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제58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2025년 1월 1일)
I. 위기에 놓인 인류의 부르짖음에 귀 기울이기
1.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베풀어 주신 희망의 희년인 새해를 시작하며, 저는 모든 이에게 진심으로 평화의 인사를 전합니다. 특히 자기 삶의 처지에 낙담해 있는 이들, 과거의 잘못으로 비난받는 이들, 다른 이들의 판단에 짓눌린 이들, 자기 삶에 대한 한 가닥 희망을 알아차릴 힘조차 없는 이들을 생각합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희망과 평화가 있기를 빕니다. 올해는 구세주의 성심에서 우러나오는 은총의 해이기 때문입니다!
2. 2025년에 가톨릭교회는 희망으로 마음을 가득 채우는 행사인 희년을 거행합니다. ‘희년’(Jubilee)은, 마흔아홉 해마다 숫양 뿔 나팔(히브리어로 yobel) 소리가 울려 퍼지며 모든 백성을 위한 자비와 해방의 해를 선포하던 고대 유다 관습을 떠올리게 합니다(레위 25,10 참조). 이 장엄한 선포는 온 땅에 울려 퍼져(레위 25,9 참조) 땅의 사용, 재화의 소유, 특히 가난한 이들과 자기 소유물을 빼앗긴 이들을 비롯하여 다른 이들과 맺는 관계 등 삶의 모든 측면에서 하느님의 정의를 다시 세우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나팔 소리는, 억압의 숙명을 지니고 이 세상에 태어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빈부를 막론하고 모든 이에게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같은 하느님 아버지의 자녀요 형제자매인 우리는 모두 주님 뜻에 따라 자유롭게 살기 위하여 태어났습니다(레위 25,17.25.43.46.55 참조).
3. 오늘날에도 희년은 해방을 가져다주시는 하느님의 정의를 이 세상에 세우고자 노력하도록 우리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주는 때입니다. 이 은총의 해를 시작하며, 숫양의 뿔 나팔 대신, 우리는 의인 아벨이 외치는 피의 울부짖음처럼(창세 4,10 참조) 이 세상 수많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도움을 청하는 절박한 호소”1)에 귀 기울이려 합니다. 하느님께서 그 소리를 듣지 못하시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지구가 착취당하고 우리 이웃이 억압당하는 많은 상황에 대하여 우리도 목소리를 높이고 고발해야 할 의무감을 느낍니다.2) 이러한 불의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 말씀하신 “죄의 구조”3)의 형태로 이따금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죄의 구조는 일부 사람들의 불의에서 비롯될 뿐만 아니라 공모의 네트워크를 통하여 강화되고 지속됩니다.
4. 우리는 저마다, 비록 간접적이지만 현재 우리 인류 가족을 괴롭히는 갈등을 부채질하는 행태들을 비롯하여 우리 공동의 집인 지구가 겪어온 파괴에 대하여 어떤 식으로든 책임감을 느껴야 합니다. 이처럼 서로 다르지만 상호 연결된 구조적 문제들이 생겨나고 얽혀서 우리 세상에 큰 혼란을 야기합니다.4) 저는 특히 모든 종류의 불평등, 이주민에 대한 비인간적 처우, 환경 파괴, 허위 정보로 의도적으로 조성된 혼란, 모든 유형의 대화 거부, 군수 산업에 쏟아부은 막대한 재정 지출을 생각합니다. 이 모든 것이 합쳐져 인류 전체의 존재를 위태롭게 만듭니다. 따라서 이 한 해를 시작하며 우리는 고통받는 인류의 이 부르짖음에 귀 기울이고자 합니다. 그렇게 할 때에 우리가 다 함께 그리고 개별적으로도 불의의 사슬을 끊고 하느님의 정의를 선포하라는 부르심을 받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가끔 어쩌다가 하는 자선 활동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지속적인 변화가 이루어지려면 문화적이며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5)
II. 문화적 변화: 우리는 모두 죄인입니다
5. 희년의 거행은 지상 재화가 소수 특권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이를 위한 것임을 우리에게 일깨워 줌으로써, 불의와 불평등의 현재 상황에 맞서는 수많은 변화를 이끌어 내는 원동력이 됩니다.6) 카이사리아의 바실리오 성인의 말을 떠올려 보면 좋겠습니다.
