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과 관련한 신화, 그리고 예방

PeopleImages.com – Yuri A | Shutterstock

지난주 사랑하는 이가 자기 삶을 포기할지도 모른다며 그에게 슬기롭게 접근해줄 수 있느냐는 걱정 어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우리는 불행하고 불명예스럽게도 OECD 회원국(38개국) 중 ‘자살률 세계 1위’라는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특별히 젊은이들의 자살률이 매우 높은 국가이고, 통계청의 공식 자료에 따라서 2022년 우리나라의 자살자 수는 1만 2,906명으로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5.2명이며 39분마다 1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집계된다. 그렇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 사회적이거나 국가적인 기념일들이 늘 그렇듯이 9월 10일이 WHO가 정한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도 드물다.

인터넷으로 찾아볼 수 있는 자살에 관련한 여러 정보를 보면, 자살의 복합적인 원인이나 추이를 통계적으로 분석하고, 자살의 징후에 해당하는 목록들을 나열하면서 이 목록 중 몇 개 이상에 해당하는지를 자가 점검 차원에서 살피며, 연락할 수 있는 유용한 연락처들을 소개하는 식이 대부분이다. 여기서는 이와 다소 다른 각도에서 자살하려는 이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를 돕고 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기 위해 이와 관련한 일반 자료들을 수집하고 짧게 분석한다.

***

자살은 일반적으로 갑자기 찾아온다. 가만히 되돌아보면서 자살자의 행동 패턴을 분석해보면 우리도 모르게 경고 사인들을 쉽게 놓쳤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모든 것을 일반화한다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지만 이러한 경고 신호들을 알고 있으면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자살 충동은 고통과 위기의 순간에 나타날 수 있지만, 때로는 약물의 부작용이나 만성 불면증에서 오기도 한다. 자살 충동에는 항상 삶의 의미와 목적에 대한 의구심, 그리고 내가 사라지면 모두에게 더 나을 것이라는 확신이 따른다. 이러한 생각은 거의 모든 사람 누구에게나 산발적으로 나타날 수 있지만, 자살을 시도하려는 이에게는 이러한 생각이 반복되면서 조금씩 그(그녀)의 생각을 파고든다. 다음은 몇 가지로 정리해 본 자살에 대한 진실과 오해 및 위험을 인지하고 도움을 주거나 받을 수 있는 점들이다.

신화 1: 자살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팩트: 예고 없이 찾아오는 자살은 드물다. 위기에 처한 사람들은 자신의 의도를 직접적으로 밝히지는 않지만 다양한 신호들을 보내오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지속되는 슬픔, 소홀히 하는 외모, 사회적 접촉 기피 …… 특별히, 값진 물건이나 정서적으로 애착이 있는 물건이나 대상을 버리거나 처분하는 등의 여러 징후를 보인다.

신화 2: 자살 관련 이야기를 하면 자살을 부추길 수 있다?

팩트: 자살 충동에 관련한 이야기는 도움을 받기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솔직한 대화는 위기에 처한 사람에게 그들의 문제가 그들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며 다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자살 생각이 있는 거야?”라는 질문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질문이 그를 실제 행동으로 밀어 넣기보다는 그가 마음을 열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그로부터 “그래, 죽고 싶어.”라는 대답을 진지하게 듣게 된다면, 그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함께 고민하고 알아내야만 한다.

신화 3: 자살하는 이들은 실제로는 죽고 싶지 않은데 조종을 당하는 것일 뿐?

팩트: 자살 시도는 조작이나 조종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도와달라는 외침이다. 위기에 처한 사람에게는 이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신화 4: 자살은 예방할 수 없다?

팩트: 우리는 자살을 예방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문제의 핵심은 위험을 재빨리 감지하고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시의적절한 도움이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신화 5: 자살의 목표는 목숨을 끊는 것?

팩트: 자살을 시도하는 많은 이들이 반드시 자신의 삶을 마감 짓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니다. 자살을 시도하는 이들은 전형적으로 살고 싶은 욕구와 죽고 싶은 욕구를 동시에 가지고(양가감정, ambivalence) 있다. 그들의 행동은 때로 선명하지 않고, 죽음을 필연적인 것이 아니라 하나의 가능성으로 본다. 바로 여기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대응하고 그를 구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안전 계획이나 예방 계획의 수립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방

모든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위기에 처한 모든 사람이 다 자살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은 순간적이면서도 강렬한 충동으로 자살을 시도한다. 어떤 이들은 마지막 순간에 마음을 바꾸어 부분적으로나마 자기 행동의 여파를 고려하게 되면서 살아남기도 한다. 그러므로 우리 주변에 자살 충동을 느끼거나 혹은 비슷한 상황을 두고 우리가 보살피게 되는 사람이 있을 때 그들을 돕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참 많다. 무엇보다도 첫 번째로는 공인된 정신 건강 전문가와 상담을 하도록 격려하고 인도하는 것이 우선이다. 심리학이나 정신의학 모두 자살 충동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친구와 가족으로서 할 수 있는 일

아래에 열거하는 내용은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일들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내용이 치료나 전문 상담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조적으로 지원하는 것임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 자살 충동이 설령 강하게 다가올지라도 지나갈 것이므로 기본 전략은 스스로 진정시키는 것임을 이야기한다.

