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수도 생활-베네딕토 성규

시원한 맥주 한 잔이 그리워지기도 하는 몹시 더운 날이다. 5세기 이래 거의 유럽 전역에서 수도원의 맥주 양조장이 발견된다. 이는 대부분 베네딕토 수도회의 전통에 따른 것이다.

베네딕토 성규에 따를 때, 수도승들은 자기 생계를 위해 자기 손으로 벌어먹어야 하고 가난한 이들을 도울 수 있어야 한다고 분명하게 규정한다. 이에 따라 수도원에서는 여러 다양한 물품들이 생산되었으며 여기에는 맥주나 와인도 포함되었고, 수도자들의 생활에서 음료에 관한 규정 역시 규칙에 명시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맥주는 원래 ‘마실 수 있는 빵’의 일종으로서 자주 오염되어 문제를 일으키는 물이나 우유보다 건강에 보탬이 되면서도 보다 저렴하게 마시는 음식이었다. 맥주나 와인의 양조나 발효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세균이 제거되면서 새로운 대안이 되었던 것이다. 유럽 북부나 중부 지역의 수도원들에서는 기후나 농업의 조건에 따라 주로 맥주를 생산하였고, 남부나 지중해 지역에서는 와인을 생산했다. 가벼운 맥주(light beer)는 수도원에서 운영하거나 부양해야 했던 고아원의 고아들에게 먹이기 위한 음식으로 생산되기도 하였다. 주로 귀리(오트밀)로 만들었던 가벼운 맥주를 하루에 1 파인트pint(굳이 그램 단위로 환산하여 1파인트는 473그램 정도) 정도 먹이면서 이는 아이들을 위한 효과적인 식사 대용이 되었으며 아이들의 양육 비용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또한 항생제로서 작용을 하여 어린이들의 특정 유아기 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이유들로 수도원에서는 정기적으로 많은 양의 맥주를 생산해야만 했다. 와인도 대부분 허브나 특정 나무껍질, 붉은 베르무트(vermouth) 등을 가미해서 소화에 도움이 되는 의약품의 특성 때문에 생산되었다.

베네딕토 성규 제40장은 ‘음료의 분량’에 관하여 수도사들이 분별력 있고 슬기로운 절제로 상식적인 선에서 음료의 양을 관리하도록 규정한다. : 『제40장 <음료의 분량에 대하여> 1. “각 사람은 하느님께로부터 고유한 선물을 받아 하나는 이러하고, 하나는 저러하다.” 2. “그러므로 우리는 약간 주저하면서 다른 사람의 음식의 분량을 정하는 바이다.” 3. “연약한 사람들의 약함을 고려하더라도, 각 사람에게 하루에 한 ‘헤미나(a half pint=0.5 pint)’의 포도주가 충분하리라 믿는다. 4. “그러나 누가 하느님께로부터 금주할 힘을 받았다면, 특별한 보상이 있을 줄로 알 것이다.” 5. “만일 그 지역의 필요성이나 노동이나 혹은 여름철의 더위로 말미암아 더 요구되는 경우에는 장상의 판단대로 정할 것이지만, 무엇보다도 과음이나 술 취함이 없도록 유의할 것이다.” 6. “‘술이 수도승들에게는 결코 합당하지 않은 것으로’ 우리는 (책에서) 읽고 있지만, 우리 시대의 수도승들에게는 그것을 설득시킬 수 없으므로, 적어도 과음하지 않고 약간씩 마시는 정도로 합의하도록 하자.” 7. “왜냐하면 ‘술이란 지혜로운 사람들까지도 탈선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8. “만일 지방의 형편에 따라, 위에 기록한 분량을 구할 수 없고 훨씬 적게나 혹은 전혀 구할 수 없는 경우에라도, 이런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하느님을 찬양할 것이며, 불평하지 말 것이다.” 9. “무엇보다도 이 점을 권하는 바이니, 불평이 없도록 할 것이다.”』

바오로 사도께서 “저마다 하느님에게서 고유한 은사를 받습니다.”(1코린 7,7) 하였으므로 와인이나 맥주를 비롯하여 술이나 음료의 양, 혹은 음식의 양을 일반화하여 규정한다는 것이 사실 어느 정도 불편할 수 있다. 그렇지만 베네딕토 성규를 따른다면, 몸이 아프거나 허약한 이들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으로는 포도주 반 병 정도(대략 1헤미나)가 대부분 사람들에게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체질적으로 술을 입에도 대지 못하는 이들이 있게 마련이지만, 술에 강한 이들이라도 베네딕토 성규 4항이 적시하는 것처럼 절제력이 하느님의 보상을 더욱 얻는 길임은 당연하다.

베네딕토 성규에 따를 때, 수도원의 장상이 현지 상황이나 노동량, 혹은 날씨 등을 고려하여 공동체가 마실 음료의 양을 정할 수는 있지만, 과하거나 술에 취한 모습이 드러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베네딕토 성규 말고도 그보다 훨씬 이전의 구약 집회서는 술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지침을 준다. : “술 마시는 것으로 남자다움을 과시하지 마라. 술은 많은 사람을 망쳤다. 대장간의 화덕이 담금질로 쇠를 시험하듯 거만한 자들이 말다툼할 때 술은 그들의 마음을 드러낸다. 술은 알맞게 마시면 사람들에게 생기를 준다. 술 없는 인생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술은 처음부터 흥을 위해 창조되었다. 제때에 술을 절제 있게 마시는 사람은 마음이 즐거워지고 기분이 유쾌해진다. 술을 지나치게 마신 자는 기분이 상하고 흥분하여 남들과 싸우게 된다. 만취는 미련한 자의 화를 돋우어 넘어뜨리고 기운을 떨어뜨려 그에게 상처를 입힌다. 술자리에서 남을 꾸짖지 말고 흥에 젖은 그를 무시하지 마라. 그에게 모욕적인 말을 하지 말고 이것저것 요구하여 그를 괴롭히지 마라.”(집회 31,2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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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의 링크는 유럽의 수도원들, 특별히 벨기에의 트라피스트 수도원에서 생산해내는 여러 맥주들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미국 수도원 등에서 생산하는 맥주들의 슬라이드이다.(*슬라이드와 이미지 출처-aleteia.org) https://aleteia.org/slideshow/slideshow-liquid-bread-an-introduction-to-monk-made-beer/

One thought on “술과 수도 생활-베네딕토 성규

  1. 술에 대한 절제를 자세히도 설명하시고는 마지막에 각 수도회 술 소개는 무엇?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시려는? 벤지신부님은 장난꾸러기 십니다. 벌주 한잔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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