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라우렌시오(225~258년)는 영어식 이름에서 로렌스, 이탈리아말로는 로렌쪼Lorenzo라고 발음하는 성인으로서 원래는 스페인 출신으로서 로마교회의 일곱 부제 중 한 명으로 알려진다. 스페인에서 넘어온 분으로서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에 이어 로마의 세 번째 수호성인이다. 로마 제국 시절 로마의 황제 발레리아누스(253~260년 재위) 통치 때 식스투스 2세가 교황이 된 후 257년 부제품을 받았으며 이어 로마의 으뜸 부제(부주교, archdeacon)로 지명되었다. 교황 식스투스 2세는 258년 8월 6일 순교하면서 라우렌시오가 자신의 뒤를 이을 것이라고 예언하였다. 식스투스가 순교한 후 당시 로마의 집정관이었던 코르넬리우스 세콜라리우스가 라우렌시오에게 교회의 보물들을 요구하였는데, 성 암브로시오의 증언에 따르면 라우렌시오는 사흘 말미를 요구하여 그동안 교회의 재산을 모아 처분하고 가난하고 병든 이들에게 모두 나누어 주었으며 이들과 함께 집정관 앞에 나아가 “여기 교회의 보물이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교회는 진정 부유하니 당신의 황제보다도 더 부유합니다.”라고 말했다 한다.
이 때문에 라우렌시오는 사형을 받게 되었는데, 교황 식스투스처럼 참수형을 당했을 수도 있지만, 전승에 따를 때 화형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순교를 당하면서도 기쁨을 잃지 않았고 석쇠 위에서 불에 타는 고통을 당하면서도 사형 집행관에게 한쪽이 잘 구워졌으니 다른 쪽으로 뒤집어달라는 농담을 건넬 정도였다고 한다. 라우렌시오 성인은 가난한 이들을 교회의 보물로 알았으며, 가난한 이들에게 교회의 재산을 아낌없이 나누었을 뿐만 아니라 교황에게 충실한 분이었다. 교황 대 레오께서는 그를 두고 “불길은 그리스도의 사랑을 이길 수 없었고, 밖에서 타는 불은 안에서 타오르는 불보다 덜 맹렬했다.(The flames could not overcome Christ’s love and the fire that burned outside was less keen that that which blazed within.)”(교황 대 레오, 설교 85)라고 묘사하였다. 시인 프루덴시우스Prudentius에 의할 때, 그의 용맹한 순교가 로마의 회개를 불러일으키고 로마 시대의 박해를 마감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성 암브로시오는 389년에 쓴 「성직자의 직무(De officiis ministrorum)」에서 성 라우렌시오가 순교하러 가는 도중 길에서 식스투스 2세 교황을 마주쳤던 순간을 잊지 말자고 말한다. 이 본문에서 성 라우렌시오는 식스토 2세 교황에게 다음과 같이 묻는다: “아버지, 아들 없이 어디로 가십니까? 거룩한 사제(sacerdos)여, 당신의 부제(diaconus) 없이 어디로 서둘러 가십니까? 당신은 한 번도 봉사자(minister) 없이 희생 제사를 바치지 않으셨습니다. 아버지, 제가 당신을 언짢게 해 드린 것이 무엇입니까? 당신은 저를 부당하다고 하신 적이 없지 않습니까? 당신이 합당한 봉사자를 뽑으셨는지 분명히 살펴보십시오. 당신은 저에게 주님 피의 축성을 맡기셨고, 성사 집전에 참여하게 해 주셨는데, 이제 당신 피에 동참하는 것을 거절하시는 것입니까?”(「성직자의 직무」, 205항)
성 라우렌시오의 유해를 모신 성당은 현재의 로마 중심지이지만, 원래는 로마의 옛 성곽 밖이었던 비아 티부르티나via Tiburtina 거리에 있는 산 로렌쪼 성당(Piazzale del Verano, 3, 00185 Roma)이다. 미술 작품에서는 부제복을 입은 모습으로 손에는 시편이나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줄 구호품, 또는 석쇠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물론 순교자이므로 종려나무를 들고 있는 모습이 곁들여지기도 한다. 성 라우렌시오를 유성流星 현상과 연관짓기도 한다. 그가 불에 타면서 일었던 불꽃을 연상하기 때문이다. 그는 주방에서 일하는 분들이나 셰프, 죽기 직전까지 웃음을 잃지 않았으므로 코미디언의 주보 성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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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뿌리로 돌아가라”
“… 교회는 부제 고유의 직무에 해당하지 않는 대체 업무들을 부제들이 맡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대체 업무들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LG 29항)는 하느님 백성에 대한 봉사에 대해 ‘전례와 말씀과 사랑의 디아코니아(Diaconia,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고 교회의 자선활동을 하는)’에 대해 말한 후, 부제들에게 무엇보다도 ‘자선과 관리의 직무에 헌신하도록’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구절은 부제들이 신자들의 요청, 특히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의 요청에 주교를 대신해 신자들을 보살피던 초 세기를 떠올려 줍니다. 이러한 오래된 전통이 로마교회의 뿌리로 거슬러 올라가게 합니다. … 로마 제국의 대도시에는 본당과 구별되는 7개의 장소에 ‘디아코니아’가 조직돼 있었는데, 도시마다 나뉘어 도시 전체에 분산돼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부제들은 전체 그리스도교 공동체, 특히 ‘가장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광범위한 일을 수행했습니다. 곧, 사도행전에서 말하는 것처럼 그들 중에 가난한 이들이 없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참조. 사도 4,34) …”(교황 프란치스코, 2021년 6월 19일 로마교구의 종신부제들과의 만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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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리스도의 거룩한 피의 봉사자였습니다
오늘 로마교회는 복된 라우렌시오의 개선을 기념하고 경축합니다. 그는 성난 세상을 짓밟고 세상이 던지는 유혹의 미소를 거부함으로써 자신의 영혼을 노리는 마귀를 패배시켰습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다시피 라우렌시오는 로마교회의 부제직을 수행하고 거기에서 그리스도의 거룩한 피의 봉사자로 일하다가 마침내 거기에서 그리스도의 이름을 위해 피를 흘렸습니다. 복된 사도 요한은 “주의 만찬”의 신비를 다음과 같이 명백히 설명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서 당신의 목숨을 내놓으신 것처럼 우리도 형제들을 위해서 우리의 목숨을 내놓아야 합니다.”
