으로 아래 내용에 등장하는 ‘북쪽 길(Camino del Norte)’ 위에 있는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세계적인 해안 명소다.

※함께 읽기: 테오데미르 주교와 산티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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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카미노(Camino, 순례길)’라는 단어를 들을 때 똑같은 풍경을 떠올린다. 스페인 북부를 가로지르는 먼지 날리는 흙길, 배낭에 달린 가리비 조개껍데기, 빗속의 성당, 그리고 어쩌면 배우 마틴 쉰(Martin Sheen)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들이 생각하는 것은 바로 ‘프랑스 길(Camino Francés)’이다. 생장피에드포르(Saint-Jean-Pied-de-Port)에서 출발해 피레네산맥을 넘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이어지는 500마일(약 800km)의 이 코스는 순례의 전형적인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아름다운 길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이 길은 거대한 네트워크라는 그물망 속 한 가닥 실에 불과하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단 하나의 길이 아니다. 그것은 사도 야고보의 무덤을 향해 자신이 살던 곳에서부터 걸어가기 시작했던 중세 초기부터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간 순례길들의 네트워크다. 이것이 처음 순례길에 오르는 이들이 가장 많이 놓치는 핵심 사실이다. 카미노의 본래 논리에 따르면, 순례길은 바로 당신의 집 문 앞에서 시작된다.

파리, 로마, 크라쿠프, 리스본, 그리고 발트해 연안에서 온 중세 순례자들은 각자의 길에서 출발해 모두 하나의 성당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이 땅 위에 굳은살처럼 새겨놓은 길들이 모여 ‘카미노(복수로서의 길들)’가 되었다.

오늘날에도 그 길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으며 걸을 수 있다. 포르투갈, 프랑스, 독일, 스위스, 크로아티아, 리투아니아, 폴란드에서도 시작할 수 있다. 루마니아에서도 시작할 수 있는데, ‘루마니아 길(Camino de Romania)’은 이아시(Iași)에서 출발하여 카르파티아산맥을 넘어 트란실바니아를 지나 서쪽으로 향하는 더 넓은 유럽 네트워크로 연결된다. 유럽이사회(Council of Europe)가 1987년 카미노를 ‘제1호 유럽 문화 기행로’로 선포한 이유가 바로 이러한 대륙적 확장성 때문이다. 천 년 동안 사람들이 걸어온 길을 따라 동에서 서로 유럽 전체를 진정으로 가로지르는 몇 안 되는 살아있는 유산인 것이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순례길들

스페인과 포르투갈 내에만 공식적으로 인정된 코스가 최소 12개 이상 존재한다.

포르투갈 길(Camino Portugués): 리스본이나 포르투에서 출발하여 포르투갈을 거쳐 갈리시아로 북상하는 대서양 해안길이다. 프랑스 길보다 훨씬 푸르르고 온화하며 덜 붐빈다.

북쪽 길(Camino del Norte): 바스크 지방에서 서쪽으로 칸타브리아 해안을 끼고 달리는 길로, 언제나 바다를 조망하며 걸을 수 있다.

은의 길(Vía de la Plata): 남부 세비야에서 출발해 스페인을 남북으로 지르는 로마 시대의 옛길로, 에스트레마두라와 카스티야 지방을 지나간다.

프리미티보 길(Camino Primitivo, 최초의 길): 가장 오래된 기록을 가진 코스로, 서기 850년경 아스투리아스의 알폰소 2세 왕이 새로 발견된 야고보 사도의 무덤을 참배하러 갔던 길이다.

영국 길(Camino Inglés):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배를 타고 도착한 순례자들이 전통적으로 이용했던 짧은 해양 코스다.

그란카나리아 길(Camino de Gran Canaria): 카나리아 제도에 있는 3~4일짜리 코스로, 수 주일간의 장정 없이 순례길을 맛보고 싶은 이들에게 적합하다.

