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2,16-21(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세계 평화의 날 ‘나’해)

Queen of Hearts, Paul Klee, Herzdame, 1922, * 부분화

성탄 후 8일째 되는 날로서 복음상으로는 예수님의 할례와 작명 기념일이다. 교회는 1970년 이래로 오늘을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로 지낸다. ‘하느님의 어머니’, 곧 ‘천주의 성모’라는 호칭은 초 세기부터 신자들이 사용했으며 우리 성모송에 담겼다. 성모 마리아께 ‘천주의 성모’라는 칭호를 공식적으로 부여한 것은 에페소 공의회(431년)이다. 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예루살렘과 베들레헴에서는 이를 기념하여 ‘천주의 성모 마리아 축일’을 지내 왔다. 물론 날짜는 1월 1일이 아니라 8월 15일이었다. 로마 교회는 7세기부터 1월 1일을 성모 마리아 축일로 지냈다. 지역마다 다른 날짜에 이 기념일을 지내 오다가 1931년 에페소 공의회 1,500주년을 맞아 교회의 보편적 축일이 되어,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 쇄신에 따라 1월 1일로 결정하였다.

1967년 12월 8일 바오로 6세 교황이 이날을 ‘세계 평화의 날’로 제정하여 1968년이 그 첫 번째 해가 되었다. 교황은 평화의 어머니이신 마리아를 통하여 하느님께 평화의 선물을 청할 좋은 기회임을 강조하였다(「마리아 공경」, 5항 참조). 전례적으로 새해 첫날에 지내는 이 축일에는 ① 하느님의 어머니로 선택받으신 마리아께 영광을 드리고 ② 새로이 시작하는 한 해 내내 하느님의 축복을 청하며 ③ 세계의 평화를 기원한다.

에페소는 바오로 3차 전도 여행 시 27개월을 머물렀던 곳이며, 그보다 앞서 사도 요한이 십자가상 주님께서 어머님을 부탁한 뒤 성모님을 모시고 이주해 와 살았던 곳으로 알려지며, 사도행전 19장에서 보듯이 아르테미스 신전이 있던 곳이자 성모님을 기념한 첫 번째 성당이 세워진 곳이다. 에페소 공의회는 네스토리우스로 대표되는 이른바 안티오키아 학파와 치릴로로 대표되는 소위 알렉산드리아 학파 간의 예수님의 신성과 인성에 관한 교의를 확정한 모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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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은 모든 이를 위한 형제적 연대와 평화의 해가 되길 바랍니다”

“새해의 첫날을 하느님의 어머니 마리아께 봉헌하며 이제 시작하는 2021년에 세계를 위한 평화의 희망과 기도를 성모님께 의탁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1년 1월 1일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과 세계 평화의 날을 맞아 삼종기도에서 이 “최고의 선”인 평화는 하느님의 선물이라며 민족 간의 협력과 대화를 통해 그리고 타인에 관심을 둬야 이룩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전례가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을 지내는 것처럼, 새해를 지극히 거룩하신 마리아의 사랑스럽고 어머니다운 눈길 아래 맡겨드리며 시작합시다. 모든 것을 하실 수 있는 분께 우리의 고통과 괴로움을 맡겨 드리며, 이와 같이 시간의 오솔길을 따라 여정을 다시 걸읍시다. 당신 아드님 예수님을 바라보셨던 것처럼 성모 마리아는 어머니다운 온유한 사랑으로 우리를 바라보십니다. 그리고 우리가 구유를 바라볼 때 [교황은 사도궁 도서관에 설치된 구유를 향해 몸을 돌린다], 예수님이 구유에 누워 계시지 않다는 걸 알아차립니다. 성모님은 “내 아들을 잠시 팔에 안도록 해주겠느냐?”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성모님은 우리에게도 그렇게 하십니다. 성모님은 당신 아드님을 보호하시고 사랑하셨던 것처럼 우리를 보호하시기 위해 우리를 당신 팔로 안아주시길 원하십니다. 거룩한 동정녀의 위로 넘치고 확신 가득 찬 시선은 주님께서 우리에게 선사하신 이 시간이 우리의 인간적이고 영적인 성장을 위해 쓰이도록 격려합니다. 또한 (어느 곳이나) 존재하는 수많은 증오와 분열을 가라앉히는 시간이 되도록, 피조물과 서로를 돌보는 시간, 파괴가 아니라 건설하는 시간이 되도록 격려합니다. (한마디로) 성장하는 시간, 평화의 시간입니다.

