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간

주님 수난 성지 주일로부터 부활 성야에 이르는 성주간을 요일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보는 것은 주님 부활 대축일을 준비하기 위해 좋은 방법의 하나이다.

주님 수난 성지 주일(Palm Sunday): 성지聖枝 주일은 성주간의 시작이지만 성삼일(3일)에 포함되지는 않는다. 이날 교회는 예수님의 예루살렘 영광스러운 입성을 축하하는 동시에, 성주간의 시작과 십자가를 향한 예수님의 마지막 여정을 기념한다.

이날 전례는 사람들이 “호산나”를 외치며 나뭇가지를 흔들어 예수님을 맞이했던 예루살렘 입성 복음 낭독으로 시작한다. 전통적으로 교회는 나뭇가지를 축복하고 나누어 주어 입당 행렬 때 신자들이 이를 흔들도록 한다. 말씀 전례에서 복음은 전례 주년에 따라 마르코, 마태오, 루카 복음 중 하나를 택하여 예수님의 수난기를 낭독한다.

성주간 월요일: 보통 특별한 전례는 없으나, 전례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베타니아의 친구들을 방문하시고, 마리아는 예수님의 장례를 준비하며 값진 향유를 그분께 붓는다.(참조. 요한 12,1-11) * 성주간의 전례 복음은 ‘가’ ‘나’ ‘다’해 모두 같다.

성주간 화요일: 예수님의 수난에 더 가까워지는 날로, 전례는 유다의 배반과 베드로의 부인否認을 예고하시는 예수님께 초점을 맞춘다.(참조. 요한 13,21ㄴ-33.36-38)

성주간 수요일(Spy Wednesday): 예수님께서 배반당하시기 전날로, 유다가 성전 수석 사제들을 찾아가 은돈 서른 닢에 예수님을 넘겨주기로 약속한 날이다. 전통적으로 ‘밀고자’ 또는 ‘배반자’ 유다를 가리켜 영어로 ‘스파이 수요일’이라 부르기도 한다.(참조. 마태 26,14-25)

주님 만찬 성 목요일(Holy Thursday): 성삼일의 첫 번째 축제는 저녁에 거행되는 ‘주님 만찬 미사’이다. 이 미사는 예수님께서 돌아가시기 전 열두 사도 및 제자들과 나누신 마지막 식사를 기념한다.(1코린 11,23-26 및 마태오, 마르코, 루카의 공관복음 참조)

강론 후에는 스승이신 주님을 본받아 세족례(발 씻김 예절)를 거행한다. 이 예식은 우리의 세례 서약이 서로의 종이 되어 섬기는 것을 의미함을 일깨워준다. 밀라노의 성 암브로시오 시대에는 세례받은 이들도 발을 씻었는데, 이는 베드로에게 하신 예수님의 말씀 “이미 목욕한 사람은 발만 씻으면 된다”(요한 13,10)에 근거한 것이었다. 많은 학자는 이 말씀에서 세례에 대한 언급을 찾아낸다.

이날 미사는 엄밀히 말해 끝나지 않는다. 파견이나 강복이 없다. 저녁 예식은 제단을 꾸몄던 것들을 치우는 ‘제단 벗기기’로 마무리된다. 장식품을 치울 뿐만 아니라, 감실에 모셔진 성체를 수난 감실(이동 제단)로 옮기는 행렬을 한다. 감실의 등이나 부활 초는 꺼지며 부활 성야 전까지 다시 켜지지 않는다. 성 목요일 미사 후 자정까지 성체 조배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이는 겟세마니 동산에서 예수님과 함께 깨어 기다리는 것을 상기한다.

가톨릭에서는 성인상들을 부활 성야까지 가려두거나 천으로 씌워두는 관습이 있다. 성인상 앞의 예물 초도 켜지 않으며, 이동 가능한 십자가는 치우고 고정된 십자가는 부활 성야 전까지 천으로 가려둔다.

* ‘성 목요일’을 영어로 ‘Holy Thursday’라고 하고, 주님 만찬 미사를 가리켜 ‘Mass of the Lord’s Supper’라고 쓴다. 간혹 성 목요일을 ‘Maundy Thursday’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내가 너희에게 새 계명을 준다.”(요한 13,34)라는 말씀이 라틴어 불가타 번역에서 “Mandatum novum do vobis(너희에게 새 계명을 준다)”라고 번역하는 데서 기인한다. ‘계명, 명령’에 해당하는 ‘Mandatum(만다툼)’이라는 말이 영어에서 Maundy가 된 것이다. Maundy는 그 자체로 ‘세족례’라는 뜻을 지니기도 한다.

