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중에서도 감사할 이유

하느님 앞에 선 인간은 감사하는 존재다. 우리는 누리는 생명에 감사하고, 창조의 신비를 볼 수 있는 눈에 감사하며, 관계와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는 오늘에 감사한다. 어려움과 고통 중에 있을지라도 감사한다. 그리스도인이 항상 감사하는 이유는, 단지 고난이 지나가고 좋은 일이 생기며 더 나은 시기가 올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 아니다. 그 이유는 오직 하느님께서 좋으신 분이시며, 사랑 그 자체이시기 때문이다.

우리가 고통 중에 있을지라도,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감사한다.

① 착하신 하느님께서 결코 변함이 없는 분이시기 때문이다. “주님을 찬송하여라, 좋으신 분이시다. 주님의 자애는 영원하시다.”(시편 136,1) “그들이 울부짖자 주님께서 들으시어 모든 곤경에서 구해 주셨네.”(시편 34,18) 하느님은 변덕스러운 분이 아니라, 언제나 신실하신 사랑의 하느님이시다. 그러므로 그분의 변함없는 선하심 안에서 우리는 감사한다.

② 어려움과 시련을 통해 우리의 믿음이 단련되고 정화되기 때문이다. “나의 형제 여러분, 갖가지 시련에 빠지게 되면 그것을 다시없는 기쁨으로 여기십시오. 여러분도 알고 있듯이, 여러분의 믿음이 시험을 받으면 인내가 생겨납니다.”(야고 1,2-3) 고난은 단순한 시련이 아니라, 믿음을 단련하고 정화시키는 은총의 도구가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고난 속에서도 감사할 이유를 발견한다.

③ 감사는 하느님의 은총이 우리의 마음을 여는 통로가 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떠한 경우에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간구하며 여러분의 소원을 하느님께 아뢰십시오. 그러면 사람의 이해를 뛰어넘는 하느님의 평화가 여러분의 마음과 생각을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지켜줄 것입니다.”(필리 4,6-7) 감사는 불안과 걱정을 잠재우고, 마음을 은총이 흐르는 문으로 열어 준다. 감사하는 마음은 평화를 낳는다.

④ 감사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에 대한 믿음의 행위이기 때문이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입니다.”(2테살 5,18) “기도에 전념하십시오.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면서 깨어 있으십시오.”(콜로 4,2) 감사는 상황의 결과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신뢰하는 믿음의 결단이다.

⑤ 우리의 구세주이신 예수님께서도 고통 중에 감사를 드리셨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는 수난을 앞두신 마지막 만찬에서 “감사를 드리시며”(루카 22,19) 빵을 들어 축복하시고, 그 감사 안에서 ‘감사의 제사’인 성체성사를 제정하셨다. 따라서 감사는 단지 인간의 덕이 아니라, 예수님 안에서 드러난 구원의 신비이다.

⑥ 감사는 우리의 고통을 그리스도의 고난에 참여하는 봉헌으로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여러분을 위하여 고난을 겪으며 기뻐합니다. 그리스도의 환난에서 모자란 부분을 내가 이렇게 그분의 몸인 교회를 위하여 내 육신으로 채우고 있습니다.”(콜로 1,24) 감사로 드리는 고통은 무의미한 고통이 아니라, 사랑으로 봉헌된 고통이 된다.

불평과 낙담이 영혼을 약하게 만들지만, 감사는 영혼을 강하게 하기 때문이다. 감사는 두려움과 어둠을 몰아내고, 악의 세력을 멀리하게 한다.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입니다.”(1테살 5,16-18)

감사의 영성

성화(聖化)와 성덕의 척도는 감사이다. 성인은 주어지는 모든 것을 하느님의 선물로 받아들이며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다. 감사하지 않으면, 선물을 선물로 여기지 못한다. 감사하지 않으면, 우리는 선물을 당연한 것으로 착각하고 교만과 불순종의 문을 연다. 그리하여 취하려 들고 움켜쥐려 할 때, 죄가 시작된다. 아담과 하와는 에덴동산에서 생명과 배필, 그리고 동산의 풍요에 감사하지 못하고 그 모든 것을 소유하려 들었을 때 교만과 죄의 문을 열었다. 그때부터 부끄러움과 핑계, 벌과 고통이 세상에 들어왔다.」(※참조. 감사 https://benjikim.com/?p=6354) 감사는 죄의 문을 닫고 은총의 문을 여는 믿음의 열쇠다. 고통 중에서도 감사할 수 있는 사람은, 이미 구원의 신비 안에 서 있는 사람이다.

3 thoughts on “고통 중에서도 감사할 이유

  1. ”감사는 죄의 문을 닫고 은총의 문을 여는 믿음의 열쇠다.“ 라는 말씀이 무딘 가슴에 울림을 주는 비오는 월요일 아침이네요 말씀 감사합니다 신부님

  2. 무조건 감사함을 갖고
    감사할 일이 생길 수
    있도록
    어떤 일이든
    감사함으로 바꾼다면
    저는 참 행복하겠지요!
    근데요.
    잘 안 될 때는 어찌하나요?

    스스로에게
    자꾸 알려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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