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교황님을 맞이한 교회와 온 세상이 새로운 교황님의 입과 모습, 몸짓, 그리고 일정에 주목하면서 과연 그분께서 어떤 리더십을 펼쳐주실지 궁금해한다. 어떤 이들은 그분의 한 달을 돌아보며 그분께서 하신 모든 말씀을 분석하여 향후를 예측하는 기사를 쏟아내기도 한다.(참조. 새 교황의 말마디들 https://benjikim.com/?p=14108) 그런데 그러한 심층 보도에도 불구하고 그분의 성모님 신심에 관심을 갖는 이는 드물다. 교황님께서는 교황으로 선출되신 5월 8일의 바로 다음다음 날인 5월 10일 로마에서 그리 멀지 않은 제나차노Genazzano라는 도시에 있는 ‘착한 의견의 성모님(라틴어: Mater boni consilii, Our Lady of Good Counsel)’을 모신 아우구스티노회 성모 성지를 깜짝 방문하였다. 아우구스티누스회 출신 첫 교황으로서 아우구스티누스회가 소중히 모시는 성모님께 교황으로서의 자신을 봉헌하기 위함이었다.
새 교황은 성모님 앞에서 기도하면서 교황으로서 자신의 직무를 봉헌하였고, 주변에 있던 이들에게 “성모님께서는 어머니로서 자신의 자녀를 절대 버리지 않으십니다. 어머님을 잘 모셔야만 합니다.(As the mother never abandons her children, you must also be faithful to the Mother.)”라는 말을 남기면서 성모님의 보호와 성모님 공경의 중요성에 관한 말씀을 남겼다. 그러나 교황청 공식 사이트에서는 아직 경황이 없었던 탓인지 교황님의 그날 사진만을 남기고 메시지의 전문을 수록하지는 않는다.
차제에 우리는 교황님의 성모 신심을 엿볼 수 있는 ‘착한 의견의 성모님’에 관하여 알아볼 필요가 있다. ‘착한 의견의 성모님’이란 호칭은 우리에게 천상 지혜를 알려주시고 안내하시는 분으로서 그리스도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을 알아 모신다는 뜻을 담는다. 전승에 따를 때 1467년 4월 25일 성 마르코 축일에 제나차노에 있는 5세기의 고대 성당에 신비로운 구름이 내려왔다. 이미 이 성당은 착한 의견의 성모님께 봉헌되었었고, 1356년 이래 아우구스티누스회에 맡겨져 관리되어 왔으며, 당시에는 보수 공사를 하던 중이었다. 신비로운 구름이 사라지고 난 뒤, 사람들은 성모님과 아기가 그려진 그림이 지지대 없이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이는 얇은 석고판 위에 폭 40센티미터, 길이 45센티미터 크기였다.

이 성화는 제작 시기가 사도 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알바니아Albania라는 지역의 주도인 스쿠타리Scutari라는 곳의 성당에 모셔져 있던 성화였는데, 오스만 제국의 침공 직전에 위에 묘사한 것처럼 이곳에 기적적으로 옮겨졌다고 알려져 왔다. 그렇지만 아우구스티누스회는 1950년대의 여러 과학적 검증 테스트를 통해서 볼 때, 1417년에서 1431년 사이에 프레스코화로 그려졌으며, 어떤 가난한 과부의 기부로 교회를 보수하던 중 발견되었고, 여러 번 덧칠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밝힌다. 신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이 성화는 신체적 치유나 기도의 응답, 그리고 극적인 회심 등 현지 신부가 공증한 내용만으로도 160건 이상의 기적적인 사례를 남긴다. 제2차 세계 대전 중에도 성당이 대부분 파괴되었지만 성화는 손상을 입지 않았다.
