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2주일에 교회는 ‘가, 나, 다 해’ 모두 같은 복음(요한 20,19-31)을 읽으면서 ‘하느님의 자비 주일’을 지낸다. 이날을 ‘하느님의 자비 주일’이라 하게 된 것은 직접적으로 성녀 마리아 파우스티나(St. Faustina Kowalska, 1905~1938년)와 관련이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2000년 4월 30일 부활 제2주일에 폴란드 출신의 성녀 파우스티나 수녀의 시성식을 거행하면서 부활 제2주일마다 하느님의 자비를 기릴 것을 당부함에 따라 교회가 2001년 부활 제2주일부터 하느님의 자비를 기리게 된 것이다. 그러나 하느님의 자비를 기리는 것은 교회의 역사 안에서 훨씬 더 소급되어 성 아우구스티누스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은 부활 제2주일 전까지 이어지는 ‘부활 팔일 축제’를 ‘자비와 용서의 날들(the days of mercy and pardon)’이라 불렀다. ‘하느님의 자비 주일’이라 하는 것이 오늘의 복음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굳이 ‘하느님의 자비 주일’을 오늘의 복음과 연관시키자면 당신의 옆구리를 토마스에게 보여주시는 장면을 통하여 예수님의 옆구리에서 흘러나온 하느님의 자비가 온 인류를 풍성하게 적시게 되었음을 기억할 수 있다. 오늘 복음의 전반부라고 할 수 있는 요한 20,19-23의 부분은 ‘가’ ‘나’ ‘다’ 모든 해의 성령 강림 대축일의 복음이기도 하다.
하느님의 자비 주일이 지닌 메시지는 비교적 단순하다. 하느님께서 우리 모두를 사랑하시니, 그분의 사랑과 자비가 우리의 죄보다 훨씬 더 크다는 점을 인식하면서 우리를 통해 하느님의 자비가 다른 이들에게로 흘러가야 한다는 것이다. 온 인류가 이러한 기쁨에 초대되었다. 파우스티나 성녀는 그녀의 영적 지도자께 순명하면서 하느님의 자비에 관한 계시를 담아 무려 600쪽에 달하는 일기문을 남겼으며, 그녀가 죽기 전에 이미 하느님의 자비에 관한 신심이 널리 퍼지기 시작하였다. 주님께서는 성녀에게 주신 초기 계시에서부터 당신의 자비를 기리는 축일에 관한 내용을 밝히신다.
* 하느님의 자비 축일
『내 딸아, 나의 헤아릴 수 없는 자비에 관해 온 세상에 말해주어라. 나는 ‘자비의 축일’이 모든 영혼에게, 그리고 특별히 불쌍한 죄인들에게 피난처요 안식처가 되기를 바란다. 그 축일에는 깊은 곳에서 나의 온유한 자비가 열릴 것이다. 내 자비의 샘에 다가드는 영혼들에게 은총의 큰 바다를 부어 주리라. 그날에 화해성사를 받고 영성체하는 이들은 죄와 벌의 완전한 용서를 얻을 것이다. 이 축일에는 은총이 흐르는 하느님의 수문들이 모두 열릴 것이다. 설령 죄가 진홍 같을지라도 그 누구도 내게 가까이 오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 것이다. 내 자비가 너무나 크고 또 크니 그 어떤 사람의 마음이나 천사도 이를 영원히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나의 가장 깊은 온유의 자비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와 관련이 있는 영혼이라면 누구나 나의 사랑과 자비를 영원히 묵상할 것이다. 자비의 축일은 내 온유의 가장 깊은 곳에서 나왔다. 부활절이 지난 첫 번째 주일에 이 축일을 장엄하게 지내도록 하는 것이 나의 뜻이다. 인간은 내 자비의 샘으로 돌아설 때까지 평화를 얻지 못할 것이다.(일기문 699)』
* ‘자비의 기도’
성녀는 ‘자비의 기도문’에 관한 내용을 남긴다.
『고집쟁이 죄인들이 ‘자비의 기도’를 진지하게 바칠 수만 있다면 나는 그들의 영혼에 평화를 주리라. 그리고 그들의 임종 때가 행복할 것이다.(일기문 1541)』
『‘자비의 기도’를 바치는 영혼들은 그들의 생애 동안, 그리고 특별히 그의 임종 때에 나의 자비를 입을 것이다.(일기문 754)』
『죽어가는 이들 앞에서 이 ‘자비의 기도’를 드리면 나는 아버지와 죽어가는 이 사이에 심판자로서만이 아니라 자비의 구세주로서 서 있을 것이다.(일기문 1541)』
* 성녀 파우스티나와 함께 하느님의 자비를 기억하기 위한 ABC 공식
다음은 그리 많은 배움을 지니지 못했던 폴란드의 성녀 파우스티나 코발스키가 남긴 기록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하느님의 자비를 기억하기 위한 ABC 공식이다.
A(ask for His mercy, 그분의 자비를 청하다) – 하느님의 자비를 청해야 한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이가 당신께 나아와 자신의 죄를 뉘우치며 당신의 자비를 청하도록 초대하신다. 나와 이웃, 그리고 세상에 하느님의 자비를 부어 주시도록 청해야 한다.
B(be merciful, 자비로워지자) –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통해 당신의 자비가 다른 이들에게로 흘러 들어가기를 원하신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자비로우신 것처럼 우리도 다른 이들에게 너그럽고 용서를 베푸는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
C(completely trust im Jesus, 예수님을 온전히 신뢰하기) – 예수님은 우리의 주님이시다. 그분을 믿는 믿음으로 우리는 그분의 자비를 얻는다. 예수님을 향한 우리 신뢰와 믿음의 크기만큼 우리는 그분 자비의 은총을 얻는다.
주님께서 온유함으로 자비로이 품어주셨던 우리 생이 없었다면 우리 삶에서 찬란함이 꽃을 피우지 못했겠지요. 늘 감사해야 할 일이네요.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