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교황님께서는 ‘세계 가톨릭 교육 계획의 발전을 위한 연구자들’이라는 단체를 만나 그들의 토론을 함께 하시고 말씀을 주셨다. 자주 그러하시듯이 교황님께서는 준비된 원고 대신 즉흥 연설을 하셨는데 교육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반부는 즉흥 연설문이고 후반부는 공식 연설문이다. 쉬운 이해를 위해, 그리고 필요에 따라 영문과 이탈리아어를 병기한 부분이 있다.(* ‘세계 가톨릭 교육 계획의 발전을 위한 연구자들’이라는 단체의 이름을 영어로 옮겨 말할 때, Global Researchers Advancing Catholic Education라고 하는데, 각 단어의 머릿글자를 조합하면 G.R.A.C.E. 곧 ‘GRACE’라는 어휘로 은총이나 은혜를 뜻하게 된다. 이들의 고유 홈페이지는 https://www.globalcatholiceducation.org/ 이다)
세계 가톨릭 교육 계획의 발전 연구자들을 위한 연설
(영어로) 여러분의 방문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한때 아일랜드 더블린의 밀타운 파크에서 영어를 공부하기 위해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잊었습니다. 미안하지만 이탈리아어로 말하겠습니다.(이하 이탈리아어)
여러분의 방문에 감사드립니다. 무척 기쁩니다. (그룹 동반자를 지칭하여) 특별히 이분의 강의를 듣고, 거의 이해했습니다만 때로는 이해하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제 식대로 말하자면, 위험과 안전 사이의 긴장 속에서 교육에 관한 전망에 관한 부분을 좋아했습니다. 여러분들이 하는 일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머릿속을 아이디어로 가득 채우려고 하는 우리가 가진 교육에 관한 상像을 깨트려야만 합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사람이 아니라 대뇌 작동 장치를 교육하는 것이 되고 맙니다. 교육이란 머리(head)와 마음(heart)과 손(hand)들 사이의 긴장 안에서 느끼고 행하는 것들을 생각하고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입니다. 조화調和 말입니다.
미궁迷宮에서 빠져나오려면 ‘아리아드네의 실타래(Ariadne’s thread)’가 필요합니다.…인생의 미궁도 생각합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많은 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이들이 인생이라는 미궁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줄 수 있는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는 무엇일까요? 함께 걷기Camminare insieme. 교육하는 이들과 함께 걷지 않고서는 교육할 수 없습니다. 소년 소녀들과 함께 걷고 있는 교육자들을 볼 때면 참 아름답습니다. 여러분이 제게 주신 <수사修辭가 현실을 만날 때(When Rhetoric Meets Reality)>라는 부제를 단 책에서는 “교육은 순수한 수사학적인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말하는 것을 현실과 만나게 하는 것입니다.”라는 아주 아름다운 내용을 말해 줍니다. 소년과 소녀들은 실수할 권리가 있지만, 그들과 함께 걷는 교육자는 그들이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그러한 실수를 안내합니다. 참된 교육자는 실수에 절대 놀라지 않습니다. 아닙니다. 동행(accompagna)하고, 손을 잡고(prende per mano), 듣고(ascolta), 대화(dialoga)합니다. 놀라지 않고 기다립니다.(Non si spaventa e aspetta.) 이것이 인간 교육입니다. 여러분이 보시다시피 대대로 이어져 온 교육이라는 유산遺産인 ‘대뇌 교육(macrocephalous education)’과 교육 자체(education itself), 성장하게 하고 앞으로 데려가는 교육(portare avanti e far crescere=carrying forward and growing)과 성장하도록 돕는 교육(aiutare a crescere=helping to grow) 사이에는 커다란 심연이 놓여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이러한 인간적인 교육적 접근에 감사드립니다. 계속 그렇게 하십시오, 용기를 내십시오!
끝으로, (그룹 동반자를 다시 지칭하며) 이분께서는 젊은이와 노인 간의 대화가 중요하다고 언급하셨습니다. 이것은 무척 중요합니다. (애들이) 부모를 넘어가려고 하는 것조차도 이는 반항이 아니라 근원을 찾는 것입니다. 뿌리, 뿌리 말입니다. 나무가 자라려면 뿌리와 밀접한 관계가 필요합니다. 뿌리가 뿌리에 고정된 채로 그냥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뿌리와 긴밀한 관계 안에 있어야 합니다. 제 고향 땅의 한 시인은 “나무가 꽃 피우는 모든 것은 모두 땅 밑에서 온다.(Tutto quello che l’albero ha di fiorito, gli viene da quello che ha sottoterra.=Everything the tree has produced comes from what it has underground.)”라는 아름다운 말을 남겼습니다. 뿌리 없이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합니다. 오직 뿌리에 붙어살면서 의미 있는 인생을 내다보는 생각들과 함께 살 때만 우리는 전통주의자들처럼 차갑고 딱딱한 박물관의 석상이나 동상이 아닌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뿌리와의 관계도 필요하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필요합니다. 과거로부터 취하여 앞으로 나아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전통입니다. 전통은 정적靜的인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는 역동적力動的인 것입니다. 5세기 프랑스의 신학자이자 수도자는 어떻게 하면 교의가 전통의 영감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발전할 수 있는지, 과거에 숨지 않으면서 성장해가야만 하는지를 고민하면서, 라틴어로 풀어보자면, “햇수로 굳어지고, 시간으로 확장하며, 나이로 고상하게 된다.(Ut annis scilicet consolidetur, dilatetur tempore, sublimetur aetate.=it progresses by being consolidated with the years, developing over time, sublimating with age.)”라고 하면서 이 점에 관하여 고심했던 것입니다. 이것이 전통입니다. 전통 안에서 교육해야 하지만 성장하기 위해서 교육해야 합니다.