이 성화에서 성모님은 인간성을 상징하는 파란 옷을 입고 있으며 아기 예수님은 신성을 상징하는 빨간색 옷을 입고 있다. 성모님의 얼굴은 고전적인 예술 전통을 반영하고, 아기 예수님은 동서양의 통합을 상징하는 비잔틴 양식의 특징을 보인다. 성모님과 예수님의 머리 위에는 평화의 상징인 무지개가 둘러 있다.

‘착한 의견의 성모님’을 기리는 기념일은 4월 26일이며, 성인들로 추대된 교황님을 비롯하여 수많은 교황이나 성인들이 오랜 세월 동안 이곳 제나차노 성당을 찾아 ‘착한 의견의 성모님’께 성모님의 인도와 지혜를 구했다. 「성 알로이시오 곤자가, 성 알폰소 리구오리, 성 요한 보스코 등의 성인들도 ‘착한 의견의 성모님’을 공경하며 성모님의 도우심을 청했다.(위키백과)」 교황 우르바노 7세(1521~1590년)께서는 이 성모님 앞에서 로마의 전염병 종식을 위해 기도했으며, 교황 우르바노 8세 역시 이 성모님을 찾아 경배하였고, 1682년 11월 17일에 교황 인노첸시오 11세는 성화에 왕관을 씌어드렸으며, 1753년에 교황 베네딕토 14세는 착한 의견의 성모 신심회를 설립하였다.
교황 비오 9세께서도 1864년에 제나차노의 성모님을 찾아 순례하였으며, 1869년에는 제1차 바티칸 공의회 전에 착한 의견의 성모님을 다시 찾아 성모님의 지혜를 청했다. 레오 13세 교황은 1903년 로레토 성모 호칭기도에 「착한 의견의 성모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Mater boni concili, ora pronobis; Mother of Good Counsel, pray for us)」라는 구절을 추가했을 뿐만 아니라 착한 의견의 흰색 스카풀라를 승인하고 이의 관리를 아우구스티누스회에 맡겼다. 1959년 교황 요한 23세는 교황으로 선출되면서 제나차노를 방문하여 착한 의견의 성모님께 자신을 의탁하였으며 또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성모님의 인도가 함께 하시기를 기도했고,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2009년 바티칸 내부 정원에 착한 의견의 성모님 아이콘을 모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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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의견의 성모님 기도(짧은 양식)
1. 어머니, 저희는 좋은 의견을 얻기 위하여 당신 앞에서 기도드립니다. 복되시고 영광스러운 동정녀, 저희의 기도를 들으시고 저희의 소망을 이루어주소서. 당신의 아들 예수를 통하여 모든 환난에서 저희를 구하소서.
2. 착한 의견의 어머님께 돌이켜 의지하면서: 당신의 믿음으로 가득 찬 마음을 본받고자 하오니 불확실한 길을 밝히 따를 수 있게 어려운 결정을 이겨내기 위하여 하늘에서 성모님께 내려 보내주신 주님의 은혜로써 저희도 인도되게 하소서. 저희, 은총으로 가득 찬 자유를 향해 기쁜 희망으로 다가서는 저희에게 한마음과 한 정신 안에 감싸주소서. 동정녀 착한 의견의 성모님, 당신의 충고에 의탁하오니 저희의 간절한 기도를 들으시어 사랑이시며 자비로우신 우리 성부와 당신의 아드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모든 은혜를 베푸시는 성령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3. 지혜와 사랑의 아버지, 아버지는 당신의 아들을 세상의 빛으로 주셨으며, 진리의 길을 인도해주시는 성령을 늘 저희에게 보내주셨나이다. 당신의 말씀으로 저희의 마음을 열어주시고, 저희 가운데 당신이 하시는 일들을 깊이 새기게 하소서. / 성령의 선물로 지혜, 지식, 의견과 통찰력을 저희에게 베풀어주시고 진리와 사랑의 길을 걸어가게 해주시며, 당신의 은총 안에 성모님과 함께 기뻐하게 하소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아우구스티누스 수도회 홈페이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