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의 신앙 찾기

2027년, 과거의 사례로 볼 때 전 세계 젊은이들이 적어도 100만 명 이상 한자리에 모이는 우리나라 가톨릭 세계 청년대회의 구체적인 일정이 공표되었다. 그런데, 미국에 한동안 살았던 인연으로 미국의 젊은이들이 신앙을 찾기 시작하고 가톨릭으로 개종하는 등 의미 있는 변화의 조짐을 보인다는 소식이 간간이 들려온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가톨릭 사제이면서도 변덕스러운 트렌드와 선정적인 주장이 난무하는 문화적 콘텍스트 안에서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가 도무지 신앙이라는 것과는 상관없을 것이라고 세뇌된 나의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이 이를 믿기 어렵게 만든다. 그래서 과연 그럴까 하는 회의적인 의문 속에서 구체적인 수치를 좀 들여다보기로 했다. (참고로, 2024년 퓨 리서치 센터The Pew Research Center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약 20%가 가톨릭 신자이며, 이는 미국 전체 인구의 22~23%에 해당한다.)

그리스도교 연구 조사 기관인 바르나 그룹Barna Group의 조사에 따르면 2025년 미국 남녀 성인의 66%가 “예수님께 개인적인 헌신을 드린 적이 있고, 이는 그들의 인생에서 여전히 중요”라고 응답한다. 이는 2021년 조사보다 12포인트가 증가한 수치이며 과거에 비해 대략 3천만 명의 미국인이 예수님을 그들 삶의 우선순위로 삼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 조사 결과가 가톨릭교회와 어떻게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가 하는 문제는 모호할 수 있지만, 적어도 많은 이가 하느님을 그들 삶의 중심에 놓는다는 사실만큼은 중요하다.

연령별로 볼 때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남성이 이러한 변화의 선두에 서 있다. 2019년부터 2025년에 이르기까지 예수님께 개인적으로 투신한다고 답한 Z세대 남성의 수는 15% 증가하였으며, 밀레니얼 세대 남성은 19% 증가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영국에서도 유사하게 관찰된다.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여론 조사 기관인 유고브YouGov에 따르면 18~24세의 신앙은 2021년 8월 16%에서 2025년 1월 45%로 증가했다. 또한 18~24세의 4%가 2018년에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교회에 나갔으나 오늘날에는 16%가 그렇다고 답한다. 매달 한 번 정도 교회에 나가는 수가 4%에서 21%로 증가한 것이다. 특별히 온라인에 익숙한 이 세대의 신앙 찾기는 각자가 자기 나름대로 방식과 속도로 신앙을 찾아가는 데에 도움을 준다.

영국에서 가톨릭의 인기는 이러한 추세를 두드러지게 보여준다. 18세에서 34세 사이의 그리스도교 신자 중 41%가 가톨릭 신자라고 밝히지만, 성공회 신자는 30%에 불과하다. 이는 2018년 성공회 신자가 전체 그리스도교인의 41%를 차지하고 가톨릭 신자가 23%를 보였던 것에 비교하면 주목할만한 변화이다. 인구통계학적 관점에서 18~34세 인구 중 대략 35%가 스스로 가톨릭 신자라고 응답하고, 25%가 성공회 신자라고 답한다.

미국에서 그리스도교로의 개종이라는 교회 전체의 추세에도 젊은이들의 가톨릭 선호는 유의미하다. 오하이오 주 클리브랜드 교구에서 가톨릭교회 세례자는 2025년만 하더라도 전년 대비 545명에서 812명으로 증가했고, 샌프란치스코 대교구에서도 2024년 444명에서 2025년 653명으로 증가했다. 이러한 수치가 세례를 받고 냉담 신자가 되고 마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성경에 관한 관심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도 있다. 미국 성서 공회The American Bible Society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의 성경 사용이 2024년에서 2025년으로 넘어오면서 29% 증가했고, 이중 남성만으로 볼 때는 19% 증가했다. 이는 2021년 이후 미국에서 처음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이는 미국 성인 중 교회 밖에서 매년 적어도 3번 이상 성경을 보는 사람이 1천만 명 늘었다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변화는 몇 가지 점에서 기존의 관행을 뒤집는다고 할 수 있다. 첫째로 그리스도교의 부흥에 관련한 이와 같은 분명한 조짐은 젊은 세대, 곧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에 의해 주도되고 있으며 이는 이례적이다. 전통적인 사고에서 볼 때 지금까지는 기성세대가 교회 내의 신앙을 주도해왔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둘째는 성별 문제이다. 젊은이들의 종교적 헌신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으며 그 관심의 대부분은 젊은 남성이 주도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젊은이들은 기성세대보다, 또 남성은 여성보다 덜 종교적이라는 내용이 보편적인 기존의 인식이었다면, 이는 유의미한 변화의 조짐이다.

