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cesco del Cossa(1430~1477년)가 그린 ‘루시아 성녀'(아래 그림)의 부분화 *그림출처-Public domain
많은 이들이 어디선가 ‘산타 루치아’라는 이탈리아 곡의 노랫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12월 13일은 성녀 루치아를 기념하는 날이다. ‘빛’을 뜻하는 라틴어 룩스Lux에서 파생된 이름으로 이탈리아어로는 루치아, 영어로는 루시라고 불리는 성녀 루치아는 3세기 이탈리아의 시칠리아에서 순교한 동정 성녀로서 아름답고 건강한 눈(眼)을 가지려는 이들이나 눈에서 생기는 문제나 안과 질환을 가진 이들, 그리고 눈과 관련된 일을 하는 이들을 위해 중재를 청하는 수호 성녀이다.
성녀 루치아는 283년경 시칠리아 시라쿠사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다섯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그녀의 어머니 에우티키아는 혼자서 그녀를 키워야만 했다. 당시 루치아의 어머니는 심한 하혈로 고통을 받고 있었으며, 루치아의 미래를 염려한 나머지 딸을 이교도 귀족에게 결혼시키고자 약혼을 서둘렀다. 한편 어머니의 출혈이 낫기를 바라는 루치아는 어머니를 설득하여 시라쿠사에서 북쪽으로 약 40마일 떨어진 카타니아에 있는 성녀 아가타의 무덤으로 순례를 떠나도록 했는데, 무덤에서 루치아는 성녀 아가타의 환시를 보았다. 성녀 아가타는 루치아의 어머니가 나을 것이며, 자신이 카타니아의 영광인 것처럼 루치아가 시라쿠사의 영광이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때 루치아는 아가타처럼 그리스도의 동정 신부가 되어 순교자로 죽도록 부름을 받았다고 느꼈다.
이에 성녀는 어머니를 설득하여 귀족과의 결혼을 연기하고,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도록 했다. 303년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는 로마 제국에서 그리스도교를 불법화하는 칙령을 내렸는데, 1년 후, 루치아와 약혼했던 남자는 루치아가 자신의 신부가 되지 않을 것이며 가난한 사람들에게 많은 돈을 나누어주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루치아의 행실에 분노한 그는 루치아를 시라쿠사 총독에게 그리스도인으로 고발하고 비난했다. 총독은 그녀에게 신앙을 버리고 로마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도록 강요하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루치아 성녀가 총독을 악마를 숭배하는 자라고 비난하였으며, 이에 총독은 그녀를 사창굴에 던지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군인들은 그녀를 들어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그녀를 화형에 처하려는 시도 역시 아무 소용이 없었다. 마침내 총독은 자기를 쳐다보는 성녀의 눈을 도려내고 칼로 그녀의 목을 찌르라고 명령하였고, 그제야 성녀는 숨을 거두었다. 교회는 루치아의 순교를 두고 미사경본의 성찬 전례 감사 기도 제1양식 96항에서 「…거룩한 사도들과 순교자들, 요한과 스테파노, 마티아와 바르나바 (이냐시오와 알렉산데르, 마르첼리노와 베드로, 펠리치타와 페르페투아, 아가타와 루치아 아녜스와 체칠리아, 아나스타시아와) 그 밖의 모든 성인과 더불어 살게 하시며 저희의 공과 덕이 부족하오나 용서를 베푸시어 그들 무리에 들게 하소서.」라고 기도한다.
그녀의 순교 뒤로부터 사람들은 접시 위에 두 눈이 놓인 모습으로 성녀를 묘사하곤 했으며, 이에 따라 눈이 불편한 이들이나 눈에 질환을 가진 이들을 위한 수호 성녀로 선포되었다. 다음은 육체적이나 영적인 시력과 눈을 위해 루치아 성녀의 전구를 비는 기도의 예시이다. 각자의 필요에 따라 적절한 문구를 삽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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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 루치아, 당신께서는 믿음을 버리거나 영혼을 더럽히는 대신 오히려 당신의 눈이 찢기고 뽑히는 고난을 겪으셨나이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신앙과 덕행에 대한 보상으로 건강하고 완벽한 눈을 다시 주셨나이다. 또한 하느님께서 특별한 기적을 베푸시어 당신을 눈이 불편한 이들이나 안과 질환을 앓는 모든 이들을 위한 수호 성녀가 되게 하셨나이다. 이제 저의 (불편한 눈을 회복시켜 주시도록 / 아름답고 건강한 눈을 보호해 주시도록) 당신께 청하기 위해 여기 당신 앞에 왔나이다.
오, 성녀 루치아여! 제 눈의 시력을 지켜주시어 제가 세상 창조의 아름다움과 태양의 밝은 빛, 꽃의 색깔과 아이들의 맑은 미소를 계속 볼 수 있게 하소서. 또한 제 믿음과 영혼의 눈을 보존하시어 제가 하느님을 알고 그분의 가르침을 이해하며, 저를 위한 그분의 특별한 사랑을 깨닫고 하느님께로 인도하는 길을 절대 잃지 않게 하시며, 언젠가 천사들과 성인들 가운데서 성녀 루치아 당신을 발견할 수 있게 하소서. 성녀 루치아여, 제 눈과 저의 신앙을 지켜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