“말씀해 보십시오, 당신이 가진 것이 무엇입니까? 그것들을 어디에서 찾아서 당신 삶의 일부로 삼았습니까? …… 당신은 모태에서 알몸으로 나오지 않았습니까? 당신이 흙으로 돌아갈 때 알몸으로 돌아가지 않겠습니까? 당신의 재산은 어디에서 왔습니까? 운이 좋아서 재산이 저절로 생겼다고 말한다면, 창조주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고 내어 주시는 분께 감사하지 못하며 하느님을 부정하는 것입니다.”7) 감사하지 못하면 우리는 하느님의 선물들을 인식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당신의 무한한 자비로 죄 많은 인류를 내치지 않으시고 오히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모든 이에게 구원의 용서를 주심으로써 생명의 선물을 확인해 주십니다. 그러하기에 예수님께서는 ‘주님의 기도’를 우리에게 가르쳐 주실 때, “저희 잘못을 용서하시고”(마태 6,12)라는 기도를 하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6. 우리가 하느님 아버지와의 관계를 간과하면, 힘이 곧 정의가 되는 착취와 억압의 논리가 다른 이들과 우리의 관계를 지배할 수 있다고 착각하기 시작합니다.8) 가난한 이들의 고통으로 이득을 취하던 예수님 시대의 엘리트들처럼, 오늘날에도 상호 연결된 지구촌에서9) 국제 체제가 연대와 상호 의존의 정신에서 영감을 받지 않을 때 불의가 생겨나게 됩니다. 이러한 불의는 가난한 국가들을 덫에 빠뜨리는 부패로 더욱 심화됩니다. 빚진 이들을 착취하려는 사고방식은 특히 남반구에서 수많은 국가를 짓누르는 현재의 ‘부채 위기’를 간단명료하게 설명하는 말입니다.
7. 외채가 부유한 국가의 정부와 민간 금융 기관들이 단순히 자기 시장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하여 가난한 국가들의 인적 자원과 천연자원을 부도덕하고 무차별적으로 착취하는 통제 수단이 되어 왔다는 사실을 저는 여러 차례 말해 왔습니다.10) 더 나아가, 이미 국제 부채에 허덕이는 다양한 민족들은 선진국들이 초래한 ‘생태적 빚’의 부담까지 떠안도록 강요받고 있습니다.11) 외채와 생태적 빚은 동전의 양면, 곧 부채 위기를 고조시킨 착취의 사고방식입니다.12) 이번 희년의 정신으로, 저는 국제 사회가 북반구와 남반구 사이의 생태적 빚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외채를 탕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촉구합니다. 이는 연대를 위한 호소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정의를 위한 호소입니다.13)
8.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필요한 문화적이며 구조적인 변화는, 공통되면서도 분화된 책임감 안에서 우리 모두가 한 분이신 하느님 아버지의 아들딸이고 그분께 죄를 지었으며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마침내 인식할 때에 이루어질 것입니다. “우리가 서로를 필요로 하고 서로에게 빚지고 있다는 것”14)을 마침내 우리는 발견할 것입니다.
III. 희망의 여정: 세 가지 제안
9. 우리가 꼭 필요한 이 변화들을 마음에 새긴다면, 은총의 해인 희년은 우리가 저마다 하느님의 무한하신 자비에 대한 체험에서 비롯된 새로운 희망의 여정에 나설 수 있게 도와줄 것입니다.15)
하느님께서는 아무에게도 빚을 지고 계시지 않지만, 당신의 은총과 자비를 모든 이에게 끊임없이 베풀어 주십니다. 7세기의 동방 교회 교부인 니네베의 이사악이 이렇게 기도하였던 것처럼 말입니다. “주님, 당신 사랑은 제 잘못보다 더 크시옵니다. 바다의 물결들도 수많은 제 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당신 사랑에 견주어 그 무게를 잰다면 제 죄는 먼지처럼 사라집니다.”16)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저지르는 죄악의 무게를 재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자비가 풍성하신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그 큰 사랑으로 사랑하셨습니다’(에페 2,4 참조). 하느님께서는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과 지구의 부르짖음도 듣고 계십니다. 우리는 올해를 시작하면서 잠시 멈추어 서서, 끊임없이 우리 죄를 용서하시고 우리의 모든 빚을 탕감해 주시는 하느님의 자비를 생각하며 우리 마음에 희망과 평화가 흘러넘치게 하여야 합니다.