조금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이와 같은 수치들을 살펴보게 되면 미국에서 오랫동안 감소 추세를 보여온 종교 참여가 안정화되거나 역전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미국 여론 조사 기관 중 가장 신뢰받는 기관 중 하나인 퓨 리서치 센터는 과거 수년간 젊은 미국인들의 종교적 정체성이 꾸준히 약화되어 왔다고 기록해왔는데, 2025년 2월에는 그리스도교의 신자 수 감소가 점차 완화되고 안정화되기 시작했다는 보고서를 밝힌다.

젊은이들은 교회와 같은 제도적인 장치나 부모의 영향에서가 아니라 산발적이나마 자기 주도적인 탐구를 통해 신앙에 관심을 보인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를 추적해 들어가면 몇 가지 타당한 인과 관계를 추론해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첫째는 소셜 미디어와 더 넓은 의미의 온라인 영역을 거론해 볼 수 있다. 온라인에서 상당한 팔로워들을 확보한 그리스도교나 가톨릭 인플루언서들이 많다. 이는 온라인 신앙 활동을 통해 젊은이들 각자가 자신의 방식과 속도에 맞춰 신앙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이전 세대와 달리 오늘날 젊은이들은 제도적 장치나 부모의 영향이 아닌 산발적이더라도 자기 주도적인 탐구를 통해 신앙에 점점 더 깊이 관여하고 있다. 특별히 디지털 환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단편 콘텐츠를 통해 오늘날 젊은이들은 신앙에 접근한다. 온라인에서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 직무를 수행하는 이들의 활동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러한 활동은 미미할지라도 지난 수십 년 동안 존재해 왔다. 하지만 신앙 기반 콘텐츠가 이제 알고리즘에 의해 증폭되고 확산되는 방식으로 개별 젊은이들에게 다가가고 공감을 얻어내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소셜 미디어는 양면성을 지닌다. 단편 콘텐츠의 바이럴 잠재력이 젊은이들의 종교에 관한 관심을 높이는데 기여할 가능성이 크지만, 소셜 미디어가 제공하는 표면적인 상호 작용을 피하기 위해 젊은이들은 종교 그 자체에 더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 이 모든 배경에는 젊은이나 노인을 막론하고 미국인을 괴롭히고 있는 ‘외로움이라는 전염병’이 그 기저에 깔려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어떤 종류의 종교이든, 특별히 그리스도교는 종교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러한 외로움이나 고립감을 피할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겨질 수 있다. 종교가 다른 이들, 그리고 자신 외의 무언가와 연결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의 종교에 관한 관심 급증은 부정적인 세계 상황에 대한 인식이나 이에 실제적으로 반응하는 결과일 가능성도 있다. 종교에 관한 관심이나 소속감 역시 세계 정세에 따라 밀물과 썰물의 흐름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팬데믹, 전쟁, 경제적 혼란과 같은 고통에 직면하면서 사람들은 인간보다 초월적인 존재를 믿으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현대 사회가 과거보다 더욱 혼란스럽고 무질서하다는 전제를 논의하는 것은 이 글의 범위를 벗어난다. 그렇지만 연결을 시도하려고만 하면 세상 어디서나 누구와도 연결이 가능하다는 초연결성hyperconnectivity, 과도하게 부풀리는 선정적인 미디어의 행태를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세상이 예전과 같지 않고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과 같은 인상을 주기에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젊은이들은 세상을 문자 그대로, 그리고 그들이 인식하는 방식대로 불확실한 미래를 물려받을 처지에 있으면서 몹시 불안해한다. 이런 불안감이 그들을 종교에 귀의하게 만드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하면서 위에 열거한 일종의 붐 현상이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변화를 반영하는 것인지는 지켜볼 일이다. 신앙에 입문하는 데는 종종 개인적인 비극이나 공허감과 같은 외적인 자극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우리의 신앙은 그러한 자극을 넘어서, 그리고 그 자극에도 불구하고 지속된다. 젊은이들의 가톨릭에 관한 관심이 그러한 지속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참고해서 눈여겨보면 좋을 내용: 함께 걷는 시노드 교회, 20·30대 여성 신자가 없다 https://news.cpbc.co.kr/article/1166470

————————

*이 글은 Robert Neithart라는 분이 2025년 8월 19일자로 wordonfire.org에 기고한 <It’s True, Young People Are Seeking the Faith>라는 글에 근거하였음을 밝힙니다. https://www.wordonfire.org/articles/its-true-young-people-are-seeking-the-faith/에서 관련 글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One thought on “젊은이들의 신앙 찾기

  1. 젊은이들이 공동체감을 교회에서 찾거나,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거나, 무너져가는 듯한 세상을 바라보며 절대자에 귀의하는 등의 여러 이유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을 찾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뻐할 일입니다. 교회가 이들의 마음을 품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