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ast Supper, Lectionary, 1227/74, Austria – Morgan Library, New York
정리되지 않은 정보는 그저 쓰레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빤히 알고 있지만, 정보는 스스로 자가 학습하고 생성하는 단계로까지 나아가 넘쳐나고 또 넘쳐나는 정보로 정보에 접하는 이들을 익사시키거나 바보로 만드는가 하면, 알고리즘이라는 영특한 도구를 등에 업고 날개라도 단 듯 특정한 방향으로 사람들을 세뇌하고 가스라이팅 한다. 그런데도 현명한 이는 접하는 정보를 잘 식별하고 활용하여 자기식대로 정리한다. 이럴 때 인터넷은 실로 정보의 보고寶庫이다.
우연히 그림 한 장을 보았다. “최후의 만찬”이라는 제목의 그림이었다. 이 그림은 일종의 온라인 와인 박물관인 https://www.musee-virtuel-vin.fr/en/enluminure-vin-divin-sacre 이라는 사이트에서 보게 되었는데, 이 그림에는 “The Last Supper, Lectionary, 1227/74, Austria – Morgan Library, New York”이라는 설명이 붙어있었다. 이 설명은 우선 뉴욕에 있는 모간이라는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역사/종교 관련) 도서로서, 1227/74이라는 번호로 찾을 수 있으며, 오스트리아에서 넘어온 책이라는 설명이 된다. 예수님의 거룩한 만찬에 관한 그림이면서도 유달리 나의 관심을 끌었던 까닭은 만찬상에 놓인 빵이 프레첼 모양이라는 사실 때문이었다.(그림의 우측 식탁 위)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나누신 빵이 프레첼이라고?’ 하는 물음과 함께 도대체 그 그림에 빵이 이렇게 그려지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해당 도서를 구체적으로 확인하지는 못하였으므로 어느 시기의 책인지는 알 길이 없으나, 인터넷을 통해 그림의 사연을 쫓아가다 보니 예수님께서 최후의 만찬 때에 제자들과 나눈 빵이 실제로 프레첼이었을 것으로 추측하거나, 적어도 그런 모양으로 그림에 그려 넣게 된 이유는 충분히 이해가 갈 만했다.
우리가 흔히 프레즐prezel이나 프레첼pretzel, 혹은 브레첼bretzel이라고 부르는 것은 원래 빵의 일종이었다. 똑똑한 AI는 prezel이 pretzel의 잘못된 표기라고 가르쳐준다. 흔히 독일에서 시작한 빵이나 과자의 일종으로 알고 있는 이것을 두고 덴마크에서는 크링글Kringle이라 한다는데, 이탈리아에서는 원래 프레티올라pretiola나 브라첼레bracellae라고 부른다고 한다. 프레티올라는 라틴어로 ‘작은 상償(little reward)’이라는 뜻이다. 많은 이가 이 빵이나 과자가 독일에서 시작한 것으로 알지만, 610년경에 이탈리아의 수도승들이 교리 수업에 참석한 어린아이들에게 간식이나 상으로 주기 위해 고안했다는 것이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우리나라에도 많은 곳에서 팔고 있고, 미국의 ‘앤티앤스 프레즐(Auntie Anne’s) 이라는 프레즐 프랜차이즈가 수십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 진출해 있을 정도이며, https://www.pretzels.com/이라는 프레첼 공식 온라인 쇼핑몰사이트도 있다.
프레즐과 관련하여서라면 ‘앤티앤스 프레즐’이라는 브랜드에 관한 이야기도 기억할 만하다. 이 브랜드는 앤 베일러Anne F. Beiler(1949년~)라는 창업자에 의해 미국 펜실베니아 주에서 시작하였다. <The Christian Post>에 기고한 글을 통해 앤 베일러는 자신의 사연을 밝히기도 했다. 비교적 순탄하게 살던 앤은 농장의 사고로 19개월 된 아기 안젤라를 잃는 끔찍한 사고를 겪었는데, 이때부터 6년 동안이나 죄책감과 자책으로 자신을 학대하며 커다란 내적 고통으로 고생하다가, “서로 죄를 고백하고 서로 남을 위하여 기도하십시오. 그러면 여러분의 병이 낫게 될 것입니다. 의인의 간절한 기도는 큰 힘을 냅니다.”(야고 5,16)라는 말씀에 힘을 얻어 회복길에 들어섰다. 오랜 고통과 좌절의 시간을 보낸 앤 베일러에게 남편은 소중한 그녀의 체험을 바탕으로 어려움을 겪는 다른 이들에게 무료 상담을 해주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하였고, 이를 받아들인 앤이 1988년에 펜실베니아 다우닝톤Downingtown, Pennsylvania의 농산물 거리 직판장에서 프레즐을 만들어 팔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앤은 후에 장기 근속자인 직원에게 회사를 넘겨주었고, 자신은 현재 강의나 집필, 그리고 상담 봉사에만 전념하고 있다.
요즈음이야 두툼하거나 얇거나, 막대형이거나 원형이거나, 크기도 다양하게 여러 가지 형태가 있지만 프레첼은 원래 구멍이 3개 있으면서 매듭이 꼬아져 있듯이 독특한 모양을 띤다. 이러한 모양은 아이들이, 혹은 수도자들이 양팔을 가슴에 얹고 기도하는(혹은 축복을 청하는) 모습을 본떠 만들어졌다고 하고,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가리키기 위해 비어 있는 구멍 세 개로 이를 표현했다고 알려진다. 이탈리아에서 bracellae라고 불러 이는 독일말 bretzel의 근원이 되었다고 하는데, 브라첼레는 어린이들의 ‘앙증맞은 팔이나 작은 팔(tiny arms 혹은 little arms)을 뜻한다. 오늘날 크림이나 치즈 같은 여러 가지 재료를 첨가하여 개성 있는 맛을 내세우는 프레첼이 온 세상 곳곳에서 다양하게 팔리지만, 혹자는 사순절 동안 금육을 하는 가톨릭교회의 관습에 따라 달걀이나 우유, 버터 같은 유제품을 전혀 가미하지 않고 밀가루와 물, 이스트만을 이용하여 만들어 사순절 동안 먹기 위한 빵이었다고도 소개한다. 그렇다면 사순절 끝에 맞는 성삼일의 성목요일 최후의 만찬 식사에서 빵은 마땅히 프레첼로 그려질 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