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 마태오의 복음과 세리의 언어

마태오의 부르심(부분화) by Caravaggio

마태오복음은 예수님께서 열두 사도를 뽑으신 이야기와 열두 사도의 명단을 전하면서 유독 마태오의 이름 앞에만 “세리 마태오”라고 하면서 “세리”라고 하는 별로 자랑스럽지 않은 직업명을 붙여 놓는다.(참조. 마태 10,1-4) 당시 세리는 로마 제국의 앞잡이가 되어 자기 동족의 피를 쥐어짜 로마 제국을 섬기고 그 대가를 받아먹고 사는 못된 이었고, ‘공공의 적敵’이었다. 그러한 세리 출신 마태오가 기록한 복음이라는 전제 아래, 마태오는 복음을 기록하면서 자기처럼 형편없이 못되게 살았던 이도 예수님의 자비를 입어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부르심을 받았다는 사실을 그렇게라도 후세에 알리고 싶었을지 모른다.(*참조. 마태오의 부르심 https://benjikim.com/?p=5995) 참고로, 마르코복음이나 루카복음이 “세리와 죄인들”(마르 2,15-16 루카 5,30;7,34;15,1)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마태오 복음서에서는 유독 “세리와 창녀들”이라고 하면서 “세리”를 “창녀”와 굳이 동격에 놓는다.(참조. 마태 21,31-32)

재물의 이치나 돈의 셈에 밝았을 세리 마태오가 기록했다는 전제 아래, 마태오 복음은 다른 어떤 복음서보다도 영적인 실재를 경제적 언어로 설명하려는 듯한 특징을 보인다고 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하늘 나라는 하늘에 보물(재화)을 쌓는 것(마태 6,19-21)이고, 이에 따라 죄는 하느님께 빚을 지는 것이다.(*주님의 기도 중 6장 12절에서 마태오가 “저희 잘못을 용서하시고”라고 기록하는데, 이때 “잘못”을 가리키는 희랍말은 오페이레마타, ὀφειλήματα, opheilēmata이고, 이는 영어로 debt, due, obligation 나아가 delinquency, offence, fault, sin이다. 우리말로는 부채, 채무, 빚, 이행해야 할 의무, 범죄행위, 위반, 실수, 죄이다. 그러므로 “저희 잘못을 용서하시고”는 죄가 곧 하느님께 인간이 빚을 졌다는 의미에서 “저희 빚을 용서, 곧 탕감하시고”라는 뜻으로 옮길 수도 있다. ※ 참조. 잘못·허물··품삯 https://benjikim.com/?p=14338) 그런 의미에서 마태오복음만이 전하는 ‘빚진 종의 비유’(마태 18,23-35: 매정한 종의 비유) 역시 죄가 곧 빚이라는 개념을 풀어낸 이야기이며, 마태오가 잘 아는 세리의 언어로 이를 잘 풀어낸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마태오 복음에는 세리의 언어요 돈의 논리로 하늘 나라를 묘사하는 대목이 그 밖에도 많다. ‘하늘 나라에 관한 보물의 비유와 진주 상인의 비유’(마태 13,44-46: 이도 마태오만이 전하는 비유이다), 부자 젊은이더러 모든 재산을 처분하여 가난한 이들에게 주라는 예수님의 초대(마태 19,16-26: 하느님의 나라와 부자), 포도밭 일꾼들이 후하게 받는 품삯(마태 20,1-16: ‘선한 포도밭 주인의 비유’, 이 비유도 마태오만이 전한다), 다른 농부들에게 임대되는 포도밭(마태 21,33-44: ‘포도밭 소작인의 비유’), 하느님은 자신의 재산을 맡겨 투자하게 하시는 분이라는 ‘탈렌트의 비유’(마태 24,14-30) 등이 좋은 예들이다.

세리 마태오는 복음서를 통해서 시종일관 자기가 잘 아는 자기만의 언어로 예수님을 어떻게 만났으며, 예수님에게서 어떠한 은혜와 자비를 입은 삶을 살게 되었는지를 기록하려 한다는 특징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모든 이는 자기만의 언어로 자기만의 삶을 솔직하게 기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누군가에게 감히 ‘복음’이 될 수 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