10. ‘주님의 기도’를 우리에게 가르쳐 주시면서 예수님께서는 아버지께 우리의 죄를 용서해 달라고 청하며 기도를 시작하시고 곧이어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마태 6,12 참조)라는 도전과제를 제시하십니다. 다른 이들의 죄를 용서하고 그들에게 희망을 주려면 우리는 바로 그 희망으로, 곧 하느님 자비에 대한 경험의 결실로 우리 삶을 채울 필요가 있습니다. 희망은 관대함 안에서 넘쳐 흐릅니다. 희망은 계산하지 않고, 은연중에 요구하지 않으며, 잇속을 챙기지 않습니다. 희망이 바라는 것은 오직 한 가지입니다. 바로, 넘어진 이들을 일으켜 세우고 부서진 마음을 치유하며 온갖 종류의 속박에서 우리를 풀어 주는 것입니다.
11. 따라서, 이 은총의 해를 시작하면서 저는, 세상 만민이 삶의 존엄성을 되찾고 희망의 길을 다시 나서게 할 수 있는 세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그렇게 한다면 부채의 위기를 이겨 내고, 모든 이가 용서받은 죄인임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습니다.
우선 저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 2000년 대희년에 하신 호소, 곧 “여러 국가들의 미래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국제적 부채를 완전히 탕감해 주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실제적으로 감면해 주는 것을”17) 배려해 보자는 그 호소를 거듭 강조하고자 합니다. 부유한 국가들은 생태적 빚을 인정하고, 빚을 갚지 못할 처지에 놓인 국가들의 부채 탕감을 위하여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도록 부름받았음을 인식하여야 합니다. 당연히 이것이 금융과 채무의 악순환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그저 일회적인 자선 행위로 끝나지 않으려면, 새로운 금융 체계가 고안되어 민족들의 연대와 화합에 기초한 ‘세계 금융 헌장’을 만드는 것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또한 저는, 잉태되는 순간부터 자연사에 이르기까지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존중하겠다는 확고한 노력을 요청합니다. 이를 통하여, 모든 사람이 자기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자기 자신과 자녀들의 번영과 행복이 피어날 미래를 희망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으면 젊은이들은 생명을 출산하려는 기대를 품기 어려워집니다. 특히 여기서 저는 생명의 문화를 증진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초대하고자 합니다. 모든 나라에서 사형 제도를 폐지할 것을 제안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 형벌 제도는 생명의 불가침성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용서와 재활에 대한 모든 인간적 희망을 없애 버립니다.18)
나아가 저는, 성 바오로 6세 교황과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발자취를 따라,19) 미래 세대를 위하여 한 가지 더 여러분께 호소하고자 합니다. 전쟁으로 점철된 이 시대에, 군비에 들어가는 공적 자금의 일정 비율을 국제 기금 설립을 위하여 사용합시다. 이 기금은 기아 근절 그리고 빈곤국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의 증진과 기후 위기 대처를 목표로 하는 교육 활동 지원을 위하여 사용될 것입니다.20) 우리는 젊은이들이 미래를 희망이 없다고 여기거나 사랑하는 이들이 흘린 피에 대한 복수심을 가지게 부추길 만한 모든 단초를 없애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미래는 우리가 과거의 잘못을 극복하고 평화의 새로운 길을 닦게 해 주는 선물입니다.
