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12. 당신께서 영감을 주시지 않는 한 제가 무슨 진실을 말하리라고는 저도 못 믿겠습니다. 당신께서는 진리이신데 사람은 모두 거짓말쟁이라서 그렇습니다. 또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자기 것에서 말을 꺼냅니다. 그래서 저는 진실을 말하기 위하여 당신 것에서 말을 꺼냅니다.(13-25.38)
3713. 이런 음식을 즐기는 이들은 이 음식을 먹고 살지만 자기 배를 하느님으로 삼고 있는 자들은(필리 3,18-19 참조) 이런 음식을 즐기지 않습니다.…나는 적게 가질 줄도 알고 풍족하게 지낼 줄도 압니다.(13-26.39)
3714. 신비를 발설하는, 날아다니는 혀여!lingua volatilis.…‘열매’란(라틴어로도 ‘선물datum’은 ‘그저 주어진 것’으로, ‘열매fructus’는 ‘나무가 수고하여 맺은 것’으로 구분된다.) 증여자의 선하고 바른 의지입니다.(13-26.40)
3715. (까마귀는 하느님이 시키신 대로 빵을 물어 날랐을 뿐이므로 ‘선물’을 했고, 사렙타 과부는 엘리야가 하느님의 사람임을 알아보고 대접하였으므로 자기 선행으로 ‘열매’를 맺은 셈(1열왕 17,2-24 참조)
3716. (universum:라틴어는 ‘전체’라는 말로, ‘지체들의 질서정연한 집합’을 말하는 ‘총체universum’, 개체들을 그냥 한데 통칭하는 ‘전부omnes’, 부분으로 나누지 않고 송두리째 일컫는 ‘전체totum’으로 구분한다.)
3717. (아우구스티누스는 아주 젊었을 적에 “물체들에서 ‘전체’라고 할만한, 그래서 ‘아름답다pulchrum’고 할만한 것 다르고, ‘멋있다aptum’-어떤 것이 다른 것에 알맞게 어울려서, 다시 말해서 물체의 부분으로서 자기의 전체에 어우러져, 마치 신이 발에 맞듯이 하여 ‘멋있다’고 합니다.-고 하는 것이 다르다 함을 간파하고-본서 4.13.20 -‘아름답고 알맞은 것De pulchro et apto’라는 책을 썼는데 유실되어 전해오지 않는다.)
3718. 해는 낮을 너끈하게 만들고 달과 별은 밤을 다독이는 가운데 이 모든 것들이 절기를 가리키고 상징합니다.(13-32.47)
3719. (본서 13.29.44에서 ‘성경은 시간적으로 이야기하고 있고, 내 말에는 시간이 접근하지 못한다. 나와 같이 동등한 영원성으로 이루어져 있는 까닭이다’라고 한 말처럼, 예정은 만사를 영원에서 보시는 ‘하느님의 관점’을 시간적이고 역사적인 존재인 인간의 관점에서 언표하는 어휘다.)
3720. 이성ratio적 행위를 월등한 오성intellectus에 복종시키셨습니다.(13-34.49)
3721. 주 하느님, 저희에게 평화를 주십시오. 저희에게 모든 것을 베푸셨으니 정묵靜默의 평화pax quietis, 안식일의 평화pax sabbati, 저녁 없는 평화를 주십시오. 아름답기 그지없는 저 질서, 참 좋은 사물들이 제각각의 양상을 구현한 뒤에는 사물들의 저 모든 질서마저도 지나가고 말 것입니다.(사물이 지나가면서 그 세 가지 범주인 ‘정도modus’, ‘형상species’, ‘질서ordo’도 아울러 지나가게 되어 있다.) 저 모든 것에서 아침이 되고 또 저녁이 되었던 것입니다.(13-35.50)
3722. 일곱째 날은 저녁이 없고 해넘이도 없습니다.(창세 2,2 참조.-‘그분께서는 하시던 일을 모두 마치시고 이렛날에 쉬셨다’에는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라는 글귀가 없다) 당신께서 그 날을 영구히 머물게 성별하신 까닭입니다. 당신께서는 참 좋을 일을 하시었고, 그 일도 정묵 속에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그 일을 하신 다음 이렛날에는 쉬셨습니다. 당신 성경의 음성이 저희에게 미리 말해준 바에 의하면, 저희도 저희의 행업 다음에, 그러니까 저희의 참 좋은 일, 그것도 당신께서 저희에게 선사해 주신 것입니다만, 그 좋은 일을 마친 다음 영원한 생명의 안식일에 당신 안에서 쉬게 될 것입니다.(아우구스티누스의 대저 ‘신국론’도 인류사의 종국은 ‘영원한 안식일의 평화’로 끝을 맺는다. 이 세대가 지난 다음에는 이렛날처럼 하느님이 쉴 것이다. 하느님은 바로 그 이렛날-우리가 그 이렛날이 될테니까-을 당신 자신 안에서 쉬게 만들 것이다. 이 일곱 번째 연세가 우리의 안식일이 되리니 그 날의 끝은 저녁이 아닐 것이고 오직 주님의 날, 영원한 이렛날이 될 것이다)(13-36.51)
※ 총 13권 278장으로 이루어진 <고백록>을 권위 있게 맨 먼저 우리말로 소개해주신 분은 최민순 신부님으로서 1965년에 바오로딸을 통해서였다. 여기서는 <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Confessiones, 성염 역, 경세원, 2016년>을 따랐다. 각 문단의 앞머리 번호는 원문에 없는 개인의 분류 번호이니 독자들은 괘념치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