형제 여러분, 라우렌시오는 이 말씀을 잘 이해했습니다. 이해한 것뿐만 아니라 실천에 옮겼습니다. 그는 주님의 식탁에서 주님을 받았기에 그 보답으로 자기 자신을 주님께 제물로 바쳐 드렸습니다. 생활에서 그리스도를 사랑했고 죽음에서 그리스도를 본받았습니다.
형제들이여, 우리들도 그리스도를 참으로 사랑한다면 그분을 본받도록 합시다. 그리스도를 본받는 것보다 그분께 대한 사랑의 더 훌륭한 증거가 없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위해서 고난을 받으심으로써 당신의 발자취를 따르라고 본보기를 남겨 주셨습니다.” 사도 베드로는 이 말씀으로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발자취를 따르는 이들을 위해서만 고난받으시기를 원하시고, 그분의 고난은 그런 사람에게만 효과를 미친다고 말해 주는 듯합니다.
거룩한 순교자들은 그리스도의 고난을 본받아 피를 흘리기까지 주님을 따랐습니다. 그런데 순교자들만 그렇게 한 것이 아닙니다. 순교자들이 지나간 후에도 다리는 끊어지지 않았고 그들이 마신 샘도 마르지 않았습니다.
형제들이여, 주님의 정원에는 여러 종류의 꽃들이 있습니다. 거기에는 순교자들의 장미꽃만이 아니라, 동정녀들의 백합화도, 기혼자들의 담쟁이꽃도, 과부들의 제비꽃도 있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소명에 대해 실망할 이유가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리스도는 모든 이를 위해 고난을 겪으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이 다 구원을 받게 되고 진리를 알게 되기를 바라신다.”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피를 흘리고 고난을 겪음으로써만이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 방법으로도 그리스도를 따라야 한다는 것을 깨닫도록 힘써야 합니다.
사도 바오로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리스도 예수는 하느님과 본질이 같은 분이셨지만 굳이 하느님과 동등한 신적 위치를 보존하려 하지 않으셨습니다.” 오, 위대한 엄위여! 바오로는 덧붙여 말합니다. “오히려 당신의 것을 모두 버리시고 종의 신분을 취하셔서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 되시어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나셨습니다.” 오, 지고한 겸손이여!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자신을 낮추셨습니다. 그리스도인이여, 여기에 본받을 그분의 모범이 있습니다. “그리스도는 순종하는 분이 되셨습니다.” 왜 당신은 오만합니까?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자신을 낮추시고 죽기까지 순종하신 후 승천하셨습니다. 우리도 거기까지 그분을 따라갑시다. 사도 바오로가 하는 말씀을 잘 들읍시다. “이제 여러분은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났으니 천상의 것들을 추구하십시오. 거기에서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오른편에 앉아 계십니다.”(성 아우구스티노 주교의 강론에서Sermo 304,1-4: PL 38,1395-1397-성무일도 독서기도 제2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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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agosto
San Lorenzo, io lo so perché tanto
di stelle per l’aria tranquilla
arde e cade, perché sì gran pianto
nel concavo cielo sfavilla.
Ritornava una rondine al tetto:
l’uccisero: cadde tra spini:
ella aveva nel becco un insetto:
la cena de’ suoi rondinini.
Ora è là, come in croce, che tende
quel verme a quel cielo lontano;
e il suo nido è nell’ombra, che attende,
che pigola sempre più piano.
Anche un uomo tornava al suo nido:
l’uccisero: disse: Perdono;
e restò negli aperti occhi un grido:
portava due bambole in dono…
Ora là, nella casa romita,
lo aspettano, aspettano in vano:
egli immobile, attonito, addita
le bambole al cielo lontano.
E tu, Cielo, dall’alto dei mondi
sereni, infinito, immortale,
oh! d’un pianto di stelle lo inondi
quest’atomo opaco del Male!
(이탈리아의 시인 죠반니 파스콜리Giovanni Pascoli, 1855~191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