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구스티누스 성인에게서 배우는 성경 공부

“주님, 당신께서는 당신을 향하여 살도록 저희를 창조하셨기에, 저희 마음은 당신 안에 쉴 때까지 안식을 얻지 못하나이다.”(성 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 1권)
성 아우구스티누스(354~430년)는 사도행전이 증언하는 “한 마음 한뜻”(사도 4,32)의 공동체를 깊이 묵상했다. 그는 사도 바오로처럼 같은 말씀을 읽고 함께 생각을 모으며 기도하는 이들이 말씀 안에서 하느님을 향해 하나로 모이게 된다고 보았다. 아우구스티누스에게 예수님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예수님과 나’ 단 둘만의 신비주의적 체험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하느님 은총의 선물을 매개로 공동체가 함께 성장해 가는 거룩한 여정이다.
젊은 아우구스티누스에게 성경은 자신이 익숙했던 고전 문학의 세련된 문체와 달랐고, 그래서 처음에는 그 깊이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다. 그에게 성경을 이해하게 한 결정적 계기 가운데 하나는 성 암브로시오 주교와의 만남이었다. 그가 전하는 하느님 말씀의 설교를 듣고 나서야, 비로소 그는 자신의 지적 오만을 내려놓는 겸손을 배우게 되었다. 밀라노의 한 정원에서 “집어 들어 읽어라, 집어 들어 읽어라(Tolle lege, tolle lege)”라는 아이들의 노랫소리를 듣고, 이를 자신을 부르시는 하느님의 음성으로 받아들였을 때 그에게는 비로소 회심이 시작되었다.
그는 더 이상 성경을 자신의 지적 능력으로 정복하려 하지 않고, 말씀 앞에 자신을 내어놓았다. 그리고 로마서 13장 14절의 “주 예수 그리스도를 입으십시오.”라는 말씀을 만났다. 그 말씀은 그에게 단순한 성경 구절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돌이키라는 하느님의 부르심이 되었다. 이제 아우구스티누스에게 성경은 단순히 지식을 얻기 위한 책이 아니었다. 성경은 하느님께서 당신의 말씀을 통하여 우리에게 말씀하시고, 그리스도를 만나도록 이끄시는 특별한 자리였다.
아우구스티누스에게서 배우는 성경 공부는 “하느님의 말씀은 오늘 내가 하느님과 타인을 사랑하도록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대전제로 삼는다. 이 공부는 경청과 겸손을 최우선으로 하는 소공동체 안에서 진행된다. (5단계를 건너뛴다면 개인적으로도 이 단계들을 따라가며 매주 말씀의 전례를 준비할 수 있다) 성경에 대한 전문적인 사전 지식이 없이도 참여할 수 있다. 모임에서 던져지는 모든 질문은 주님과의 대화로 초대하는 통로이며, 나눔의 압박감을 느낄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대화의 깊이에 몸을 맡기면 된다.
아우구스티누스적 성경 공부 모임 진행 순서(7단계)
다음의 일곱 단계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성경 이해와 회심의 영성을 바탕으로 오늘의 소공동체 성경 모임을 위해 구성한 하나의 방법이다. <매일미사> 책을 활용하면서 주일 말씀을 중심으로 아래의 7단계를 차근차근 따라간다.
1. 경청의 준비(겸손을 청하는 기도)
청년 아우구스티누스는 자신의 선입견을 성경에 강요하기보다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는 겸손을 배웠다. 하느님께서 우리의 귀와 마음을 열어주시기를 청하는 간단한 기도로 시작한다.
2. 하느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기(집어 들어 읽기: Tolle lege)
본문을 천천히, 가능하면 두 번 읽는다. 마음에 부딪히는 문장이나 구절을 적어본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활동지에 적어두었다가 함께 나눈다. 초반에는 가톨릭 <주석성경>이나 <가톨릭교회교리서> 등 교회의 권위 있는 자료들을 바탕으로 참조를 공유하고, 모임이 깊어지면 교회의 오랜 신앙 전통(<교부들의 성경 주해>와 같은)이라는 더 큰 틀 안에서 본문을 깊이 읽어간다. 다만 내가 느낀 것이 곧 본문의 뜻이라고 단정하지 않는다. 먼저 성경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살피고, 그 말씀을 오늘 내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를 구분하여 묵상한다.
3.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내면의 동요 탐색)
아우구스티누스에게 성경은 방황하는 인간의 마음이 진정으로 무엇을 찾고 있는지 보여주는 거울이다. “이 말씀 중 어떤 부분이 나에게 용기를 주는가?”, “무엇이 나를 두렵게 하거나 거룩한 도전을 주는가?”를 정직하게 되짚어본다.
4. 내면으로 들어가기(말씀의 울림에 머물기)
말씀이 내 영혼의 가장 깊은 곳에 닿도록 초대한다. “이 말씀을 들을 때, 하느님께서는 내 마음 안에서 무엇을 깨우시는가?”를 묵상하고, 구절을 다시 한번 나지막이 읽은 후, 모두 함께 거룩한 침묵 속에 머문다.
5.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한 마음 한뜻의 나눔)
아우구스티누스는 사도행전에 따라 공동체가 “하느님을 향하여 한 마음 한뜻”이 될 것을 촉구했다. 내가 놓친 부분 중 다른 이가 발견한 은총은 무엇인지, 타인의 고백이 내게 어떤 새로운 통찰을 주는지 경청하고 적어본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말씀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내려놓고, 서로에게서 자신이 보지 못한 말씀의 울림을 발견하려고 노력한다.
6. 사랑의 부름에 귀 기울이기(삶을 향한 응답)
아우구스티누스에게 있어 하느님과 이웃을 향한 사랑이 자라나지 않는 성경 읽기는 아직 말씀의 목적과 열매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 것이다.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간다. “이 말씀은 오늘 내가 누구를 더 관대하게 사랑하도록 부르고 있는가? 이를 위해 내가 실천할 수 있는 한 가지는 무엇인가?” 성경을 많이 아는 것과 말씀대로 사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아우구스티누스에게 성경 이해의 열매는 결국 사랑이었다. 하느님을 더 사랑하게 하고 이웃을 더 사랑하게 하지 못하는 성경 공부라면, 지식은 늘었을지 몰라도 말씀의 목적에는 아직 이르지 못한 것이다.
7. 하느님 안에서 쉬기(마음의 안식)
“저희 마음은 당신 안에 쉴 때까지 안식을 얻지 못하나이다.”라는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의 말씀처럼 나눔을 마친 후, 모두 잠시 정적 속에서 주님의 품 안에 쉰다.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전구를 청하는 간단한 마침 기도로 모임을 마친다.
아우구스티누스에게 시간은 단순히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향해 마음이 움직이는 자리였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지금 이 시간은 무엇인가. 지금은 말씀의 책을 집어 들어 읽을 시간이다. Tolle lege. 집어 들어 읽어라. 그리고 그 말씀 안에서 하느님께로 돌아가, 마침내 그분 안에서 쉬어야 할 시간이다.
(*이 내용은 2026년 10월 10일 데이브 머서Dave Mercer라는 신부가 aleteia.org에 ‘An Augustinian-inspired Bible Study plan’이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내용을 바탕으로 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