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애론(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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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구원하시는 데 있어서 하느님의 섭리로 말미암아 드러난 몇 가지

특별한 은혜에 대하여 하느님은 우리가 대자연에서 보는 삼라만상의 그처럼 크나큰 다양성 안에서 당신 권능의 비할 데 없는 풍요함을 기묘히 드러내 보이신다. 그러나 우리가 은총 속에서 인식하는 여러 가지 선 안에서는, 상이성 안에 있는 당신 착하심의 무한한 보배를 훨씬 더 훌륭하게 나타내게 하신다. 테오티모여, 왜냐하면 하느님께서 당신 자비의 거룩한 초과 상태에서도, 즉 아무리 크게 자비를 베푸셔도 이에 만족하지 않으시고 당신 백성에게 즉, 전 인류에게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구원으로써 각자가 다 구원될 수 있게 하셨을 뿐아니라 하느님께서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그 구원을 다양하게 하시어, 당신의 자유가 그 모든 다양성 안에서 빛나게 하시고 또 이 다양성은 서로 그 자유를 꾸며주게 하셨다.

그래서 하느님은 무엇보다도 먼저 당신의 지극히 거룩한 어머니를 위해서, 아들로서 합당한 은총을 주시려고 예정하셨다. 이 아드님은 전지하시고 전능하시며 전선하신 분으로서 자신이 좋아하시는 분을 어머니로 삼기를 원하셨다. 그래서 그는 당신의 구원을 우선 그 예방제로서 어머니에게 적용되기를 원하셨으며, 미리 세세 대대로 흘러 내려오는 죄악이 그 어머니에게만은 미치지 못하게 하셨다. 그러므로 그 어머니는 아주 훌륭하게 구원을 받으셨고 따라서 때가 이르러 원죄의 폭포는 그 불행한 물결을 그 어머니의 잉태에까지 격렬하게 밀려 닥치려 하였다. 이는 아담의 다른 딸들에게 이루어지는 것과 같았으나 그 원죄의 물결은 거기를 통과하지 못하고 중지되었으니, 이것은 옛날 여호수아Josue 시대에 요르단에서 되었던 바와 비슷한 것이다. 즉 같은 존경 때문이었다. 이 강물은, 계약의 궤가 통과하는 동안 그것을 존경하는 뜻에서 흐름을 멈추었었다.(여호 3,13-17)

이처럼 저 원죄의 물결도 영원한 계약의 참된 감실의 존재를 존경하고 두려워한 나머지 뒤로 물러서게 되었다. 이 같은 방법으로써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영광스러운 모친에게 모든 속박을 면제해 주시고(성모의 원죄 없으신 잉태를 뜻함), 인간의 두 가지 상태(두 가지 상태란 원죄 이전과 구속 이후의 인간 상태를 뜻한다)가 받은 모든 축복을 다 주시었으니, 성모께서는 아담이 상실한 무죄한 지위를 가지셨을뿐더러 자신을 위한 구세주의 구속 은혜까지 특수하고 뛰어난 방법으로 미리 누리셨던 것이다. 그래서 생명의 열매를 내고 있던 선택의 동산과도 같이, 성모께서는 온갖 완덕을 풍성히 갖추셨으며 영원한 사랑의 이 아드님은 당신의 어머니를 황금 옷으로 입혀드리고 각가지로 꾸미셨으니(참조. 시편 45,10), 성모께서는 성자의 오른편에 계신 왕후, 즉 하느님의 오른편에 있는(참조. 시편 16,11) 즐거움과 기쁨을 누리는 모든 선택된 이들 중 첫째, “당신은 저의 주님. 저의 행복 당신밖에 없습니다.”(시편 15,2) 하신 분이 되셨다.

그러므로 이 축성된 모친은 당신의 아드님을 위해 마련되고 보류된 존재로서 그 아드님 자신에 의해서 모든 정죄定罪에서부터 구원되셨을 뿐 아니라 그 정죄의 결과로 오는 멸망에서도 구원되셨으니, 그 아드님은 자기 어머니에게 은총과 은총의 완덕을 주시어 그 모친으로 하여금 사랑함직하고 기다림직한 여명의 새벽이 되게 하셨으니, 새벽은 어둠을 깨치면서 점차로 완전한 낮의 광명에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다.

