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예술가와 교황님

‘길거리 예술가’라고 불리는 이들이 있다. 우리가 곧잘 길거리나 담벼락 같은 곳에서 만날 수 있는 ‘그래피티graffiti’를 그리는 이들이다. 때로는 창의적인 발상과 표현으로 보는 이들에게 깊은 영감과 울림을 주는 이들이 적지 않으며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든 이들도 많다.

2024년 1월 바티칸에서는 이탈리아의 길거리 예술가인 마우팔Maupal을 공식적으로 초대하여 다가오는 사순 시기 동안 교황님의 메시지를 바탕으로 매주 한 편씩의 그림을 그려달라고 부탁했다. 교황청의 공보실 책임자인 무리엘 플뢰리Muriel Fleury에 따르면 이러한 조치가 교황청의 각종 메시지를 알리는 데 있어 “고전적인 표현에서 벗어나 그리스도인들의 시야를 넓히도록 초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그녀는 “예술가의 눈을 통해 우리가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볼 수 있다”라고 덧붙인다.

2024년 사순절을 위한 마우팔의 첫 번째 작품은 “하느님께서 광야를 통해 우리를 자유로 인도하신다”라는 주제를 담았다. 이 그림에서 교황 프란치스코는 ‘믿음’이라고 적힌 가방을 수레에 싣고 못들이 가득한 광야를 가로질러 가는 모습을 담았다. 마우팔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이 못들이 “우리의 옛 우상과 새로운 우상들, 우리를 가두는 감옥들”을 상징한다고 설명한다. 마우팔은 예술이라는 언어를 통해서 그리스도교적 가치를 전달함으로써 “장벽을 허물고 사람들과 동행하기를” 희망한다. 첫 작품을 위해 꼬박 한 달을 쏟은 마우팔은 자신이 수감자들과 함께 일한 체험을 활용하기도 했다면서 “저는 감옥에서 지옥을 살아가는 이들을 만났습니다.……광야를 건너고 있는 이들을 만났습니다. (그들 중에서) 역설적으로 하느님께서 주시는 자유, 내적인 자유에 도달한 이들을 만났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림과 내용 출처 – aleteia.org / 위 그림은 교황님의 즉위 이듬해인 2014년 1월 9일 마우팔이 ‘하늘을 나는 슈퍼맨’으로 교황님을 그리고 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사진- by Tiziana FABI / AFP이다. 이 그림에서 교황님은 늘 당신이 들고 다니시는 검정 가방을 드셨고, 그 가방 겉에는 이탈리아 말로 valores, 곧 ‘가치-영어로 values’라는 단어가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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