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울 련/연䜌’이라는 글자는 ‘말씀 언言’을 두고 양옆에 ‘실 사糸’를 배치한 형태이다. ‘실 사糸’는 누에고치에서 명주실을 뽑아내는 모양이다. ‘䜌’이라는 글씨를 쓸 때도 ‘말씀 언言’을 먼저 쓰고 왼쪽 ‘실 사糸’, 그리고 오른쪽 ‘실 사糸’를 차례로 쓴다. ‘어지러울 련/연䜌’을 알아듣기 위해서는 가운데 들어있는 ‘말씀 언言’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말씀 언言’을 살펴보면, ① ‘매울 신辛’의 변형과 ‘입 구口’가 어우러진 것으로 본다든가(‘매울 신辛’은 손잡이가 있는 꼬챙이의 상형으로 보아서 입에서 나가는 말이 날카롭게 상대방에게 가서 꽂힌다든가 아니면 말을 잘못하면 매운 벌을 받게 된다든가 하는), ② 아래에서부터 입과 혀 그리고 ‘말’을 상징하는 가로획이 더해진 모양으로 본다든가(단순히 입과 혀의 상형으로 보기도 한다), 아니면 ③ 위로부터 머리·이마·눈썹·코 밑에 입이라는 형태로 본다든가(말은 곧 그 사람의 얼굴이라는 뜻에서), 아니면 ④ 아래로부터 입에 물고 있는 소리 나는 나팔 같은 것으로 본다든가(말은 결국 소리이므로), ⑤ 맨 밑의 ‘입 구口’를 통처럼 생긴 한글의 ‘ㅂ’ 모양으로 보고 그런 통에 담은 내용으로 본다든가(주술통과 같은 것에 담긴 주술 도구를 통해 전해진 신의 말 곧 신탁神託, 혹은 그러한 주술의 결과를 신과 인간·인간과 인간 이쪽저쪽을 실로 묶듯이 연결하거나 연결되기를 바란다는 뜻에서), 심지어는 ⑥ 맨 위의 점 하나는 하늘의 축복이고 그 밑을 ‘석 삼三’으로 본다든가(세 번 생각해야 하늘의 축복임을 알 수 있으므로), ⑦ 머리(ㅗ)·둘(二)·입(口)으로 본다든가(머리의 생각과 입 둘이 만들어내는 것이 말이므로) 하는 등등의 여러 의미를 담은 풀이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러한 ‘말씀 언言’을 가운데에 두고 양쪽에 ‘실 사糸’를 붙이면, 실은 이어지는 것이므로 신과 인간 사이든지, 인간과 인간 사이든지, 아니면 세상과 인간 사이든지 ‘어떤 말과 뜻이 이쪽저쪽에 연결되고 이어지기를 바라는 상황’을 뜻한다. 그런데도 이 글자가 ‘어지럽다’라는 뜻을 가지게 된 것은 왜 그러는지 이유를 잘 모르겠다. 아마도 ‘실이 어지럽게 엉키면 풀기가 어렵듯이 말도 이쪽저쪽으로 얽히고설키면 풀기가 어려워서 어지럽다는 뜻이 담기지 않았을까, ‘어지러울 련/연䜌’에는 ‘다스리다’라는 뜻도 있다고 하는데, 실타래처럼 엉킨 인간사의 것들을 잘 풀어내어 다스린다는 뜻을 담지 않았을까 하고 추측해 볼 뿐이다. 아무튼, 이런 내력을 지닌 ‘어지러울 련/연䜌’이 다른 글자와 합해지면 다른 뜻을 가진 글자들이 아주 많이 생겨난다.
우선 ‘여자 여/녀女’를 밑에 붙이면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아름다울 련/연孌’이 되고, ‘큰 대大’를 밑에 붙이면 아찔할 정도로 큰 것을 이루는 ‘이룰 련/연奱’이 되며, ‘마음 심心’을 밑에 붙이면 내 마음이 저쪽 마음에 가서 닿지 않으면 어찌할 것인가 애타면서 심란한 ‘사모할, 그리워할 련/연, 그릴 련/연戀’이 되고, ‘손 수手’를 밑에 붙이면 무엇엔가 걸려 넘어질 뻔하게 어지러워 손을 잡아주어야 할 정도의 ‘걸릴, 경련할 련/연攣’이 되며, 굽은 활 모양인 ‘활 궁弓’을 밑에 붙이면 어지럽게 구부러진 물길 같은 ‘굽을 만彎’이 되고, ‘벌레 충/훼虫’를 밑에 붙이면 나라를 어지럽히는 벌레 같은 이들인 ‘오랑캐 만蠻’이 되며, ‘칠 복攵’을 밑에 붙이면 어지럽게 정신 못 차리는 녀석을 몽둥이로 때려서라도 변화시키는 ‘변할 변變’이 되고, ‘아들 자子’를 밑에 붙이면 ‘말씀 언言’ 이쪽저쪽에 똑같은 ‘실 사糸’가 두 개 붙어 있는 모양처럼 쌍둥이가 태어나 아찔하게 기쁜 ‘쌍둥이 련/연孿’이 된다.
인생을 살다 보면 환갑을 넘어 칠순이 가까워도 아직 젊은 날의 ‘어지러운 때’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어지러움은 희열이고 안타까움이며, 두근거림이고 아쉬움이다. 그런데도 ‘때’는 지나갈 것이다. 그렇게 생각할 때면 문득 공허와 허망함이 남아 눈물이 난다. 그러다가 매섭게 추운 날 정신이 바짝 들 듯이 고개를 흔든다. ‘이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못내 저 밑바닥에 그래도 남겨놓아야만 할 것 같은 미련未練(아닐 미未, 익힐 련練)이 사람을 어지럽힌다.
사랑하는 사람의 눈길은 상대방을 어지럽히고(참조. 아가 6,5), 죄악은 인간사의 질서를 어지럽히며(참조. 예레 5,25), 교활한 이들의 말은 거룩한 사람들의 정신을 어지럽힌다.(참조. 사도 15,24)(20180227 *이미지-구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