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미카엘, 성 가브리엘, 성 라파엘 대천사 축일-9월 29일

대천사들을 기리는 날이다. 천사 중에서도 ‘중요한’ 천사를 특별히 기념하는 날이다. 『예전에는 미카엘, 가브리엘, 라파엘 대천사들의 축일을 9월 29일, 3월 24일, 10월 24일로 각각 경축했는데, 1969년 전례 개혁에 따라 미카엘 대성전 봉헌기념일에 경축해 온 미카엘 대천사의 기념일인 9월 29일에 공동으로 경축하게 되었다. 9월 29일 미카엘 대천사 축일은 493년 교황 젤라시오 1세가 로마에 미카엘 성전을 봉헌한 날이다. 미카엘 대천사의 날이라 부르며 기념하는 이날은 가톨릭교회에서만이 아니라 개신교를 비롯해서 그리스도교 전체에서 경축해 왔다. 중세에는 학교도, 농노들의 노동도 쉬는 휴일이면서 임대료나 소작료, 이자가 삭감되는 날이기도 했다. 농부들에겐 “이날 날씨가 좋으면 가을 한 달 날씨가 좋고, 비가 오면 축축한 가을이 이어진다”는 말이 전해 온다. 그래서 미카엘 대천사의 날에 성전에 모여 다가오는 가을과 겨울에 천사의 힘으로 도와주시기를 청했다.…4세기부터 이어 온 미카엘 천사의 영향에 대한 믿음과 공경이 9세기 이후부터는 성서에 나오는 다른 두 대천사, 가브리엘과 라파엘에 대해서도 확대되기 시작했다.(박유미,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2017.09.30.)』 교회는 제4차 라테라노 공의회(1215년)와 제1차 바티칸 공의회(1869~1870년)에서 천사의 존재를 신앙 교리로 선포하였다.

미카엘은 히브리 말로 ‘누가 하느님 같으랴!’이다. 그의 이름은 구약의 다니엘서에 세 번이나 등장하면서 “대제후 천사”로 기록된다.(다니 10,21;11,1;12,1) 또한 신약의 유다서 1장 9절에서는 “미카엘 대천사”로 서술되고, 묵시록에서는 그의 천사들과 함께 용과 싸운 천사(묵시 12,7)로 알려진다. 용龍의 교만에 대한 독특한 메시지, 하느님의 찬란하심에도 훼손되지 않는 인간의 진정한 존엄성, 곧 하느님의 영광을 세상에 반영하는 인간의 존엄성을 계시하는 천사이다. 구약에서 예언자 다니엘은 미카엘을 유다인의 수호자로 대한다. 그는 천상 군대의 왕자이며 모든 신자의 보호자이고, 전사일 뿐만 아니라 지상과 지옥의 원수에 맞서 싸우는 거룩한 교회의 보호자이다. “하늘에서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미카엘과 그의 천사들이 용과 싸운 것입니다. 용과 그의 부하들도 맞서 싸웠지만 당해 내지 못하여, 하늘에는 더 이상 그들을 위한 자리가 없었습니다.”(묵시 12,7-8) 이러한 미카엘 천사의 승리는 매일 악과 싸워 이겨야 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힘의 원천이며, 또한 결정적인 죽음의 순간에 영혼을 악의 세력으로부터 지켜주기 위한 하느님의 보호이다. 교회의 전승에 따라 ‘미카엘 대천사께 드리는 기도’가 전해진다. 『복되신 성 미카엘 대천사여, 싸움 중에 있는 저희를 보호하소서. 악마의 올무와 사악함에서 저희의 방패가 되소서. 하느님께서 악마를 붙잡아 가두시도록 저희가 엎드려 간절히 청하나이다. 천상 군대의 왕자이시여, 영혼들의 파멸을 위해 세상을 떠도는 사악한 영들과 함께 사탄을 하느님의 힘으로 지옥에 떨어트리소서. 아멘!』 이 기도문은 1886년 레오 13세(1810~1903년)께서 권고하신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레고리안 성가곡으로도 작곡된 바 있다.

