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반지는 어느 손, 어느 손가락에?

사람들은 사랑에 빠질 때 사랑의 표시로 반지를 주고받는다. 그런데, 결혼반지는 어느 손 어느 손가락에 끼는 것일까? 인도, 독일, 스페인, 노르웨이, 러시아 같은 곳에서는 관습적으로 오른손에 결혼반지를 낀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왼손일까, 오른손일까? 우리나라에서는 (약혼반지와 결혼반지가 따로따로라는 전제 아래) 일반적으로 약혼반지는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 끼고, 결혼반지는 가운데 긴 손가락에 낀다는데 이는 정설일까? 그렇다면 약혼을 하고 결혼을 한 다음에는 처음에 끼었던 그대로 두 손가락 모두에 끼어야 할까 한 손가락에 두 가락지를 모아서 낄까? 한 손가락에 둘을 낀다면 약혼반지가 위로 갈까, 결혼반지가 위로 갈까? 사람들이 소위 약지라고 부르는 네 번째 손가락에 처음 사랑을 고백하는 반지를 끼는 것은 그 손가락에 심장으로 곧장 가는 정맥이 있기 때문이라고들 하는데, 그 말은 사실일까? ‘약지에 심장으로 곧장 가는 정맥이 있다’라는 내용은 아마도 이집트나 그리스로부터 유래되어 고대 로마 시대의 관습일 확률이 높다. 왜냐하면 로마인들이 약지를 ‘베나 아모리스’(vena amoris, 사랑의 정맥整脈=vein of love)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현대의 해부학은 그 손가락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손가락에도 어떤 형태로든 심장에 연결되는 정맥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준다.

혹자는 또 왼손을 바닥에 평평하게 놓거나 혹은 주먹을 쥐고 손가락들을 하나씩 폈다 오므렸다 할 때 네 번째 약지만이 다른 손가락에 비해 독자적인 동작을 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사랑의 반지를 껴야 하는 손가락으로 설명하려 한다. 다른 손가락은 독립적으로 움직이기가 쉬운데, 네 번째 손가락을 움직일 때만큼은 유독 다른 손가락이 함께 움직이려 한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이것이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려는 마음이 담긴 손가락이고, 그래서 사랑의 고백 반지는 그 손가락에 끼어야 한다고 풀이하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엄지는 위로 소위 ‘엄지 척’ 할 때 ‘최고’이고 거꾸로 하면 ‘영 아니다’를 표시하는 데에 쓰이고, 검지는 무엇인가를 가리키거나 지적할 때 쓰이며, 가운데에 있는 손가락은 (주로 서양에서) 누군가를 욕할 때 쓰이고, 새끼손가락은 약속을 위해 쓰는 것이므로 사랑을 위해서는 네 번째 손가락을 쓸 수밖에 없다는 내용과 함께 그럴듯한 반증이 된다. 네 번째 손가락은 스스로 쉽게 일어날 수도 없는 가장 약한 손가락이어서 인생의 반려자들이 서로의 연약함을 보살피고 서로 의지하며 사랑을 나누는 데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우자의 결혼반지에 입맞춤으로 얻는 전대사全大赦

한편, 우리 가톨릭교회에 배우자의 결혼반지에 입을 맞춤으로써 전대사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가톨릭교회의 전대사를 얻는 조건은, 『대사를 얻겠다는 지향을 가지고 교회가 수여하는 대사의 취지에 따라 정해진 선행이나 행동을 정해진 시기에 합당한 방식으로 이행해야 한다. 죄에 대한 애착을 배제하고 교회가 지정한 선행이나 행동을 해야 한다. 또 ▲고해성사 ▲영성체 ▲교황의 지향을 위한 기도 등 조건을 채워야 한다. 교황의 지향을 모르면 주님의 기도·성모송·영광송을 바치거나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기도를 바쳐도 무방하다.(*참조. 마리아사랑넷, 가톨릭용어사전-전대사)』

이러한 내용에 따라 1959년 11월 23일 교황 요한 23세는 로마 교황청에서 추기경들의 요청에 따라 책임자 추기경이 서명으로 청원하는 전대사를 승인한다. 교황께서는 신성한 혼인을 거룩하지 못한 수단으로 공격하는 시대 상황에 경종을 울리고 혼인한 부부의 정결한 사랑과 상호 신뢰 및 성실한 혼인을 권장하기 위해 전대사를 허락하는 문서에 기꺼이 서명하고 이를 공표하였다.

전대사를 허락하는 전문을 현대어로 풀어보면, 『결혼한 부부 중 어느 한 편이나 혹은 양자가 상대방의 결혼반지에 입을 맞추며 자신의 사랑이 부족한 것에 뉘우치는 마음을 지니고, “사랑하올 주님, 저희가(혹은 제가) 당신께서 허락하신 거룩한 법에 따라 서로 사랑하며 살게 하소서.”와 같은 기도문(혹은 비슷한 내용의 다른 기도문)을 경건하게 암송한다면, 300일 동안의 이런 기도문의 반복으로 전대사를 얻을 수 있다.』라는 내용이 된다. 이러한 내용은 상대방의 결혼반지에 입을 맞추기만 하면 무조건 전대사를 얻는다는 식으로 잘못 이해된 측면이 있어서 이듬해인 1960년 3월 10일자 교황청 공식 소식지를 통해 좀 더 분명하게 밝혀지기도 한다. 결혼기념일을 앞두고 300일을 꾸준히 기도하며 같은 지향으로 결혼반지에 입을 맞출 때 전대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혼한 모든 부부가 다음 해의 결혼기념일을 기다리고 준비하면서 매일 상대방이 끼고 있는 결혼반지에 입을 맞추며 기도할 수만 있다면……!(20221125 *이미지-구글)

※ 2022년 11월에 위의 글을 쓰고나서 생각보다 많은 피드백을 받았다. 대부분 결혼한 사람이거나 결혼에 관해 생각해 본 사람들일 것이었다. 어떤 이는 부부의 사랑을 깊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고 했고, 또 어떤 이는 반지 하나도 없이 결혼했던 가난한 시절을 회상하기도 했으며, 어떤 이는 입을 맞추래야 맞출 반려가 이제는 옆에 없다고 눈물 지었고, 어떤 이는 너무나도 소중한 반지여서 꼭꼭 숨겨놓았는데 어디에 있는지 도무지 찾을 길이 없다 했으며, 어떤 이는 수십 년을 지내 온 결혼에 이제라도 제발 서로의 반지에 입을 맞출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였고, 어떤 이는 그 반지가 어느 구석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였으며, 어떤 이는 ‘함축적’인 내용을 담아 그런 반지가 없어 전대사를 받을 수 없음을 한탄했다. 심지어 수도자나 사제 중 어떤 이들은 하느님 사랑에 매일 입 맞추기 위해 반지를 맞추어야겠다고까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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