– 자살의 도구나 수단을 숨기는 것이 안전을 담보하는 것이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위험한 것을 옷장에 숨기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필요하다면 집 밖으로 완전히 내다 버리든지 금고에 넣고 잠가 차단해야 한다. 주변이 다소 불편할 수도 있지만, 일시적인 조치일 뿐임을 생각하자.

– 자살 생각이 일 때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미리 계획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자살 생각은 억누르기만 해서는 안 되며, 그를 대신할 수 있는 일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그런 생각이 들 때 그림 그리기(색칠하기 같은), 음악 재생 목록, 적당한 TV 드라마 등이 포함될 수 있다.

그런 식으로 미리 준비된 일종의 ‘구조 활동 목록’을 지니는 것도 유용한 방편이다. 예를 들어 혼자 출 수 있는 춤, 반려동물과 놀기, 글쓰기 등등이나 다른 이와 함께 할 수 있는 보드게임, 대화, SNS를 통한 채팅 등등을 구별해서 목록을 만들어 놓으면 도움이 된다.

이러한 목록은 선택의 여지가 많도록 풍부해야 한다. 특별한 준비가 없이도 즉시 할 수 있는 활동이 포함되어야 한다. 이러한 목록은 분명해야 하고 항상 옆에 두는 것이 좋다.

– 위기에 처한 사람이 밤이든 낮이든 언제라도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을 정한다. 신뢰할 수 있는 이가 옆에 있거나 즉시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위기가 발생할 때 즉시 연락할 수 있는 이를 두 명이나 세 명으로 두는 것도 좋다.

연구 결과: 종교를 가진 이들이 자살 확률이 낮다

자살 충동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한 가지 요인은 흥미롭게도 종교나 종교성(religiosity)이다. 종교가 우울증이나 자살 경향에 대한 보호 요인이 되어 정신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들이 점점 더 많이 발표되고 있다. 가장 주목할만한 연구로서 타일러 반데르 빌레Tyler Vander Weele 교수가 2016년에 발표한 논문이 있는데, 이 논문은 정기적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이들이(가톨릭이나 개신교 포함) 우울증이나 자살 충동에 빠질 확률이 가장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이러한 연구를 잘못 해석해서는 안 된다. 종교는 우울증 치료가 아니다. 기도가 정신 건강 치료제는 아니며, 정신 건강에 이상이 왔다고 해서 그가 충분히 거룩하지 않다거나 충분히 열심하지 않다는 신호는 아니다. 육체적 질병과 싸우듯이 정신적인 질병과 싸웠던 많은 성인들도 있다. 병에는 의사의 치료가 필요하다.

연구 결과에 따를 때, 자살 충동을 느끼는 이들에게

종교가 제공할 수 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기도를 통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은총을 간구하게 된다.

– 객관적인 기준에 따른 정기적 자기 성찰을 통해 자신을 더욱 현실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 다른 누군가를 위한 지향을 담아 자기 고통의 의미를 새길 수 있다.

– 가족 구성원들 간의 유대감을 도모할 수 있다.

– 사도직의 봉사 활동을 통해 공동체 안에서 우정을 쌓아갈 수 있다.

– 삶의 의미와 목적을 깨우칠 수 있다.

자살 위기에 처한 이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

(할 수 있다면 즉시 구급차를 부르거나 병원으로 이송해야 하는 경우를 말하며, 이는 대개 다음과 같은 경우일 때이다)

– 누군가가 자기 목숨을 끊으려 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받았을 때

– 자살 시도로 짐작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 때(특정 약물을 모으거나 작별 편지를 쓴다든가, 혹은 정서적으로 중요한 물건을 처분하거나 버린다든가 할 때)

– 실제 자살 의도는 없으면서 주변의 관심을 끌려고 그런다고 하는 의심이 들지만, 그런데도 그 시도를 성공적으로 저지하였다고 생각하였을 때

누군가가 과연 자살 충동을 느낄까 하고 의심하면서 분명하지 않을 때라도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행동에 옮기는 것이 낫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