오! 경탄하지 않을 수 없는 구속이여! 구세주의 걸작품이여! 모든 구속된 이들 중의 으뜸이여! 이 구속을 통하여, 진정한 아들다운 마음을 지니신 그 아드님께서는 그 감미로운 축복으로 당신 어머니를 미리 막아 주시고, 미리 보호해 주셨으며, 천사들처럼 죄에서뿐 아니라 죄의 멸망력滅亡力 즉, 거룩한 사랑의 실천을 방해하는 장해와 진보를 더디게 만드는 모든 것을 미리 예방해 주셨다. 또한 성자께서 선택하신 모든 이성적 피조물 중에서 이 어머니를 오로지, “나의 비둘기, 나의 티 없는 여인은 오직 하나 그 어머니의 오직 하나뿐인 딸 그 생모가 아끼는 딸. 그를 보고 아가씨들은 복되다 하고 왕비들과 후궁들은 칭송한다네.”(아가 6,9) 한 그대로 당신의 유일한 비둘기이시며, 흠 없이 완전하시고 온전히 사랑스럽고 사랑받은 이로서 비교와 유사가 있을 수 없는 자가 되게 하셨다.

하느님은 매우 극소수의 피조물들에게만 남다른 은총을 보이시어 멸망의 위험으로부터 미리 보호를 받게 하셨으니, 예를 들면 성 요한 세자와 아마 예레미야나 그 밖의 몇몇 성인들은 하느님의 섭리로 태중에서부터 영원한 은총으로 뽑아 세워 보살펴 주심으로써 당신 사랑에 굳건히 머물게 하시고 작은 과오나 잘못으로 완전한 사랑에 비록 거스름이 될 수는 있을지언정, 그러한 과오 자체를 사랑하기까지는 버려두지 않으셨다. 그래서 이런 영혼들을 다른 영혼들에게 비하면 그들은 마치 여왕들처럼 항상 애덕이 자라고 있으며, 구세주의 사랑 속에서 성모님 다음으로 주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성모님은 여왕들 중의 여왕이시며, 사랑의 월계관, 더구나 완전한 사랑의 월계관을 쓰신 분이시고, 사랑의 지상至上의 대상이 되시는 당신 아드님을 화관으로 받으시니 대개 자녀는 부모의 화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어떤 영혼들을 한때 큰 위험에 내버려 두시는 경우도 있으니, 구령의 위험이 아니라 사랑을 잃을 위험에 처하게 하신다. 그래서 사실 어떤 영혼의 사랑을, 일생을 거쳐 보장치 않으시고 다만 생애가 끝날 때 또는 생애 마지막 무렵만을 보장하시는 수가 있다. 예를 들면, 사도들, 다윗, 막달레나 등 다른 많은 이들이 그러했다. 이들은 한때 하느님의 은총 밖에 머물러 있었지만, 나중에 가서 일단 회개한 다음에는 죽을 때까지 은총에 항구하였던 것이다. 즉, 그 어떤 불완전에 떨어지는 일은 있으나, 대죄에는 빠지지 않아 하느님의 사랑을 잃지는 아니하며, 천상 신랑의 거룩한 짝으로 머물러 있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영혼들은 하느님의 지극히 거룩한 사랑의 혼례복으로 꾸며지고 있으며, 화관을 받지는 못한다. 화관이란 머리에 쓰는 것, 즉 몸의 으뜸 부분을 꾸며주는 것인데, 그러한 계층에 속하는 영혼들의 생애의 전반기는, 지상적인 사랑에 예속되었던 관계로, 천상적 사랑의 관을 얻을 수는 없다. 그러나 천상적 배필에게 어울릴 수 있고, 그 배필과 영원히 행복을 누릴 수 있게 하는 예복을 얻어 입게 되는 것만도 넉넉하게 여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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