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정중월詠井中月·이규보李奎報

Tampa, FL

어제저녁 호수 위로 맑게 뜬 여러 개 달이 오늘 새벽 어스름 안개 속에 하나로 진다. 정월의 달이나 섣달의 달이나 같은 달이지만, 달에 붙이는 노래는 사람 따라 세상 따라 새삼스럽다. 정월 대보름이라고 연세 지긋한 선배 신부님께서 나물과 부럼 한상차림의 그림을 곁들여 소식을 주셨다. 이규보 선생(*李奎報, 1169∼1241년, 고려 중기 문인, 자는 춘경春卿, 호는 백운거사白雲居士·백운산인白雲山人, 시·거문고·술을 좋아하여 삼혹호선생三酷好先生)의 옛글을 찾아 읽었다.(20220216)

열대우림기후가 확연한 한가위 즈음은 오곡백과와 달을 노래하고 한가위를 넘어 대추가 익어가는 가을을 노래하기에 당혹스러움을 안기면서 어찌할 바를 모르게 한다. 맑은 하늘의 달을 그리는 시인의 정겹고 호젓한 마음가짐이 도무지 말이 안 되는 천 년 전의 슬픔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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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정중월詠井中月: 우물 속 달을 읊다

山僧貪月光(산승탐월광) 甁汲一壺中(병급일호중)

到寺方應覺(도사방응각) 甁傾月亦空(병경월역공)

산승이 달빛 욕심나 단지 속에 물 함께 길어 담았네

절에 돌아와 비로소 안다네 단지 기울면 달 또한 비는 것을

 

산석영정중월山夕詠井中月: 산 저녁 우물 속 달을 읊다

漣漪碧井碧嵓隈(연의벽정벽암외) 新月娟娟正印來(신월연연정인래)

汲去甁中猶半影(급거병중유반영) 恐將金鏡半分廻(공장금경반분회)

푸른 바위 푸른 우물 초승달 곱게 바로 찍혔네

길어 담은 물동이 비치는 반 조각 달 반쪽 달만 가지고 돌아갈까 걱정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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