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특별히 가톨릭교회 안에는 세상으로부터 격리되어 자신을 이웃과 하느님께 봉헌하기로 약속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삶을 살고 싶은 사람도 없고, 실제 그렇게 사는 사람들도 그 삶에서 벗어나려는 이들이 세계적으로 매년 3천 명을 넘는다. 왜 그럴까?
첫째는 봉헌생활에 대한 스스로의 정체성과 신원의식의 약화 때문이다. 교회 안에서 각기 다른 봉헌생활 형태 안에 담긴 은사(카리스마)에 따라 살아가야 할 자신의 신원과 소임에 대해 철저하게 공부하지 않아서이다. 지성적인 약화이다. 봉헌 생활자들은 자기가 사는 은사에 따른 자극을 양식으로 산다.
둘째는 봉헌생활을 하는 이들이 살아가고 있는 삶에서 그저 매일 매일 단순하게 기능적으로 일을 수행하며 생활하기 때문이다. 이는 봉헌 생활자들의 봉헌된 삶이 진정 교회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을지라도, 이를 바라보는 국외자들에게 감동과 증거가 되지는 못한다. 봉헌생활은 단순 기능을 수행하는 직업이 아니다.
셋째는 현대 사회를 위한 새로운 생활과 활동 모델을 찾지 못하는 방황 때문이다. 수천, 혹은 수백 년의 역사를 살아오면서 과거의 생활양식과 구조를 버렸으되 새로운 사목 구조를 찾지 못하였거나, 쇄신을 해야 한다면서도 그저 과감한 단절을 이루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는 형국이다.
오늘을 사는 봉헌생활은 어렵고 힘들다. 수많은 유혹이 닥친다. 그런데도 하느님께서는 예레미야에게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너를 구해 주리라.”(예레 1,8) 하셨다.(20160312 *이미지-구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