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이 땅의 먼지로 모기들을 만들었을 때, 그에 대적하던 파라오의 요술사들도 그렇게 하려 하였으나 하지 못한 뒤에, 요술사들은 아론의 일이 “하느님의 손가락이 하신 일”(탈출 8,15)이라 변명한다. 이처럼 하느님의 손가락이 하신 일은 아무도 대적하거나 흉내 낼 수 없다.
하느님께서는 시나이 산에서 모세와 말씀을 나누신 다음 “당신 손가락으로 쓰신, 돌로 된 두 증언판을 그에게 주셨다.”(탈출 31,18) 이처럼 하느님의 손가락이 써 주신 글은 지울 수 없는 계명판이다.
하느님 “손가락의 작품들”(시편 8,4)을 찬양할 생각을 잊고, “자기들 손가락으로 만든 것에 경배합니다.”(이사 2,8) 한 것처럼, 사람들은 자기들 손가락이 만든 것을 우상으로 삼으면서 자기들 손가락을 금은으로 치장한다.
벨사차르라는 임금이 하느님의 성전에서 약탈해온 금 기물들로 먹고 마시며 방탕할 때 사람 손가락이 나타나 벽에 글을 쓰는 바람에 혼비백산하였다고(다니 5,1-12) 한 것처럼, 사람들은 하느님의 것을 조롱하다가 얼이 나간다.
인간은 그렇게 서로를 손가락질한다.
예수님께서는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고쳐주실 때 “당신 손가락을 그의 두 귀에 넣으신다.”(마르 7,33)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이 듣게 하시고 제대로 말하게 하시려고 당신 손가락으로 사람들의 귀를 막으시어 세상의 소음들을 듣지 못하게 하시고, 자신의 깊은 내면에 들리는 음성만을 들으라 하시며, 자신이 잃었던 것들과 아픔, 그리고 상처와 먼저 화해하라 하신다. 그리고 마침내 그를 낫게 하신다.(2016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