IV. 평화의 목표
12. 이러한 제안들을 받아들여 희망의 여정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분명 그토록 바라던 목표인 평화가 동트고 있음을 보게 될 것입니다. 시편 저자는 다음과 같은 약속을 확인시켜 줍니다. “자애와 진실이 서로 만나고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리라”(시편 85[84],10). 꾸어준 빚이라는 무기를 내려놓고 나의 한 형제나 자매에게 가는 희망의 길을 다시 열 때, 나는 이 땅에 하느님 정의를 다시 세우는 데에 기여하는 것이고 그 형제자매와 함께 평화의 목표를 향하여 나아가는 것입니다. 성 요한 23세 교황께서 말씀하셨듯, 전쟁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에서 “무장 해제”된 마음만이 참평화를 낳을 수 있습니다.21)
13. 2025년이 평화가 꽃피는 한 해가 되기를 빕니다! 인간적 협상 테이블과 계약에 그치고 마는 것이 아닌 참되고 항구한 평화 말입니다.22) 하느님께서 무장 해제된 마음에 베풀어 주시는 참평화를 찾아 나섭시다. 무장 해제된 마음은 곧, 내것 네것 따지지 않는 마음, 이기심을 누그러뜨리고 타인에게 기꺼이 손 뻗으려는 마음입니다. 또한 자신이 하느님 앞에 죄인이라 생각하고 다른 이들을 짓누르는 빚을 탕감할 준비가 된 마음, 미래에 대한 걱정을 떨치고 모든 이가 더 나은 세상 건설에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은 마음입니다.
14. 마음의 무장 해제는 모든 이가 할 일입니다. 첫째부터 꼴찌까지, 큰 이부터 작은 이까지, 부유한 사람부터 가난한 사람까지 모든 사람이 참여하여야 합니다. 때로는 아주 단순한 것들 곧, “미소, 우정의 작은 몸짓, 친절한 눈길, 기꺼이 귀 기울이는 경청, 선행”23)으로도 족합니다. 우리는 이 크고 작은 몸짓들을 통하여 평화의 목표에 더 가까이 다가갈 것입니다. 또한 우리 형제자매들과 나란히 이 길을 걸으면서 우리가 처음 길을 나설 때에 비하여 변화했다는 사실을 깨달을수록 우리는 평화의 목표에 더 빨리 도달할 것입니다. 평화는 전쟁 종식과 함께 올 뿐만 아니라 새로운 세상의 시작과도 함께 옵니다. 새 세상에서 우리는 우리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가깝고 더 형제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살아갈 것입니다.
15. 주님, 저희에게 주님의 평화를 주소서! 저는 각국과 정부의 수반, 국제기구 지도자, 다양한 종교 지도자, 선의를 지닌 모든 이에게 저의 진심 어린 새해 인사를 보내며 하느님께 이렇게 기도드립니다.
주님,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소서.
용서의 이러한 순환 안에서 저희에게 주님의 평화를 주소서.
이 평화는, 마음의 빗장을 푼 이들,
희망 안에서 형제자매들의 빚을 탕감하는 이들,
주님께 지은 죄를 두려움 없이 고백하는 이들,
가난한 이들의 울부짖음에 귀를 닫아 버리지 않는 이들에게
오직 주님만이 베푸실 수 있는 평화이오니,
주님, 저희에게 주님의 평화를 주소서.
바티칸에서, 2024년 12월 8일, 프란치스코(*출처: CB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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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란치스코, 2025년 정기 희년 선포 칙서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Spes Non Confundit), 2024.5.9., 8항.
2)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교서 「제삼천년기」(Tertio Millennio Adveniente), 1994.11.10.,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1995(제1판), 51항 참조.
3) 성 요한 바오로 2세, 회칙 「사회적 관심」(Sollicitudo Rei Socialis), 1987.12.30.,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00(제2판), 36항.
4) 프란치스코, 교황청립 과학원과 사회학술원 대의원 회의 참가자들에게 한 연설, 2024.5.16. 참조.
5) 프란치스코, 회칙 「하느님을 찬미하여라」(Laudate Deum), 2023.10.4.,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23년(제1판), 70항 참조.
6)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16항 참조.
7) 성 바실리오, 「탐욕에 대한 강론」(Homilia de Avaritia), 7, 『그리스 교부 총서』(Patrologia Graeca: PG) 31, 275.
8) 프란치스코,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 2015.5.24.,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21(제2판), 123항 참조.
9) 프란치스코, 수요 일반 알현 교리 교육, 2020.9.2., 『로세르바토레 로마노』(L’Osservatore Romano), 2020.9.3., 8면 참조.
10) 프란치스코, ‘남반구의 채무 위기’에 관한 회의 참가자에게 한 연설, 2024.6.5. 참조.
11) 프란치스코, 유엔기후변화협약 제28차 당사국 총회에서 한 연설, 2023.12.2. 참조.