몰타 길(Camino Maltés): 전체 네트워크 중 가장 길고도 뜻밖의 코스 중 하나다. 2023년에 공식 개통된 이 길은 사도행전에 기록된 난파 사고 후 바오로 사도가 피신했다고 전해지는 몰타 라바트(Rabat)의 ‘성 바오로 굴’에서 시작된다. 섬을 지나 비르구(Birgu)의 성 안젤로 요새까지 21마일을 이동한 뒤, 순례자들은 페리를 타고 시칠리아로 건너간다. 거기서 사르데냐를 거쳐 바르셀로나로 이어지며, 결국 프랑스 길과 합류해 산티아고로 향한다. 4개 지역과 3개 국가를 육로와 바다로 가로지르는 총연장 약 3,600km의 대장정이다.

이 연결은 단순히 지리적인 것에 그치지 않는다. 17세기 문서에 따르면 알로프 드 위냐쿠르(Alof de Wignacourt) 구호기사단 단장이 성 바오로 굴 출신의 한 은수자에게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걸어갈 수 있도록 통행증을 발급해 준 기록이 남아 있다. 즉, 몰타 길은 없던 길을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잊혀졌던 길을 회복한 것이다.

각 코스마다 고유한 풍경, 성인, 성지, 그리고 저마다의 성격이 있다. 이 길들은 단순히 프랑스 길을 대체하는 소모적 대안이 아니다. 목적지만 공유할 뿐 저마다 완전히 독립된 순례길이다.

8월 순례에 관한 조언

성 야고보 사도의 축일은 7월 25일이므로, 여름은 자연스럽게 카미노를 떠올리게 되는 계절이다. 그러나 가장 인기 있는 코스들을 고려한다면 유의할 점이 있다. 7월과 8월은 가장 뜨겁고 붐비는 달이다. 특히 프랑스 길의 내륙 구간인 부르고스와 레온 사이의 거대한 중앙 고원지대(메세타, Meseta)는 기온이 35°C를 웃돌고 폭염 시에는 40°C를 넘어서기도 하여 실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알베르게(순례자 숙소)는 정오면 만석이 되고 수 주일 전에 미리 예약해야 하며, 붐비는 구간에서는 순례가 주는 침묵과 묵상의 차원을 찾기 어려워진다.

만약 8월밖에 시간이 나지 않는다면 해안 코스가 답이다. 북쪽 길이나 포르투갈 해안길은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바람 덕분에 내륙보다 기온이 8~12도 정도 낮다. 새벽 6시에는 길을 나서는 부지런함은 필수다.

대다수 순례자들이 꼽는 가장 좋은 달은 5월, 6월 초, 그리고 9월이다. 날씨가 온화하고 해가 길며, 인파도 적당하여 풍경이 가장 생동감 있게 살아나는 시기다. 만약 지금 이 글을 읽고 내년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 달력의 5월에 표시해 두라.

왜 떠나는가?

성 야고보 축일은 지난 12세기 동안 카미노가 순례자들에게 던져온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기 좋은 때이다. “왜 걷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질문을 던진 당사자조차 놀라게 만들곤 한다. 많은 이들이 건강이나 호기심으로 시작했다가 예상치 못한 무언가를 마주하게 된다. 자신의 사고를 바꿔놓는 낯선 이와의 대화, 이전의 그 어떤 성당과도 다르게 다가오는 로마네스크 양식 성당에서의 어느 아침, 자신에게 가장 필요했던 언덕 위에서의 고요함 같은 것들이다.

카미노는 이것을 미리 약속하지 않는다. 그저 조건만을 제공할 뿐이다. 느림, 반복, 육체적 노고, 그리고 같은 방향을 향해 걸어가는 동반자들의 존재.

이 길을 만든 중세 순례자들은 스페인 내부의 구간뿐만 아니라 여정 전체가 순례였기에 자신의 집 문앞에서부터 발걸음을 뗐다. 그 순례의 진정한 논리는, 속도를 줄이고 그것을 발견하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오늘날에도 여전히 열려있다. 가리비 조개껍데기는 서쪽을 가리킨다. 순례길은 바로 당신이 있는 어디에서나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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