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 호수 위로 맑게 뜬 여러 개 달이 오늘 새벽 어스름 안개 속에 하나로 진다. 정월의 달이나 섣달의 달이나 같은 달이지만, 달에 붙이는 노래는 사람 따라 세상 따라 새삼스럽다. 정월 대보름이라고 연세 지긋한 선배 신부님께서 나물과 부럼 한상차림의 그림을 곁들여 소식을 주셨다. 이규보 선생(*李奎報, 1169∼1241년, 고려 중기 문인, 자는 춘경春卿, 호는 백운거사白雲居士·백운산인白雲山人, 시·거문고·술을 좋아하여 삼혹호선생三酷好先生)의 옛글을 찾아 읽었다.(20220216)
열대우림기후가 확연한 한가위 즈음은 오곡백과와 달을 노래하고 한가위를 넘어 대추가 익어가는 가을을 노래하기에 당혹스러움을 안기면서 어찌할 바를 모르게 한다. 맑은 하늘의 달을 그리는 시인의 정겹고 호젓한 마음가짐이 도무지 말이 안 되는 천 년 전의 슬픔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