가브리엘은 히브리 말로 ‘하느님은 나의 힘’, ‘하느님의 사람, 영웅, 힘’이라는 뜻이다. 예언자 다니엘에게 나타나 다니엘이 체험한 환시의 의미를 설명해주는 가브리엘 천사의 이름은 다니엘 예언서에 두 번 언급된다.(다니 8,15-26;9,21-27) 그는 놀랍고도 뛰어난 메신저이다. 세례자 요한의 탄생을 알렸고(루카 1,11-25), 동정 마리아께 주님의 탄생을 알렸다.(루카 1,26-38) 그는 하느님의 말씀이 사람이 되실 것이라는 소식을 성모 마리아께 예고한 후에, 마리아의 거룩한 대답인 ‘Fiat(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이라는 대답을 기다렸다. 마리아와 소박하고 가난한 목자들에게 위대한 신비인 구세주의 탄생을 알린 가브리엘은 우리의 삶과 마음 안에서 하느님께서 우리가 진정으로 찾도록 바라시는 것이 무엇인지, 하느님의 알림을 받을 수 있도록 우리의 인생과 마음 안에 어떻게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지 가르친다.

라파엘은 히브리 말로 ‘하느님께서 치유하신다’ 혹은 ‘하느님, 낫게 하소서!’라는 뜻이다. 그는 “나는 영광스러운 주님 앞에서 대기하고 또 그분 앞으로 들어가는 일곱 천사 가운데 하나인 라파엘이다.”(토빗 12,15)라며 자신을 밝힌다. 특별히 이 천사는 구약의 토빗기에 등장하면서 동행인으로서, 보호자로서, 인도자로서, 기도의 중개자로서 많은 역할을 한다. 라파엘 천사는 토빗과 그의 아들 토비야, 그리고 토비야의 아내가 된 사라를 도와주는 천사이다. 토빗은 눈이 멀어 시력을 잃고 어려운 지경에 빠졌으나 라파엘 천사의 도움으로 결국 눈을 뜨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토빗의 아들 토비야는 라파엘 천사의 도움으로 기나긴 여정을 무사히 마치고 결혼까지 하게 되며 아버지 토빗의 눈까지 뜰 수 있게 한다. 토비야의 아내가 된 사라 역시 일곱 번이나 결혼하면서도 첫날밤에 신랑이 죽고 말았던 기구한 운명에 처했으나 라파엘 천사의 도움으로 토비야의 아내가 될 수 있었다. 인간은 수많은 상처 속에서 살아간다. 특별히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보여주시는 사랑을 보지 못하도록 눈멀게 하는 세상에서, 라파엘 천사의 도움을 기도해야 하는 세상에서 고통을 받으며 산다.

현대 세계 안에서 우리는 점차 거룩한 것, 영적인 것, 신적神的인 것에 관한 감각을 상실하며 살고 있고, 따라서 천사에 관한 신심 역시 그리 깊지 않고 또 천사를 잊어버린 듯도 싶지만, 하느님께서 인간의 필요에 응답해주시기 위해 배려하신 섭리를 다시 인식하고 이에 대한 감각을 회복하는 것이 급하다. 천사는 하느님의 현존과 그분의 자상하고 계속적인 돌보심의 표징이다. 우리가 마음과 귀를 열고 하느님께 나아가는 거룩함의 여정에서 그분께서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라도 수많은 천사를 통하여 어떻게든 당신의 뜻과 생각을 우리에게 알려주실 것이다.

성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우리가 거룩한 생활로 나아가도록 돕기 위해서 하느님의 섭리께서 우리에게 천사들을 보내셨습니다.”라고 말씀하신다. 천사들이 우리의 삶을 인도해주시도록 기도하며 맡겨야 한다. 우리는 매일 “언제나 저를 지켜주시는 수호천사님, 인자하신 주님께서 저를 당신께 맡기셨으니 오늘 저를 비추시고 인도하시고 다스리소서. 아멘!” 하고 기도한다. *그림출처. wikimedia.org. / Francesco Botticini(1446~1498년) 作, 세 대천사와 토비야The Three Archangels and Tobias, 이탈리아 우피치Uffizi 미술관 소장

2 thoughts on “성 미카엘, 성 가브리엘, 성 라파엘 대천사 축일-9월 29일

  1. 마음과 귀를 열어
    세 천사가 제게 함께 해 주시길..

    잊어버렸습니다.
    천사가 함께 하고 계심을.
    걱정거리는 사라지고.

    있는 그대로 머물며
    천사의 숨결을
    묵상하겠습니다.

    축하의 날이네요.
    감사합니다.

  2. “언제나 저를 지켜주시는 수호천사님, 인자하신 주님께서 저를 당신께 맡기셨으니 오늘 저를 비추시고 인도하시고 다스리소서. 아멘!” 잠시 멈추고 기도를 올려봅니다. 마음이 평안해지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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