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의 천연덕스러운 거짓말

2025년 9월 19일 오전에 일어난 일이다. 어떤 글을 읽다가 미국의 유명한 여성 작가인 플래너리 오코너Flannery O’Connor(1925~1964년)의 <Mystery and Manners>에서 인용했다는 글 한 대목을 보고 이 책이 한국말로 번역되어 있는지 궁금하여 Google Gemini에 「우리나라에 나와 있는 플래너리 오코너의 작품 번역본들의 책 목록과 출판사를 알려주세요」라고 명령어를 입력했다. 순식간에 다음과 같은 답을 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음 내용은 정교하게 보이지만 실제 정교하지 않고 대부분 거짓말이나 허위다. 주어진 목록을 개별적으로 검색해보면 즉시 확인이 가능하다. 특히 「주요 작품들은 민음사에서 번역 출간되어」라고 하는 내용은 민음사 홈페이지에서 확인해보면 될 일이다.

「한국어로 번역된 플래너리 오코너의 작품 목록과 해당 출판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장편 소설 <현명한 피(Wise Blood)> – 출판사: 민음사, 2018년(김욱동 번역), 출판사: 펭귄클래식 코리아, 2011년(박영의 번역) / <폭력은 그것을 차지한다(The Violent Bear It Away)> – 출판사 – 민음사, 2021년(권혁 번역), 출판사: 펭귄클래식 코리아, 2012년(박영의 번역) / 단편집 <착한 사람은 찾기 힘들다(A Good Man Is Hard to Find)> 출판사: 민음사, 2016년(권혁 번역) / <내가 본 것은 네게는 보이지 않는다(Everything That Rises Must Converge)> 출판사 – 민음사, 2019년(권혁 번역) / 에세이 및 서간집 <수수께끼와 예절(Mystery and Manners)> – 출판사 – 민음사, 2022년(권혁 번역) <습관의 신비(The Habit of Being)> – 출판사 – 은성, 2014년(윤준 번역) 대부분의 주요 작품들은 민음사에서 번역 출간되어 있습니다.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해당 출판사의 책을 찾아보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내용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수수께끼와 예절(mystery and manners), 민음사, 2022년> 이 책의 표지를 보여줄 수 있어요?」라고 요청했더니 엉뚱하게 다음과 같은 <부분과 전체>라는 전혀 상관도 없는 이미지를 떡 하고 제시한다.

그래서 「그것은 <부분과 전체>이잖아요? 내가 찾는 것은 <수수께끼와 예절>의 표지에요」라고 했더니 「다시 시도한 결과, 민음사에서 출간된 플래너리 오코너의 <수수께끼와 예절> 표지를 찾았습니다.」라며 자신있게 현대문학에서 발행한 플래너리 오코너의 단편 모음집 표지를 보여준다. 「이것도 민음사 것이 아니에요. 현대문학에서 발행한 플래너리 오코너의 단편 모음집이에요. 나는 <수수께끼와 예절>이 필요해요」라고 했더니 이번에도 아무 말 없이 다시 같은 표지를 또 제시한다. 「이것이 아니라니까요?」라고 짜증 투로 말을 단문으로 했더니, 그제야, 

「제가 요청하신 정확한 표지를 찾지 못하고 반복적으로 잘못된 이미지를 제공해드려 죄송합니다. 여러 차례 다시 시도했지만, 아쉽게도 제가 가진 도구로는 민음사에서 출간된 <수수께끼와 예절>의 정확한 표지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번거롭게 해드린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라며 정중하게 “사과”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나에게 사과한다.

기계는 너무도 허무맹랑한 거짓말을 매우 그럴듯하게 해댄다. 심지어는 그것이 아니라는 데도 거듭 그것을 제시하며 그것이 맞다고 우긴다. 끈질기게 검증한 결과를 가지고 들이대면 그제야 “죄송”과 “사과”를 들먹이며 자신의 무능을 인정한다. 사람들의 거짓도 힘든데, 우리는 손안에 들어와 있는 휴대폰이라는 기계의 거짓마저 감당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One thought on “기계의 천연덕스러운 거짓말

난나+수녀에 답글 남기기 응답 취소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