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 아가타(2월 5일)

Sant’Agata, by Francesco Guarini, 1637년경(*wikipedia)

성녀 아가타St Agatha(231~251년)는 통상 ‘카타니아(시칠리아)의 성녀 아가타St. Agatha in Catania, Sicilia’라고 부르기도 한다. 시칠리아의 카타니아 출생으로 로마 데치우스Decius 황제의 박해 때인 251년, 지역의 집정관이었던 퀸티아누스Quintianus가 그녀를 탐했으나 이를 거부하였고, 이에 따라 감옥에 가두거나 매음굴에 보내고, 가슴을 도려내거나 이글거리는 석탄불로 굽는 무자비한 고문을 가하기도 하여 순교한 것으로 알려진다. 가슴을 난도질당한 후 감옥에 갇혀있을 때 베드로 사도의 발현으로 치료를 받았다는 전승이 있다. 로마 미사 경본 성찬 기도 제1양식에서 “……펠리치타와 페루페투아, 아가타와 루치아, 아녜스와 체칠리아, 아나스타시아와……” 하는 구절로 다른 성녀와 함께 이름이 수록되어 있다. 아가타 성녀는 체칠리아, 루치아, 아녜스 등과 함께 4대 동정 순교 성인 중 한 분이며, 고대 교회로부터 성모님과 함께 공경할 7명의 뛰어난 성녀 중 한 분이다. 성화에는 가슴을 집게로 괴롭히는 장면이나 잘려 접시에 담긴 그녀의 가슴으로 묘사되기도 하다가 훗날 접시 위의 빵으로 그려지기도 하였다. 전승에 따를 때 아가타 성녀는 로마 황제의 박해를 피해 몰타로 피신하였다가 다시 시칠리아로 돌아가 순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몰타 대성당의 지하 성당은 그녀가 지냈던 토굴로 몰타에서 공경을 받는다.

Depiction of Saint Agatha’s martyrdom by Sebastiano del Piombo, 1520(*wikipedia)

카타니아나 몰타, 산 마리노, 스페인의 세고비아 지역 등을 비롯한 여러 곳의 수호성인이다. 유방암으로 고생하는 이들, 성폭행으로 고통을 당한 이들, 자신의 젖으로 다른 아기를 양육하는 유모, 빵 장인들, 종을 만드는 사람들, 간호사, 대장장이, 산악 안내인 등의 수호성인이고 화재나 지진 때 그녀의 전구를 구하기도 한다. 화재나 지진 때 그녀에게 전구를 구하는 것은 그녀의 순교 후 1년쯤 되었을 때 카타니아의 에트나Etna 화산 폭발로 큰 재앙이 닥쳤는데, 이때 이교도들이 성녀의 무덤으로 피신하여 무덤을 덮고 있던 장막을 걷어 불길과 용암의 흐름을 막아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는 전설(The Golden Legend, Jacobus de Voragine의 153개 성인 생애 모음집) 때문이다. 대개 2월 첫 주에 해당하는 축일 즈음에 시칠리아에서는 성인의 유해나 성상을 모시고 행진하는 축제가 진행되기도 하는데, 길거리 음식으로 튀김 주먹밥 정도에 해당하는 arancini나 여러 가지 너트 류 같은 것을 뭉쳐 생선 말이 형태로 만든 beccafico sardines와 같은 음식 등이 축제 음식이고, cassatina siciliana라거나 Minne di Sant’Agata라고 알려지는 전통적인 디저트를 먹기도 한다.

beccafico sardines와 minne di Sant’Agata 혹은 cassatina siciliana(*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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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칠리아의 성 메토디오 주교의 성녀 아가타에 대한 강론에서

(Analecta Bollandiana 68, 76-78)

온갖 선의 원천이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선물

여기에 참석하신 청중 여러분,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한 거룩한 순교자의 주년제가 우리 모두를 여기 한자리에 모이게 했습니다. 오늘 기념하는 이 순교자는 자신이 치른 훌륭한 투쟁을 볼 때 옛적의 뛰어난 순교자라고 해야 하지만, 매일 매일 성녀에게 월계관을 가져다주고 성녀를 아름답게 꾸며주는 그 신적 기적으로 말미암아 아직도 투쟁하고 승리하는 것을 볼 때 최근의 순교자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가타는 동정녀입니다. 그녀는 우리를 위하여 당신의 육신으로 역시 죽음을 맛보신 불멸의 하느님 말씀 곧 하느님과 나뉨이 없는 아드님에게서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신학자인 사도 요한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분께서는 당신을 받아들이는 이들, 당신의 이름을 믿는 모든 이에게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권한을 주셨다.”(요한 1,12)

여러분을 우리의 영적 잔치에 초대한 이 여인은 동정녀요 신부입니다. 사도 바오로의 혼인 비유를 들어 말하자면, 그녀는 한 남편 그리스도와 정혼한 정배입니다.

이 동정녀는 자기 양심의 빛과 하느님의 참 어린양의 핏빛으로 자신의 입술과 뺨과 혀를 꾸미어 붉게 만들었습니다. 아가타는 그토록 자기를 사랑하던 분이 마치 지금 피에 흠뻑 젖어 있는 것처럼 그분의 죽음을 자기 마음속에 끊임없이 묵상하고 되뇌었습니다. 그래서 그녀가 입은 순교의 두루마기는 속속들이 젖어 들어 절대 지워지지 않을 그리스도의 붉은 피의 흔적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올 세대들에게 동정녀로서의 증거라는 보화와 끝없는 고백의 말이라는 아름다운 색깔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가타라는 이름 자체가 ‘선하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듯이 아가타는 온갖 선의 원천이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참으로 선하고 착한 여인입니다. 그녀는 자신이 하느님과 함께 나눈 그 선을 자신의 정배이신 그리스도께 바치고 그분과 일치되어 있는 우리에게 나누어 줍니다.

최고선보다 더 유익한 것이 또 무엇이 있겠습니까? 아가타 이상으로 찬미의 노래로써 칭송받을 사람이 또 있겠습니까?

아가타, 그녀의 선함은 자신의 이름과도 실재와도 어울립니다. 아가타, 그녀는 자신의 고상한 행위로써 좋은 이름을 얻었고 바로 그 이름으로 자신의 행위들이 고귀함을 증명해 줍니다. 아가타, 그녀는 심지어 자신이 이름만으로도 모든 이들을 자기에게 열렬히 이끌어 들이고, 자신의 모범으로 자신과 함께 지체없이 선 자체이신 하느님께로 힘써 나아가도록 가르칩니다.(고유 성무일도 독서기도-제2독서)

2 thoughts on “성녀 아가타(2월 5일)

  1. 성녀 아가타.
    여성들에게 특히 영감을 주는
    성녀이시네요.

    선한 아가타.
    혹시라도
    이탈리아 시칠리아를 여행한다면
    위에 있는 멋진 디저트를 먹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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