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πλεονεξία, 플레오넥시아)

예수님께서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루카 12,15) 말씀하신다.

신약성경의 언어인 그리스어로는 “Ὁρᾶτε καὶ φυλάσσεσθε ἀπὸ πάσης πλεονεξίας.(호라테 카이 풀라스세스테 아포 파세스 플레오넥시아스)”라고 적는다. 여기서 ‘탐욕’으로 번역된 πλεονεξίας라는 말의 기본형인 ‘플레오넥시아(πλεονεξία)’는 단지 무엇인가를 갖고 싶어 하는 단순한 욕구를 넘어, 이미 가진 것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더 많이 차지하려는 욕망을 뜻한다. 이러한 욕망은 타인의 몫까지 침범하면서 자신의 소유를 늘리려는 태도로 나타나기도 한다.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존재이며, 마음 깊은 곳에서 눈앞의 것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더 큰 선과 참된 충만함을 갈망한다. 인간의 마음은 궁극적인 삶의 의미와 사랑을 향해 나아간다. 그러나 그 갈망이 하느님을 향하지 않고, 하느님을 대신해 자신의 삶을 충만하게 해 줄 것이라 믿는 다른 대상에 매달릴 때 문제가 시작된다. 재물과 명예, 권력과 타인의 인정이 삶의 궁극적인 목적이 되는 순간, 그것들은 더 이상 삶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섬김의 대상이 되고, 탐욕은 우상숭배로 이어진다(콜로 3,5 참조). 자신을 채워 줄 것이라 믿었던 소유에 오히려 사로잡히고, 더 많이 가질수록 잃을 것을 두려워하며, 마침내 소유가 안겨 주리라 기대했던 충만함 대신 끊임없는 불안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탐욕은 소유가 자기 존재를 보증해 줄 것이라는 착각에서 비롯된다. 더 많이 소유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안전하게 지키려는 덧없는 시도인 것이다. 가진 것이 많아지면 자신도 더 가치 있는 사람이 되고, 더 안전해지고, 더 완전해질 것이라는 환상을 품는다. 그러나 소유는 인간의 존재를 궁극적으로 보증해 주지 못한다. 그래서 탐욕은 더 많이 가지려는 욕심인 동시에, 가진 것만으로는 결코 충분하지 않다는 불안의 다른 얼굴이다.

하느님의 사랑을 닮아가려는 이는 더 많이 차지하는 데서 삶의 충만함을 찾지 않는다. 도리어 자신이 받은 모든 것이 은총임을 깨닫고, 그것을 기꺼이 나누는 데서 진정한 기쁨을 발견한다. 은총을 아는 이에게 소유는 삶의 절대적인 목적이 아니라,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거룩한 수단이 된다.

그렇다고 나눈다는 행위 자체가 언제나 탐욕에서 벗어났음을 뜻하지는 않는다. 가진 것을 내어주면서도 그 대가로 인정과 칭찬을 기대할 수 있고, 베풂을 통해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라는 자기 확신을 얻으려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소유물을 내려놓으면서도 인정받고 싶은 욕망은 여전히 움켜쥐고 있는 셈이다. 그러므로 참된 나눔은 얼마나 많이 내어놓았는가만이 아니라, 무엇 때문에 내어놓는가를 묻는 데서 시작한다. 나는 사랑하기에 나누는가, 아니면 나눔을 통해 나 자신을 높이고 채우려 하는가. 그래서 탐욕을 성찰한다는 것은 소유의 양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소유를 통해 자신을 완성하려는 마음의 뿌리까지 들여다보는 일이다.

탐욕을 조심하는 이는 더 많이 차지하려는 ‘플레오넥시아’의 유혹을 경계하고, 자신을 비워 내어 주는 삶을 배운다. 한자어 ‘시사(施捨: 베풀 시, 버릴 사)’의 의미를 빌려 말하자면, 참된 나눔은 베풀고(施) 기꺼이 내어놓는 것(捨)이다. 나를 채우려 매달리던 손을 펴고, 하느님에게서 받은 것을 이웃과 나눌 때, 탐욕이 남긴 불안의 자리에 참된 평화와 충만함이 조금씩 차오른다.

예수님께서는 탐욕을 경계하라고 하시며, 사람의 생명이 재산의 풍요로움에 달려 있지 않다고 말씀하신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가졌느냐가 아니다. 무엇으로 자신을 채우려 하는가, 그리고 자신이 받은 것을 누구와 나누며 살아가는가 하는 것이다. 손에 쥔 것이 많아도 마음이 여전히 비어 있다면, 우리는 아직 탐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반대로 사심 없이 가진 것을 사랑으로 내어놓을 수 있다면, 우리는 비로소 소유가 아니라 은총 안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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