12) ‘남반구의 채무 위기’에 관한 회의 참가자에게 한 연설 참조.
13)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16항 참조.
14) 프란치스코, 형제애와 사회적 우애에 관한 회칙 「모든 형제들」(Fratelli Tutti), 2020,10.3.,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21(제1판), 35항.
15)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23항 참조.
16) 니네베의 이사악, 「연설 10」(Oratio X), 100-101, 『동방 그리스도교 저술가 전집』[Corpus Scriptorum Christianorum Orientalium: CSCO] 638, 115.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하느님께서 우리 잘못 안에 끊임없이 머무르신다고 말할 수 있었다. “‘당신의 자비가 영원’하기에, 당신께서 죄를 용서해 주신 모든 이의 빚을 당신 약속을 통해 황송하옵게도 몸소 짊어지십니다”(고백록[Confessiones], 5, 9, 17: 『라틴 교부 총서』[Patrologia Latina: PL] 32, 714 참조).
17) 「제삼천년기」, 51항.
18)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10항 참조.
19) 성 바오로 6세, 회칙 「민족들의 발전」(Populorum Progressio), 1967.3.26., 51항, 『교회와 사회』, 401면; 베네딕토 16세, 성좌 주재 외교 사절단에 한 연설, 2006.1.9.; 베네딕토 16세, 세계주교시노드 후속 교황 권고 「사랑의 성사」(Sacramentum Caritatis), 2007.2.22.,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09(제1판), 90항 참조.
20) 「모든 형제들」, 262항; 성좌 주재 외교 사절단에 한 연설, 2024.1.8.; 유엔 기후변화협약 제28차 당사국 총회에서 한 연설, 참조.
21) 성 요한 23세, 회칙 「지상의 평화」(Pacem in Terris), 1963.4.11.,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03(제1판), 61항 참조.
22) 프란치스코, 성지 예루살렘의 평화를 구하는 기도 10주년 기념 연설, 2024.6.7. 참조.
23)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18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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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SAGE OF HIS HOLINESS POPE FRANCIS FOR THE LVIII WORLD DAY OF PEACE
1st JANUARY 2025
Forgive us our trespasses: grant us your peace
I. Listening to the plea of an endangered humanity
1. At the dawn of this New Year given to us by our heavenly Father, a year of Jubilee in the spirit of hope, I offer heartfelt good wishes of peace to every man and woman. I think especially of those who feel downtrodden, burdened by their past mistakes, oppressed by the judgment of others and incapable of perceiving even a glimmer of hope for their own lives. Upon everyone I invoke hope and peace, for this is a Year of Grace born of the Heart of the Redeemer!
2. Throughout this year, the Catholic Church celebrates the Jubilee, an event that fills hearts with hope. The “jubilee” recalls an ancient Jewish practice, when, every forty-ninth year, the sound of a ram’s horn (in Hebrew, jobel) would proclaim a year of forgiveness and freedom for the entire people (cf. Lev 25:10). This solemn proclamation was meant to echo throughout the land (cf. Lev 25:9) and to restore God’s justice in every aspect of life: in the use of the land, in the possession of goods and in relationships with others, above all the poor and the dispossessed. The blowing of the horn reminded the entire people, rich and poor alike, that no one comes into this world doomed to oppression: all of us are brothers and sisters, sons and daughters of the same Father, born to live in freedom, in accordance with the Lord’s will (cf. Lev 25:17, 25, 43, 46, 55).
3. In our day too, the Jubilee is an event that inspires us to seek to establish the liberating justice of God in our world. In place of the ram’s horn, at the start of this Year of Grace we wish to hear the “desperate plea for help” [1] that, like the cry of the blood of Abel (cf. Gen 4:10), rises up from so many parts of our world – a plea that God never fails to hear. We for our part feel bound to cry out and denounce the many situations in which the earth is exploited and our neighbours oppressed. [2] These injustices can appear at times in the form of what Saint John Paul II called “structures of sin”, [3] that arise not only from injustice on the part of some but are also consolidated and maintained by a network of complicity.