이웃과 피조물을 돌보는 것이야말로 오늘 우리가 지내는 세계 평화의 날이 정한 주제입니다. 곧 “평화의 길인 돌봄의 문화”입니다. 지난해 인류의 여정을 수놓았던 고통스러운 사건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은 타인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두고 그들의 걱정을 함께 나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에게 가르쳐 줍니다. 이런 태도는 평화로 이끄는 길을 드러냅니다. 형제 관계에 기반한 사회를 건설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우리 각자는, 이 시기의 남녀노소 모두는 평화를 실현하라는 부름을 받았습니다. 우리 각자 이 문제에 무관심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모두 평화를 실현하고 매일, 그리고 삶의 모든 환경에서 이를 실현하도록 부름을 받았습니다. 위로의 말 한마디, 따뜻한 사랑의 몸짓, 연대의 도움이 필요한 형제자매에게 손을 내밀면서 말입니다. 그리고 이런 행동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임무이기도 합니다. 주님께서는 평화의 일꾼이 되라는 임무를 우리에게 주십니다.

만일 우리가 도움을 필요로하는 이들과 궁핍한 이들을 돌보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장애물을 치워 버리고, 우리 자신과 평화롭게, 곧 내면의 평화와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면서 우리 가까이 있는 이들과 평화롭게 지내기 시작한다면, 평화를 이룩할 수 있습니다. 무관심을 물리치고, 쓰고 버리는 문화와 경쟁을 타도하려는 목적으로, “돌봄의” 문화와 정신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말입니다. 무관심, 쓰고 버림, 경쟁은 불행하게도 (이 사회에) 만연합니다. 이런 태도들을 뿌리 뽑아야 합니다. 평화는 단순히 전쟁의 부재가 아닙니다. 평화는 결코 무균상태가 아닙니다. 그런 것이 아닙니다. 퀴로파노(quirofano, 스페인어로 “수술실”)의 평화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평화는 삶(생명) 안에 있습니다. (평화는) 단순히 전쟁의 부재일 뿐아니라, 개인의 실현이나 타인과의 형제적 나눔에 뿌리내린 의미 넘치는 생명입니다. 많은 이들이 염원했지만, 폭력, 이기주의, 악의에 의해 언제나 위험에 노출된 그 평화는, 만일 내가 평화를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임무로 여긴다면, 실현하고 이룰 수 있는 평화가 될 것입니다.

“평화의 군왕”(이사 9,5)을 낳아주셨고 당신 팔에 안은 채 크나큰 온유한 사랑으로 그분을 그처럼 애지중지 돌보셨던 동정녀 마리아께서 단지 인간적인 힘만으로는 완전히 달성해내지 못하는 평화의 귀중한 선익을 하늘로부터 우리에게 얻게 해 주시길 빕니다. 단지 인간적인 힘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왜냐하면 평화란 무엇보다 선물, 하느님의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끊임없는 기도로 청해야 하는 선물이자 인내와 존중의 대화를 통해 유지되며, 진리와 정의에 열리고 늘 민족들과 사람들의 합당한 염원에 주의를 기울이는 협력을 통해 구축됩니다. 평화가 사람들의 마음과 가정을, 일터와 휴식처를, 공동체와 국가를 다스리길 바랍니다. 가정, 일터, 국가들에서 평화, 평화(가 넘치기를 바랍니다). 지금은 오늘날의 삶이 전쟁과 적대 및 파괴를 일삼는 수많은 것들에 의해 조직돼 있다고 생각하는 때입니다. (…) 우리는 평화를 원합니다. 이 평화는 선물입니다.

이 시작의 문턱에서, 저는 행복하고 평온한 2021년을 맞이하도록 모든 분께 진심 어린 축하인사를 드립니다. 우리 각자 모든 이를 위한 평화와 형제적 연대의 한 해가 되도록 노력합시다. 하느님의 어머니이자 우리의 어머니이신 마리아의 보호에 신뢰 깊은 기대와 희망으로 가득 찬 한 해를 맡겨드립시다.(교황 프란치스코, 2021년 1월 1일 삼종기도 훈화-출처:바티칸 뉴스 한국어판)

※참조: https://blog.naver.com/kbenji/222189786682

 

One thought on “루카 2,16-21(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세계 평화의 날 ‘나’해)

  1. 가족, 친구, 형제자매, 소외된 사람들, 그들과 함께 평화롭게 지내기 위해 나 자신의 평화부터…. “평화를 빕니다!”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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