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ementor #10095

고백록(2)

3421. 저는 카르타고로 왔고 거기서는 죄스러운 애욕의 냄비가 사방에서 저를 달구고 튀겼습니다. 아직 사랑하지 못하던 터여서 그냥 사랑하기를 사랑할 뿐이었으며(아우구스티누스에게는 ‘무엇이 그 자체로 사랑받지 않는다면 진실로 사랑받는 것은 아니다’라는 신념이 있었다) 영문 모를 허전함 때문에 아직 덜 허전한 제가 도리어 미워졌습니다. 오로지 사랑하기를 사랑하면서 사랑할 만한 꺼리를 찾아 헤맸고 그러면서도 안전하고, 올가미가 놓이지 않은 길이면

어린 손님들과 함께한 교황

교황 프란치스코는 현지 시간으로 2023년 11월 6일 오후 바티칸에서 세계 곳곳으로부터 온 7천여 명의 어린이들과 함께 1시간 넘게 축제의 분위기 속에서 즐거운, 그러나 진지하기도 한 시간을 보냈다. 오전에 라삐들과의 만남을 진행할 때만도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말했던 교황은 아이들 가운데서 완전히 활력을 되찾았다. 이날 있었던 어린이들과의 만남 주제는 “애들로부터 배웁시다!(Let’s learn from boys and girls!)”였다. 교황님께서는

마태 25,1-13(연중 제32주일 ‘가’해)

마태오 복음 24장과 25장에는 그리스도의 재림, 세상의 종말과 심판 등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후반부 격인 25장에만도 3개의 비유가 담겨있는데, 오늘부터 그리스도 왕 대축일까지 3주간 동안 이 비유들을 나누어 듣는다. 오늘 복음은 마태오만이 전하는 비유이다. 이 비유는 “깨어 있어라”하는 경고의 메시지를 담은 비유이면서, 동시에 신랑은 반드시 올 것이고 신랑과 함께 잔치에 들어가는 이들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는

가톨릭 교육에 관한 교황님 말씀

2022년 4월 교황님께서는 ‘세계 가톨릭 교육 계획의 발전을 위한 연구자들’이라는 단체를 만나 그들의 토론을 함께 하시고 말씀을 주셨다. 자주 그러하시듯이 교황님께서는 준비된 원고 대신 즉흥 연설을 하셨는데 교육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반부는 즉흥 연설문이고 후반부는 공식 연설문이다. 쉬운 이해를 위해, 그리고 필요에 따라 영문과 이탈리아어를 병기한 부분이 있다.(* ‘세계 가톨릭 교육 계획의 발전을

고백록(1)

3410. 인간, 당신 창조계의 작은 조각 하나가 당신을 찬미하고 싶어 합니다. 당신을 찬미하며 즐기라고 일깨우시는 이는 당신이시니, 당신을 향해서 저희를 만들어놓으셨으므로 당신 안에 쉬기까지는 저희 마음이 안달을 합니다. 주님 당신을 부름이 먼저인지 당신을 찬미함이 먼저인지, 또 당신을 아는 일이 먼저인지 당신을 부르는 일이 먼저인지 제가 알고 깨닫게 해 주십시오.(1-1.1) 3411. 당신이 찾아오시기에는, 제 영혼의 집이

예언자

다른 복음사가들이 제자들의 부르심을 예수님 공생활의 첫 장면으로 삼는 것에 비겨 루카는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시작하실 때의 장면을 고향 나자렛의 회당으로 기술한다. 여기에는 루카만의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루카에 따르면 예수님께서는 공생활을 시작하시기 위해 일단 당신이 살았던 나자렛이라는 곳으로 가신다. 그리고 회당에 들어가 예언서를 받아들고 한 대목을 읽으신 다음, 예언이 지금 그 자리에서 이루어졌음을 장엄하게 선포하시고,

성모님의 보호

성모님이라는 이름 앞에 붙은 접두어나 호칭은 수백 가지가 넘는데, 그중 하나는 “우리의 보호자이신 성모님”일 것이다. 성모님은 당신께 찾아들어 보호를 청하는 이들을 언제나 지켜주신다. 다음은 성모님께서 강력한 힘으로 우리를 보호하시는 분이시라는 것을 알려주는 세 가지 역사적 사실들이다. 레판토 해전: 성모님께서는 1571년 유럽에서 당신의 교회인 그리스도교를 지키셨다. 많은 이들이 16세기 말에 가톨릭 신앙과 교회가 끝날지도 모르는 큰

할로윈 데이 유감

10월 마지막 날의 할로윈 데이, 11월의 네 번째 목요일에 오는 추수 감사절, 바로 그다음 날 블랙 프라이데이로부터 성탄절이나 연말·연시까지 이어지는 재고 떨이나 폭탄 세일 행진……할로윈 데이는 많은 자본주의 국가, 특별히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 적어도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볼 때, 1년을 마감하는 이 시즌의 기점에 있는 셈이다. 미국의 전국소매연맹(National Retail Federation)의 집계에 따르면 미국 사회는 코비드의 와중인 2021년 할로윈 데이를 즈음해서만

마태 23,1-12(연중 제31주일 ‘가’해)

마태오복음에 따르면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에서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 “바리사이들”, “사두가이들” “율법 교사” 등과 몇 번에 걸친 논쟁과 의견 다툼을 가지셨다.(참조. 마태 21,23-22,46) 이런 일들이 있고 나서 예루살렘에 머무시는 마지막 시기 동안 예수님께서는 최종적으로 종말에 관한 말씀을 하시기 전에 또 하나의 긴 연설을 하신다. 이 연설의 내용은 당신에게 시비를 걸어 왔고, 당신을 시험하려 들었으며, 중상모략을 통해

사이 간間

‘사이 간間’은 ‘문 문門’과 ‘날 일日’이라는 글자가 합해진 것이다. 門의 작은 틈 사이로 햇빛(日)이 비쳐 들어오는 것을 나타내면서, ‘사이’ ‘시간의 틈’ ‘동안’이라는 뜻으로 이쪽에서 저쪽까지의 사이를 말한다. 원래 이 글자는 문門 가운데에 ‘달 월月’을 쓰거나, ‘밖/바깥 외外’를 쓰기도 하였다. ‘달 월月’을 쓰게 되면 말 그대로 달빛이 문틈 사이로 비치는 것이고, ‘밖 외外’를 쓰면 밖으로부터 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