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은 친밀의 자리, 서로를 발견하는 자리, 기도의 자리, ‘오늘 어땠어?’하고 묻는 자리, 함께 먹고 마시면서 ‘좀, 더 들어!’라고 말하는 자리, 옛이야기와 새로운 이야기가 어우러지는 자리, 웃음과 눈물이 있는 자리이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로 서로서로 간에 어쩔 수 없는 거리와 한계가 다가서는 자리, 부모들 사이에서 애들이 긴장을 느끼는 자리, 형제와 자매들이 그들의 분노와 질투를 내뱉는 자리, 걱정에 걱정을 더하고 접시와 밥그릇이 폭력의 도구가 되어버릴 수도 있는 자리, 그런 자리가 또한 식탁이다.
공동체 형제나 자매 중 누군가가 식탁에 함께 앉기를 어색해하거나 은근히 혼자 따로 먹기를 선호하고 일이라는 핑계로 빨리 일어나기를 자주 반복하면 우리의 공동체가 뭔가 이상 증세를 보이지 않는지 함께 살펴보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식탁에서 우리의 우정과 공동체가 어디쯤 와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우리의 미움과 분열이 어디까지 가 닿았는지도 알게 된다.
정확히 말해서 식탁은 모든 식구의 친밀과 마음을 느끼는 자리이면서, 동시에 그 친밀과 마음의 어그러짐이 적나라하게 자기 실체를 드러내는 바로 그런 자리이다.(2016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