고맙습니다. 여러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탱큐, 탱큐! 이제 여러분 모두에게, 그린 랜드에서 오신 분들게, 강복을 드리겠습니다.(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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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참가자들에게 페이퍼로 건네진 공식 연설문이다)
친애하는 친구 여러분,
저로서는 세계 가톨릭 교육 계획의 발전을 위한 연구자 여러분들이 로마를 순례하시는 동안 여러분께 인사를 드릴 수 있어서 무척 기쁩니다. 부활 시기의 기쁨이 여러분의 마음을 가득 채우고, 이곳 영원한 도시에서 열린 여러분들의 모임이 주님과 그분의 교회를 향한 충실을 강화하여 주며, 우리 가톨릭 교육의 전망이 지닌 차별성을 위해 애쓰시는 여러분을 더욱 풍요롭게 해 주시기를 빕니다.
지혜나 비판적 감각이 없이 전달되는 정보의 홍수라는 이 시대에 현재와 미래 세대의 가톨릭 교사와 학생을 양성하는 일은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됩니다. 교육자로서는 인간 개개인의 마음에 자리 잡고 있는 진眞·선善·미美를 향한 욕구를 더욱 자라게 하여 모두가 인생을 사랑하고 충만한 삶에 열려 있도록 하게 하라는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여기에는 최선의 연구를 통합하는 혁신적인 길을 식별해내는 것이 포함됩니다. 이로써 교사들은 전인적인 인간 발달 과정에서 그 인간에게 봉사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이는 머리, 손, 마음을 함께 양성하는 것, 그러니까 학습과 행동, 그리고 느낌 간 연결을 가장 고상하게 보존하고 강화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한다면 뛰어난 학업 커리큘럼뿐 아니라 그리스도의 가르침으로 영감을 받은 일관된 삶의 비전도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가톨릭교회의 교육 사업은 “인간의 완성을 추구할 뿐만 아니라…성세를 받은 사람이 차차 구원의 신비를 인식하도록 인도되면서 받은 신앙의 은혜를 나날이 더 잘 의식하게 합니다.”(그리스도교적 교육에 관한 선언, 제2항) 우리의 신앙은 우리 각자가 매일 양분을 주어 자라게 하고, 다른 이들도 도와 양분을 주어 자라게 해야 하는 위대한 선물입니다. 신앙의 빛 안에서 교육자와 학생은 우리를 창조하시고 인류 가족 안에서 형제와 자매가 되게 하시는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로 서로를 바라보게 됩니다. 이를 바탕으로 가톨릭 교육은 상호 공존, 형제적인 연대, 평화를 가르쳐 더 나은 세상을 건설하도록 여타의 것들에도 우리를 헌신하게 합니다. 이 며칠 간의 여러분 토론이 각계각층의 교육 기관과 여러분 학생들의 마음과 정신에 이러한 가치를 발전시키는 효과적인 수단들을 개발開發하고 계발啓發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동시에 가톨릭 교육은 복음화이기도 합니다. 복음은 기쁨으로 증거하게 하시고, 우리의 공동체들을 당신 힘으로 새롭게 하시며, 희망을 주시고, 현시대의 도전을 슬기롭게 맞설 힘을 주십니다. 저는 이번 연구 방문이 여러분 각자에게 영감을 주고, 교육자로서 여러분 각자의 소명을 향한 관대한 열성, 더욱 인간적이고 연대적인 사회를 위한 여러분의 헌신, 그래서 진리와 거룩함, 정의와 평화의 나라인 그리스도의 왕국을 다시 공고히 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감사드리면서 여러분의 중요한 일을 계속하시도록 격려를 보냅니다. 부디 저를 위해서 기도해주시기를 청합니다. 여러분 모두를 사랑하올 중재자이신 마리아, 교회의 어머니께 맡겨드립니다. 부활하신 구세주 그리스도 안에 기쁨과 평화의 서약으로 저의 축복을 마음으로부터 전합니다. 저를 위해서 기도하는 것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감사합니다!(교황 프란치스코, 세계 가톨릭 교육 계획의 발전을 위한 연구자들을 위한 연설, 2022년 4월 20일 *영어나 이탈리아어 원문 출처-https://www.vatican.va/)
아드리아드네의 실타래? 그 내용이 궁금해졌습니다.
참 어렵습니다.
그들과 함께 걸으며
그들 속의 진선미를 자연스럽게
발현되도록 노력하는 것은.
그렇지만 고귀한 사명 앞에
그들이 빛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사진이용.
영광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