4. Each of us must feel in some way responsible for the devastation to which the earth, our common home, has been subjected, beginning with those actions that, albeit only indirectly, fuel the conflicts that presently plague our human family. Systemic challenges, distinct yet interconnected, are thus created and together cause havoc in our world. [4] I think, in particular, of all manner of disparities, the inhuman treatment meted out to migrants, environmental decay, the confusion willfully created by disinformation, the refusal to engage in any form of dialogue and the immense resources spent on the industry of war. All these, taken together, represent a threat to the existence of humanity as a whole. At the beginning of this year, then, we desire to heed the plea of suffering humankind in order to feel called, together and as individuals, to break the bonds of injustice and to proclaim God’s justice. Sporadic acts of philanthropy are not enough. Cultural and structural changes are necessary, so that enduring change may come about. [5]
II. A cultural change: all of us are debtors
5. The celebration of the Jubilee spurs us to make a number of changes in order to confront the present state of injustice and inequality by reminding ourselves that the goods of the earth are meant not for a privileged few, but for everyone. [6] We do well to recall the words of Saint Basil of Caesarea: “Tell me, what things belong to you? Where did you find them to make them part of your life? … Did you not come forth naked from the womb of your mother? Will you not return naked to the ground? Where did your property come from? If you say that it comes to you naturally by luck, you would deny God by not recognizing the Creator and being grateful to the Giver”. [7] Without gratitude, we are unable to recognize God’s gifts. Yet in his infinite mercy the Lord does not abandon sinful humanity, but instead reaffirms his gift of life by the saving forgiveness offered to all through Jesus Christ. That is why, in teaching us the “Our Father”, Jesus told us to pray: “Forgive us our trespasses” ( Mt 6:12).
6. Once we lose sight of our relationship to the Father, we begin to cherish the illusion that our relationships with others can be governed by a logic of exploitation and oppression, where might makes right. [8] Like the elites at the time of Jesus, who profited from the suffering of the poor, so today, in our interconnected global village, [9] the international system, unless it is inspired by a spirit of solidarity and interdependence, gives rise to injustices, aggravated by corruption, which leave the poorer countries trapped. A mentality that exploits the indebted can serve as a shorthand description of the present “debt crisis” that weighs upon a number of countries, above all in the global South.
7. I have repeatedly stated that foreign debt has become a means of control whereby certain governments and private financial institutions of the richer countries unscrupulously and indiscriminately exploit the human and natural resources of poorer countries, simply to satisfy the demands of their own markets. [10] In addition, different peoples, already burdened by international debt, find themselves also forced to bear the burden of the “ecological debt” incurred by the more developed countries. [11] Foreign debt and ecological debt are two sides of the same coin, namely the mindset of exploitation that has culminated in the debt crisis. [12] In the spirit of this Jubilee Year, I urge the international community to work towards forgiving foreign debt in recognition of the ecological debt existing between the North and the South of this world. This is an appeal for solidarity, but above all for justice. [13]
8. The cultural and structural change needed to surmount this crisis will come about when we finally recognize that we are all sons and daughters of the one Father, that we are all in his debt but also that we need one another, in a spirit of shared and diversified responsibility. We will be able to “rediscover once for all that we need one another” and are indebted one to another. [14]
III. A journey of hope: three proposals
9. If we take to heart these much-needed changes, the Jubilee Year of Grace can serve to set each of us on a renewed journey of hope, born of the experience of God’s unlimited mercy. [15]
God owes nothing to anyone, yet he constantly bestows his grace and mercy upon all. As Isaac of Nineveh, a seventh-century Father of the Eastern Church, put it in one of his prayers: “Your love, Lord, is greater than my trespasses. The waves of the sea are nothing with respect to the multitude of my sins, but placed on a scale and weighed against your love, they vanish like a speck of dust”. [16] God does not weigh up the evils we commit; rather, he is immensely “rich in mercy, for the great love with which he loved us” ( Eph 2:4). Yet he also hears the plea of the poor and the cry of the earth. We would do well simply to stop for a moment, at the beginning of this year, to think of the mercy with which he constantly forgives our sins and forgives our every debt, so that our hearts may overflow with hope and peace.
10. In teaching us to pray the “Our Father”, Jesus begins by asking the Father to forgive our trespasses, but passes immediately to the challenging words: “as we forgive those who trespass against us” (cf. Mt 6:12). In order to forgive others their trespasses and to offer them hope, we need for our own lives to be filled with that same hope, the fruit of our experience of God’s mercy. Hope overflows in generosity; it is free of calculation, makes no hidden demands, is unconcerned with gain, but aims at one thing alone: to raise up those who have fallen, to heal hearts that are broken and to set us free from every kind of bondage.
