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교의 배경 안에서만 바라본다면, 예수님께서 당시의 여성들을 대하시는 모습은 가히 파격적이고 몹시 급진적이기까지 하다. 성경은 예수님께서 어떻게 여성들을 만나셨는지에 관한 내용을 풍부하게 기록해준다:
남편 잃고 아들만 믿고 살다가 아들을 잃고 슬피 울던 과부를 가엾이 여긴 예수님께서는 그 아들을 되살려 그 어머니에게 돌려주셨다.(참조. 루카 7,11-17)
오빠가 죽게 생기자 급하게 연락해온 두 자매의 슬픔에 서둘러 일정을 조정하신 예수님께서는 친한 친구들이었던 그들 남매의 집으로 가셔서 울고 있던 누이들을 위로하시며 함께 우시고 그 오빠를 되살려 주시어 그 자매들에게 돌려주셨다.(참조. 요한 11,1-44)
제자들과 여정을 함께 하시던 예수님의 행적 중에서 제자들을 깜짝 놀라게 한 사건은 아마도 늘 여인들의 자리였던 우물가에서 예수님께서 이방인 여성을 홀로 만나 긴 대화를 나누시고, 그녀에게 목마름을 표현하시며 그녀로부터 물을 받아 마시었을 뿐만 아니라 그녀에게 메시아라는 자신의 신분을 여지없이 밝히시고, 그에 따라 그 여인이 수치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동네방네 사람들에게 달려 나가서 메시아를 증언했다는 사실이었다. 요한 복음사가는 자기 복음에서 예수님이 메시아이시라는 내용을 그 이방인 여성을 통해서 처음으로 밝힌다.(참조. 요한 4,4-42)
라삐로 존경을 받으시던 예수님께서는 사악한 군중이 간음하던 현장을 덮쳐 끌고 온 여성을 앞에 둔 공공연한 마당에서 흥분한 군중을 여지없이 물리쳐 돌려보내실 뿐만 아니라 당시 라삐로서는 말을 섞기조차 어려운 처지에서 그녀와 다정한 대화를 나누시고 그녀를 안심시키신다.(참조. 요한 8,1-11)
괜찮은 유지가 식사라도 함께하자고 초대하여 여러 사람이 있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죄인인 여자가 다가와 예수님의 발을 붙잡고 울어 눈물로 발을 적시더니 자기 머리까지 풀어 예수님의 발을 닦아드리고 예수님 발에 입을 맞출 뿐만 아니라 옥합에 든 향유로 그 발을 마사지해드린다.(참조. 루카 7,37-50)
열두 해 동안이나 하혈로 가산을 탕진해가며 갖은 고생을 하던 여인은 예수님께서 여인에게 친절하고 관대한 분이라던 소문을 듣고 그분 뒤에서 몰래 그분의 옷자락만이라도 만지면 아무도 고쳐주지 못하는 자기 병을 고칠 수 있으리라는 기대 속에서 그분의 옷자락에 손을 댄다. 그리고 즉시 하혈이 멈추는 것을 몸으로 체험하고 예수님의 따뜻한 위로의 말씀과 치유를 안고 집으로 돌아갔다.(참조. 루카 8,43-48) ………
방방곡곡에서 예수님과 여인들이 어떻게 만나셨는지를 듣다 보면, “예수님께서는 고을과 마을을 두루 다니시며,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시고 그 복음을 전하셨다. 열두 제자도 그분과 함께 다녔다. 악령과 병에 시달리다 낫게 된 몇몇 여자도 그들과 함께 있었는데, 일곱 마귀가 떨어져 나간 막달레나라고 하는 마리아, 헤로데의 집사 쿠자스의 아내 요안나, 수산나였다. 그리고 다른 여자들도 많이 있었다. 그들은 자기들의 재산으로 예수님의 일행에게 시중을 들었다.”(루카 8,1-3) 하는 내용이 전혀 이상스럽지도 않고 낯설지도 않다.
이처럼 예수님 가시는 여정에는 항상 여성들이 있었고 소리 없는 물심양면의 내조가 뒤따랐다. 그렇게 여성들은 예수님뿐만 아니라 예수님의 일행이었던 사도들과 제자들에게도 큰 힘이 되었다. 여성들이 없었다면 하늘 나라의 선포라는 예수님의 사명 수행이 과연 가능하기나 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나를 보내신 아버지께서 이끌어 주지 않으시면 아무도 나에게 올 수 없다.”(요한 6,44)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요한 15,16)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생각한다면, 예수님께서 여성들을 친히 당신께로 부르셨으며, 몸소 뽑으시어 당신 곁에 세우셨다는 사실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예수님께서는 남성이건 여성이건 가리지 않고 많은 친구를 두셨다. 많은 여성이 예수님을 사랑했고, 헌신적이며 공개적으로, 나아가 주변을 의식하지 않는 진실하고도 이례적인 사랑으로 그 사랑을 보여주었다. 여성들의 예수님 사랑, 그리고 예수님의 여성을 대하는 모습은 당시 사람들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태도였다. 신분이 높은 여성들과 죄인이라고 폄하되던 여성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의 다양한 여성들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하나가 되어 한마음으로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 기꺼이 고귀한 동행을 마다하지 않았다. 어떤 의미에서 이는 인류사에서 최초로 표출된 공개적인 여성 운동이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여성들은 예수님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갈릴래아 전역을 도보로 누볐으며, 예수님 생애의 마지막 십자가 산에 이르는 여정을 눈물로 동반했고, 사도들마저 도망치고 말았던 십자가 밑까지도 거침없이 나아간다. 그뿐만이 아니다. 예수님의 죽음에 이르러서는 한없는 눈물로 그 죽음을 애도하며 밤새워 무덤을 지켰고, 지상 여정의 마지막 모습이신 예수님의 주검을 향유로 발라 정성껏 모시기까지 하였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당신의 모습을 맨 먼저 여성들에게 보이고자 하신 것은 마땅한 일이었다. 전승에 따를 때,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당신 모습을 처음으로 어머니이신 성모님께, 그리고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보여주셨다.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신분과 지위에 관한 어두운 역사 안에서 그리스도께서는 가히 “빛”이시다. 마리아 막달레나는 인류의 모든 여성을 대표하여 우리 모두에게 “제가 주님을 뵈었습니다.”(요한 20,18)라는 말을 전한다.(*이미지-구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