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인도를 받은 세 명의 동방박사들(그리스어로 마고이)은 갓 태어난 아기 예수를 경배하기 위해 길을 나선다. 참 흥미진진한 이야기이다. 마태오 복음사가는 이들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왕이 아닌 “동방박사(현인賢人)”로 묘사하는데, 8세기에 이르러서야 그들의 이름이 멜키오르, 카스파르, 발타사르로 정해진다.
이들을 그리려는 이들이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마태 2,11)는 장면을 회상하는 것과는 달리 폴 헤이(Paul Hey, 867~1952년)는 유다인의 새로운 왕으로 태어나신 분을 만나러 나선 길을 그리기로 정했다.
“독일 영혼의 화가”라고 알려지는 뮌헨 태생의 이 화가는 민화와 노래들의 삽화로 유명하다. 그는 구세주를 만나러 동방에서부터 먼 길을 가고 있는 밤의 여정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수직 구도, 하늘과 그들이 따라가고 있는 빛나는 별에 남겨진 공간, 그들의 길을 비추는 등불의 시적인 디테일, 사막을 연상시키는 심연……밤의 고요함과 함께 모든 것이 이 여정을 실현한다. “여정은 길고 목이 타며 황량하다. 그러나 약속의 땅, 샘물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길이다.”(카르투시안 법령집)
올려주신 그림 속으로 들어가 밤하늘의 빛나는 별을 보며 아기 예수님께 경배하러 동방 박사들과 함께 먼 길을 가보고 싶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