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아(귀나이, γύναι)

명사 γυνή(귀네)의 호격 형태인 ‘γύναι(귀나이)’는 우리말 성경에서 보통 “여인아” 또는 “여인이시여”로 번역된다. 이 호칭은 신약성경에서 예수님의 입술을 통해 일곱 차례 사용되며, 학계에서는 이를 여성을 낮추는 표현이 아니라 격식을 갖춘 정중한 호칭, 곧 일종의 ‘존중의 호격’으로 이해하는 데 대체로 의견이 일치한다. 예수님께서는 이 호칭을 특히 당신의 어머니를 향해 두 번 사용하신다. 카나의 혼인 잔치(요한 2,4)와 십자가

한여름의 파스카

8월 6일, 교회는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을 지낸다. 동방 교회는 이 축일을 ‘한여름의 파스카’라 부르며, 비잔틴 전례력의 열두 대축일 가운데 하나로 기념한다. 이날이 8월 6일로 정해진 것은, 예수님께서 수난을 겪으시기 약 40일 전에 변모의 표징을 보여주셨다는 오래된 전승에 따른 것(9월 14일 십자가 현양 축일 기준으로 역산)이다. 동방 교회가 일찍부터 이 축일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데

성 요한 마리아 비안네

성 요한 마리아 비안네 사제는 73세의 나이로, 1859년 8월 4일 새벽에 42년 동안 사목했던 첫 부임지이자 마지막 사목지인 아르스 본당에서 선종하였다. 그의 축일은 8월 4일이다. 1905년 1월 8일 교황 성 비오 10세(Pius X)에 의해 복자품에 올랐고, 1925년 5월 31일 교황 비오 11세에 의하여 시성되었다. 교황 비오 11세는 1929년에 그를 ‘본당 신부의 수호성인’으로 선포하였다. 간추린 생애

신애론(2-13)

제13장 한 영혼이 신앙을 가지기 전에, 하느님의 매력이 그 영혼에게 끼쳐 주는 사랑의 여러 가지 첫 감정에 대하여 바람이 아포데스 새들 뜨도록 하기 위해서 제일 먼저 불어서 건드리는 것은 새 날개의 깃털이니, 그것은 이 깃털이 바람의 선동을 받기에 가장 가볍고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이며, 이 선동에 의해서 날개는 최초의 움직임을 받게 된다. 그리고 깃털을 펼치면서 날개를

연중 제19주일 ‘가’해(마태 14,22-33)

오늘 말씀의 전례는 인간의 두려움과 그 두려움 앞에 다가오시는 주님의 예상치 못한 현존, 고통과 슬픔 속에서도 놓칠 수 없는 주님의 사랑, 그 주님을 고백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모습을 하나로 보여준다. 제1독서(1열왕 19,9ㄱ.11-13ㄱ): 기원전 9세기의 엘리야는 바알 예언자들을 상대로 갈멜 산에서 승리한 이후 오히려 죽음의 위협을 맞고, 광야로 도망쳐 동굴에 숨는다. 극도의 탈진과 두려움 속에서 그는

망설임 없이

주님께서는 당신을 향한 믿음이 부족했던 성 베드로를 꾸짖으셨습니다. … 안타깝게도 수많은 영혼이 저지르고 있는 이 잘못에 대해, 예수님 외에 그 누가 감히 베드로를 비난할 수 있겠습니까? … 예수님께서 그를 부르셨다면, 그분께 나아갈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은총을 이미 주셨다는 뜻입니다. 그분께서 “오너라” 하고 말씀하신 바로 그 순간, 그 일을 할 수 있는 은총은 이미 주어진

은총의 옷자락

“대대로 옷자락에 술을 만들고 그 옷자락 술에 자주색 끈을 달게 하여라. 그리하여 너희가 그것을 볼 때마다, 주님의 모든 계명을 기억하여 실천하고, 너희 마음이나 눈이 쏠리는 것, 곧 너희를 배신으로 이끄는 것에 끌리지 않도록 하는 술이 되게 하여라. 그래서 너희는 나의 모든 계명을 기억하고 실천하여, 너희 하느님에게 거룩한 사람들이 되어라.”(민수 15,38-40) 이 말씀에 따라 유다인에게 옷자락은

용서容恕

제자 자공子貢이 스승 공자에게 평생 간직할 만한 한 글자를 청하자, 공자는 ‘용서할 서(恕)’를 일러주었다고 한다. ‘용서’는 동양의 고전만이 아니라 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어휘이기도 하다. 구약을 넘어 신약에 이르기까지, 용서는 인간과 하느님, 그리고 인간 상호 간의 관계를 규정하는 중심 개념으로 자리한다. 신약성경에서 ‘용서’는 대체로 세 가지 어휘로 드러난다. 먼저 「ἀφίημι(아피에미)」는 빚이나 죄를 면제해 주고 더

1번 누나

돈벌레라 불리는 그리마 한 마리가 침실 바닥에 나타났다. 어릴 적부터 그 벌레는 죽이면 안 된다는 막연한 금기가 내 안에 있었다. 왠지 그걸 보면 머지않아 돈이 들어올 것만 같은, 근거 없는 기대도 함께 따라붙곤 했다. 예전에는 따뜻한 부잣집에서나 자주 보이던 벌레라 하여, 죽이면 돈복이 나간다는 속설이 생겼다던가. 요즘처럼 덥고 습한 날씨에야 나타날 법도 했다. 딱히 돈이

베타니아의 3남매

※ 7월 29일은 ‘성녀 마르타와 성녀 마리아와 성 라자로 기념일’이다. 이날 교회는 “마르타는 예수님께 너그러운 환대를 베풀었고, 마리아는 주님의 말씀을 온순하게 경청했으며, 라자로는 죽음을 굴복시키신 분의 명령에 따라 무덤에서 즉시 나왔다.”라는 내용으로 베타니아의 세 남매를 함께 기념한다. 예수님께서는 공생애 중 이들의 가정을 자주 방문하시며 깊은 우정과 사랑을 나누셨다. 『로마 미사 경본』과 『로마 독서집』 등 전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