주님 수난 성 금요일(Good Friday): 이날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의 수난과 십자가 처형을 의례적으로 회상한다. 미사는 거행되지 않지만, ‘주님 수난 예절’ 중에 (전날 수난 감실에 모셔두었던) 영성체를 한다. 예절은 전통적으로 오후 3시에 시작하며 말씀 전례, 십자가 경배, 영성체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인 말씀 전례는 이사야서(52,13-53:12), 히브리서(4,14-16, 5:7-9), 그리고 요한복음의 수난기를 낭독하거나 노래한다. 두 번째는 십자가 경배로, 십자가를 회중에게 장엄하게 보여준 뒤 가능한 경우 개별적으로 경배한다. 세 번째는 영성체이다. 성 목요일 미사 때 축성된 성체를 나누어 모신다. 예식이 끝나면 사제와 신자들은 침묵 속에 퇴장하며, 제단보를 걷어내어 제단을 비워둔다.

* 성 금요일을 영어로는 ‘Holy Friday’ 혹은 ‘Good Friday’라고 쓰는데, 예수님께는 고난과 죽음의 날이었지만, 인류에게는 ‘구원이 완성된, 참으로 좋은 복된 날, 은총의 날’이기 때문이다. 옛 영어에서 ‘good’은 하느님께 속한 내용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했다.

성 토요일(Holy Saturday): 성 금요일 다음 날인 성 토요일은 예수님께서 무덤에 누워 계시고 저승에 내려가심을 기념한다. 가톨릭교회에서는 이날 낮 미사를 결코 봉헌하지 않는다. 기다림의 시간이다. 또한 성 토요일은 예수님의 죽음 앞에서 뿔뿔이 흩어지고 만 제자들 앞에서 홀로 믿음을 간직하며 부활을 기다리시던 성모님의 믿음, 침묵, 그리고 기다림의 날이기도 하다. 성 토요일은 제자들의 절망, 세상의 침묵, 하느님마저 죽은 듯 보이는 순간에 교회의 믿음을 홀로 간직하며 교회 자체가 되신 분, 교회의 전형이신 성모님의 날이다.

부활 성야(Easter Vigil – 성 토요일 일몰 후): 성 토요일 밤이나 부활 주일 새벽 동트기 전에 거행되며, 예수님의 부활을 미리 경축한다. 부활 성야는 빛의 예식, 말씀의 전례, 세례 예식 (그리스도교 입교 및 세례 서약 갱신), 성찬의 전례 네 부분으로 구성된다.

1) 빛의 예식 – 성야 예식은 성당 밖 큰 불가에서 시작한다. 이 ‘새 불’은 죄와 죽음의 어둠을 몰아내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광채를 상징한다. 부활 초를 축복하고 불을 붙인다. 이 부활 초는 부활 시기 내내 성당의 제단이나 독서대 근처에 놓이며, 일 년 동안 세례식과 장례식 때 사용되어 그리스도가 “빛과 생명”임을 상징하게 된다.

불이 켜지면 ‘루체르나리움(Lucernarium)’이라는 고대의 극적인 예식이 이어진다. 사제가 어두운 성당 통로를 지나며 부활 초를 높이 들고 “그리스도 우리의 빛”이라고 세 번 노래하면, 회중은 “하느님 감사합니다”라고 응답한다. 행렬이 이어지는 동안 신자들은 부활 초의 불꽃을 자기 초에 옮겨 붙인다. 이 상징적인 ‘그리스도의 빛’이 모인 이들 사이에 퍼져나가며 어둠을 흩어버린다. 행렬이 제단에 도착하면, 촛불로만 불을 밝힌 성당 안에서 ‘부활 찬송(Exultet)’이 울려 퍼진다.

2) 말씀 전례 – 말씀 전례는 구약 성경에서 7개의 독서를 읽는 것이 원칙이나, 사목적 이유로 줄일 수 있다.(줄일 경우 보통 1, 3, 5, 7독서를 읽음) 각 독서 후에는 시편과 구약의 내용을 그리스도의 신비와 연결하는 기도가 이어진다. 독서가 끝나면 사순 시기 동안 멈췄던(성 목요일 제외) ‘대영광송(Gloria)’을 노래하며, 성 목요일 이후 침묵했던 성당의 종과 오르간이 다시 울린다. 이어서 로마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을 낭독하고 시편 118편을 노래한다. 사순 시기 시작 이후 처음으로 ‘알렐루야’를 노래하며 부활 복음을 선포한다.

3) 입교 예식 – 신앙 형성을 마친 예비 신자들이 세례, 견진, 성체성사를 통해 교회의 정식 구성원이 된다. 이 예식은 성인 호칭 기도, 세례수 축복, 세례식, 견진식(우리나라에서는 다른 날에 별도 거행), 그리고 참석한 모든 신자의 세례 서약 갱신으로 이루어진다. 부활 성야는 성찬 전례와 함께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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