11. Consequently, at the beginning of this Year of Grace, I would like to offer three proposals capable of restoring dignity to the lives of entire peoples and enabling them to set them out anew on the journey of hope. In this way, the debt crisis can be overcome and all of us can once more realize that we are debtors whose debts have been forgiven.
First, I renew the appeal launched by Saint John Paul II on the occasion of the Great Jubilee of the Year 2000 to consider “reducing substantially, if not cancelling outright, the international debt which seriously threatens the future of many nations”. [17] In recognition of their ecological debt, the more prosperous countries ought to feel called to do everything possible to forgive the debts of those countries that are in no condition to repay the amount they owe. Naturally, lest this prove merely an isolated act of charity that simply reboots the vicious cycle of financing and indebtedness, a new financial framework must be devised, leading to the creation of a global financial Charter based on solidarity and harmony between peoples.
I also ask for a firm commitment to respect for the dignity of human life from conception to natural death, so that each person can cherish his or her own life and all may look with hope to a future of prosperity and happiness for themselves and for their children. Without hope for the future, it becomes hard for the young to look forward to bringing new lives into the world. Here I would like once more to propose a concrete gesture that can help foster the culture of life, namely the elimination of the death penalty in all nations. This penalty not only compromises the inviolability of life but eliminates every human hope of forgiveness and rehabilitation. [18]
In addition, following in the footsteps of Saint Paul VI and Benedict XVI, [19] I do not hesitate to make yet another appeal, for the sake of future generations. In this time marked by wars, let us use at least a fixed percentage of the money earmarked for armaments to establish a global Fund to eradicate hunger and facilitate in the poorer countries educational activities aimed at promoting sustainable development and combating climate change. [20] We need to work at eliminating every pretext that encourages young people to regard their future as hopeless or dominated by the thirst to avenge the blood of their dear ones. The future is a gift meant to enable us to go beyond past failures and to pave new paths of peace.
IV. The goal of peace
12. Those who take up these proposals and set out on the journey of hope will surely glimpse the dawn of the greatly desired goal of peace. The Psalmist promises us that “steadfast love and faithfulness will meet; righteousness and peace will kiss” ( Ps 85:10). When I divest myself of the weapon of credit and restore the path of hope to one of my brothers or sisters, I contribute to the restoration of God’s justice on this earth and, with that person, I advance towards the goal of peace. As Saint John XXIII observed, true peace can be born only from a heart “disarmed” of anxiety and the fear of war. [21]
13. May 2025 be a year in which peace flourishes! A true and lasting peace that goes beyond quibbling over the details of agreements and human compromises. [22] May we seek the true peace that is granted by God to hearts disarmed: hearts not set on calculating what is mine and what is yours; hearts that turn selfishness into readiness to reach out to others; hearts that see themselves as indebted to God and thus prepared to forgive the debts that oppress others; hearts that replace anxiety about the future with the hope that every individual can be a resource for the building of a better world.
14. Disarming hearts is a job for everyone, great and small, rich and poor alike. At times, something quite simple will do, such as “a smile, a small gesture of friendship, a kind look, a ready ear, a good deed”. [23] With such gestures, we progress towards the goal of peace. We will arrive all the more quickly if, in the course of journeying alongside our brothers and sisters, we discover that we have changed from the time we first set out. Peace does not only come with the end of wars but with the dawn of a new world, a world in which we realize that we are different, closer and more fraternal than we ever thought possible.
15. Lord, grant us your peace! This is my prayer to God as I now offer my cordial good wishes for the New Year to the Heads of State and Government, to the leaders of International Organizations, to the leaders of the various religions and to every person of good will.
Forgive us our trespasses, Lord,
as we forgive those who trespass against us.
In this cycle of forgiveness, grant us your peace,
the peace that you alone can give
to those who let themselves be disarmed in heart,
to those who choose in hope to forgive the debts of their brothers and sisters,
to those who are unafraid to confess their debt to you,
and to those who do not close their ears to the cry of the poor.
From the Vatican, 8 December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